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착실히 연금을 축적해온 연금투자자들에게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없을까? 연금으로 직접 부동산 투자는 불가능하지만, 간접적으로는 가능하다. 2019년 말부터 퇴직연금으로 국내시장에 상장된 공모 리츠에 투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Trusts)란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운영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투자회사다.
리츠에 투자하는 만큼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의 지분을 매입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시장에 상장된 리츠는 12개. 이들 모두 DC형 퇴직연금과 IRP계좌로 매매할 수 있다.
리츠는 기본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데, 퇴직연금계좌에서 주식형 펀드·ETF 등을 포함한 위험자산은 총 70% 이내로 투자해야 한다.
연금으로 리츠 투자가 가능해졌지만, 아직 투자 가능한 상품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향후 더 많은 공모 리츠가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공모 리츠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양호한 배당수익률, 높은 장기투자 성과 이어져
둘째는 저금리로 인한 리츠 배당수익률의 부각이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리츠의 평균 배당수익률과 주요 금리를 비교해보면, 리츠가 장기간 5~10%의 안정적인 배당수익률을 실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배당수익률은 사모 리츠까지 포함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퇴직연금에서 사모 리츠에 투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장 공모 리츠는 개수가 적고, 역사도 짧아서 유의미한 통계수치 파악이 어렵다.
또한 공모 리츠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공모 리츠의 배당수익률도 사모 리츠 배당수익률에 빠르게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리츠에서 발생되는 현금흐름은 장기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가져다 줄 자양분이 된다. 리츠를 보유하며 받는 배당금을 재투자함으로써 장기 성과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모 상장 리츠의 역사가 긴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1989년부터 2018년까지 30년간 S&P500지수와 미국 리츠 지수 (FTSE NAREIT All Equity REITs Index)의 수익률은 연복리 기준으로 리츠는 3.8%, S&P500은 6.8%다.
하지만 배당재투자를 가정하고 다시 계산하면 리츠는 9.8%, S&P500은 9%로 리츠가 0.8%p 더 높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배당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시스템이 현재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금에서 리츠에 투자하는 사람은 배당금이 계좌에 들어오면 직접 리츠를 추가로 매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리츠 고를 때 가격 변동보다 배당을 봐야
리츠의 장기투자 성과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격 변동보다는 배당수익이다. 따라서 투자하고자 하는 리츠가 꾸준히 높은 수준으로 배당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임대사업을 하는 리츠라면 임차인이 얼마나 우량한 업체인지, 최근의 매출 정도와 업황 전망은 어떤지, 임대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의 주식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의 주식처럼 가격이 내릴 수도 있다. 다만, 리츠의 사업이 탄탄한 상황에서 경기 사이클과 같은 단기적인 이슈로 가격이 하락했다면 장기적으로 주가는 회복될 것이다.
문제는 주요 임차인 매출 하락, 공실률 증가 등의 이유로 배당에 쓰일 이익 자체가 줄고 이러한 문제가 장기화하면 해당 리츠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해야 한다.
리츠 사업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지는 국토교통부의 리츠정보시스템과 금융감독원의 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리츠를 직접 매입하지 않고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리츠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 혹은 ETF에 투자하면 된다. 리츠 재간접 펀드 및 ETF는 글로벌 리츠에 투자하는 상품이 많기 때문에 리츠 선택의 폭을 전 세계로 넓힐 수 있다.
또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계좌에 모두 편입이 가능하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동근 미래에셋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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