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23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0원 오른 1,12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 하루 만에 상승이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대 3조 달러 규모 경제대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더해지며 서울환시는 리스크온 분위기가 압도했다.
이에 달러/원은 한때 1,125.50원선까지 떨어지며 서울환시 전반에도 숏분위기가 완연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인 데다, 코스피지수 또한 외국인 매도를 동반하며 1% 안팎의 하락세를 연출하자 달러/원도 빠르게 낙폭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달러까지 반등하고, 역내외 참가자들까지 숏물량을 거두고 다시 롱플레이에 관심을 보이면서 달러/원의 상승모멘텀은 다시 꿈틀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천763억원어치와 48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 美 국채 금리 움직임에 예민한 투심
지난밤 뉴욕 환시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중앙은행 총재 경질에 따른 터키발 우려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의회 연설, 1천830억달러 규모 국채입찰에 대한 부담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10년물 수익률이 1,69%까지 다시 오르자 아시아 주요국 지수는 하락하고, 달러는 강세로 돌아서면서 달러/원의 상승을 부추겼다.
서울환시 역내외 참가자들도 다른 가격 변수보단 국채 금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장 참여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오전장만 하더라도 숏마인드를 유지하던 환시 참가자들은 미 국채 금리 상승 움직임을 간파하더니 숏마인드를 빠르게 접고 롱플레이에 관심을 보였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오늘 코스피지수 하락과 달러/원 상승 반전은 미 국채 금리 변동성에 시장참가자들이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미 경기 회복과 궤를 같이하는 금리 상승을 여전히 시장에는 악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 금리가 급격히 오르지만 않는다면 시장도 점점 금리 움직임에 적응하게 될 것이고, 금리 움직임에 따른 주식과 달러 움직임도 제한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24일 전망…코스피 3,000선 위태·파월 의장 발언 주목
오는 24일 달러/원 환율은 코스피지수 3,000선 하향 이탈 시 1,130원대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지수 3,000선 하향 이탈은 수급 영향을 떠나 상징적으로도 환시 참가자들의 숏 마인드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어서다.
코스피지수 3,000선 지지 여부와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에도 관심이 쏠린다.
파월 의장은 의회 증언에 앞서 준비한 자료에서 "미국 경제가 전례 없는 지원에 힘입어 크게 개선됐지만 완성된 회복세까지는 거리가 멀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계 지출이 증가하고 주택 부문은 완전한 회복 단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국 시간(24일) 오전 1시에 예정된 미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서 파월 의장이 최근 미 국채 수익률 상승과 SLR 제도 개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지가 관전 포인트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코스피지수가 매수 주체 실종으로 3,000선 하향 이탈을 눈앞에 두고 있고, 미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 불안 심리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달러/원의 1,130원대 재진입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에 이어 영국과 캐나다도 중국의 인권문제에 동참함에 따라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도 상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시장의 주요 가격 변수들도 어느 정도 방향성을 정하겠지만, 일단 서울환시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롱플레이가 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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