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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 봄 충전 필요한 날…야외 갤러리

기사입력 : 2021-03-3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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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국 김민정 기자] 따뜻한 햇살, 향기로운 바람, 전형적인 봄 날씨가 펼쳐지고 있는 요즘이다. 평소 같았으면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좋은 계절. 하지만 잡힐 듯하던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때문에 부담 없이 가벼운 산책으로 봄을 맞이해보자. 최근의 나들이 트렌드는 대자연과 어우러진 호젓한 공간을 찾는 것이다. 탁 트인 곳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산책도 즐길 수 있는 야외 갤러리들을 찾았다.

햇살 아래 한가로운 산책,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야외조각공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실내에서 열리는 전시 말고도 건물 밖 야외 갤러리에서 즐기는 산책을 놓치긴 아쉬운 곳이다.

1986년 개관과 함께 미술관 앞 광장과 건물을 빙 둘러싸고 조성된 약 3만 3,000㎡ 규모의 야외조각공원에는 여러 작품이 규모 있게 전시되어 있다. 청계산과 관악산을 병풍 삼아 풀숲, 잔디 위에 전시된 조각은 사계절마다 특색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차장에서 미술관으로 내려오는 길에 작품인 듯 아닌 듯 자연 속에 안겨 있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최재은 작가의 ‘과거, 미래’라는 작품이다. 녹슨 철판 위 거칠게 마무리된 구멍으로 앙상한 나뭇가지가 하늘로 솟아 있다.

거목을 심고 둘레에 철판으로 가로, 세로 각 4m, 높이 8m 크기의 집을 지은 다음 나뭇가지 방향에 따라 구멍을 냈다. 무기물과 유기물의 결합이다.

미술관 입구에는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 작품 ‘호박’이 놓여 있다. 잔디밭 위 노란 호박은 저 멀리 수려한 산세와 잘 어우러진다. 발길 닿는 곳마다 이우환, 곽인식, 조나단 브로프스키, 베르나르 브네 등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 85점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 잔디밭인 예술놀이마당으로 내려오면 생경한 풍경이 펼쳐진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0’의 일환으로 오는 5월 30일까지 전시되는 건축가 그룹 에스티피엠제이(stpmj)의 ‘과.천.표.면’이다. 우산 또는 커다랗고 하얀 잎 같기도 한 구조물 여러 개가 빼곡하다.

흰 폴대 기둥 위로 때 없이 하얀 원판이 햇빛에 비쳐 반짝거린다. 나무숲 사이를 걷듯 구조물 사이로 걸어 들어갈 수도 있고, 중간에 자리한 작은 계단을 오르면 위에서 내려다볼 수도 있다. 한쪽에는 바닷가에서 보던 선베드와 파라솔이 놓여 있어 햇볕을 쬐며 잠시 쉬었다 가는 여유를 부려봐도 좋다.

• 주소: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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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즐거움, 뮤지엄 산

산속에 자리한 ‘뮤지엄 산(SAN)’은 공간(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세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해발 275m 산자락에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 명상관, 스톤가든, 제임스터렐관 등이 있는데, 미니멀 건축 스타일의 대가 안도 다다오가 전체 설계를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주변 경관을 살려 만든 산책로를 따라 걷는 동안 건물 여러 채가 차례로 나타난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 감상은 기본이고 건축과 예술이 빚어내는 풍경 속에 녹아들 수 있는 미술관이다.

뮤지엄 산의 상징이 된 조각 작품,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크웨이(Archway)’가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긴다. 종이를 구겨 만든 것처럼 자유로운 모양의 조각은 높이가 무려 120m에 달한다. 이 거대한 조형물 아래로 걸어 들어가면서 예술 산책이 시작된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는 본관을 지나 2019년 개관한 명상관은 돔 형태로 설계한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명상 프로그램이 열리는데 사전 예약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신라 고분을 모티프로 한 스톤가든 산책길에는 해외 작가의 작품이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다. 실제 인물 크기와 똑같이 제작한 미국의 팝아트 조각가 조지 시걸의 ‘두 개의 벤치 위의 연인(Couple on Two Benches)’은 인체를 직접 본뜬 석고상을 만들어 사진처럼 연인의 한순간을 포착했다.

세계적인 프랑스 개념 예술가 베르나르 브네의 ‘부정형의 선(Undetermined Line)’은 실제로도, 심미적으로도 엄청난 무게감을 가진 철 조각물에서 아이러니한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미국의 추상주의 조각가 조엘 샤피로의 ‘무제(Untitled)’, 물 조각가 에릭 오어의 ‘폭포(Cascade)’, 마크 디 수베로의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For Gerard Manley Hopkins)’ 등이 있어 자연 속에서 예술을 만끽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 주소: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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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대나무 숲으로, 젊은달 와이파크

색이 주는 인상이 이토록 강렬하다는 사실을 젊은달 와이파크 입구에 있는 붉은 대나무 숲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푸르름을 자랑하는 영월의 젊은달 와이파크 입구는 레드 카펫처럼 붉은 길이 땅과 파란 하늘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대나무 숲 사이로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미술관이 나타난다. 젊은달 와이파크는 방치되다시피 했던 술샘박물관을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미술관장이자 공간 디자이너인 최옥영 작가가 공간 기획으로 새롭게 재탄생시킨 현대미술 공간이다.

특히 강관-금속 파이프를 이용해 만든 붉은 대나무는 최옥영 작가의 공간 설치 미술 작품이다. 강릉의 오죽에서 영감을 얻어 미술관 주변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녹색과 가장 대비되는 붉은색을 선택해 넘치는 에너지와 우주를 표현했다.

하얀 지붕과 붉은 파빌리온 곁에 또 하나 눈에 띄는 공간이자 구조물 역시 최옥영 작가가 만든 작품 ‘목성(木星)’이다. 소나무와 박달나무, 참나무 등 강원도에서 나고 자라는 나무 총 200톤을 하나씩 쌓아 돔 형태로 만들었는데, 높이가 15m나 된다. 켜켜이 쌓인 나무 돔 안에서는 나무의 묵직함과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나무 틈으로 흘러 들어오는 햇빛이 별처럼 반짝인다.

총 11개 구역으로 나뉜 젊은달 와이파크를 누비다 보면 2~3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그만큼 흥미로운 전시와 공방, 카페 등 즐길 거리가 많다.

‘시간은 거울이다’라는 주제로 탐스럽고 아름다운 꽃이 가득한 그레이스 박의 전시 <사임당이 걷던 길>, 최정윤 작가의 전시 <실과 소금의 이야기>, 붉은 파빌리온 사이에서도 선명한 파란색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탁명열 작가의 ‘푸른사슴’ 등 각 공간마다 개성 강한 작품이 반겨 마치 딴 세상에 온 것처럼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다.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 미술관에서 벗어나 내가 밟고 올려다보고 만질 수 있는 주변 모두를 아우르는 야외 전시장의 재미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송학주천로 14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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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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