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 기업 경영활동의 비재무적 성과 지표로, 대다수 기업 총수들이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방침으로 ESG를 공통적으로 꼽을 만큼 최근 재계의 중요한 실행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ESG평가 A등급을 받은 SK그룹 계열사는 8개였다. 계열사별로 가장 높은 등급인 A+를 받은 곳은 3개로 SK(주), SK텔레콤, SK네트웍스였다.
항목별로는 SK(주)는 환경 A, 사회·지배구조 항목 A+로 평가됐다. SK텔레콤은 환경·지배구조 A+, 사회 A등급, SK네트웍스는 사회·지배구조 A+, 환경 B+ 등급을 받았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ESG 경영 방침이 이뤄낸 성과다. 최태원 회장은 국내 재계에 ESG 개념을 확산시킨 장본인으로, ‘ESG 경영 전도사’로 불린다.
최 회장의 전략에 따라 SK그룹은 전사 차원에서 ESG 경영에 앞장, 가장 모범적으로 구현하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9월 최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ESG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다”며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은 숫자로만 우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연계된 실적,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 베이징포럼 2020 개막 연설에서는 “인류의 위기 극복을 위해 ESG 중심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지난 1월 ESG 경영 강화를 중심으로 단행한 조직 개편을 통해 그룹 경영 전반을 논의하는 최고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안에 환경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환경사업위원회’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아울러 SK는 사회적 기업이 만든 제품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SPC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와 함께 바스프·도이치뱅크와 비영리법인 VBA를 설립하고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국제 표준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신념에 발맞춰 SK그룹의 각 계열사에서도 발 빠르게 ‘ESG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등 SK그룹 8개 관계사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RE100에 가입 대상이 아닌 SK E&S, SK에너지, SK가스 등도 RE100에 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RE100은 발전이나 정유, 석유화학, 가스 등 화석연료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는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SK그룹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수소 사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SK는 올초 SK이노베이션, SK E&S 등 전문인력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소 사업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SK㈜의 자회사인 SK E&S를 중심으로 2023년부터 연간 3만톤 규모의 액화 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해, 수도권 지역에 액화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SK E&S는 대량 확보한 천연 가스를 활용해 202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25만톤 규모의 ‘블루 수소’도 추가로 생산한다.
또한 SK는 올해 첫 투자처로 글로벌 수소 기업인 미국 ‘플러그파워(Plug Power)’의 지분 9.9%를 취득하는 등 수소 사업 본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현대차·LG그룹 6개 계열사도 ‘A등급’… ESG 경영에 더욱 박차
삼성·현대차·LG그룹은 각각 6개의 계열사가 A등급을 받았다. 삼성그룹에서 A등급을 받은 계열사는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 삼성화재였다. 주목할 점은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가 A등급으로 평가 받은 점이다. 제조사 대비 상대적으로 ESG 경영과 거리가 먼 금융사가 최고 등급대를 받은 것이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현대차증권이 A등급을 받았다.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비앤지스틸은 B+등급으로 평가 받았다.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유통·가전 계열사들의 ESG 평가가 높았다. 지난해 ESG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LG그룹 계열사는 ㈜LG, LG디스플레이, LG상사, LG생활건강, LG이노텍, LG하우시스다. LG전자·헬로비전은 B+, LG유플러스, LG화학은 B등급으로 평가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ESG 경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해 올해 이후 정확한 내용과 수행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며 “아직 친환경을 제외하고 사회, 지배구조에서는 조금 추상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SG 표준 수치를 개발 중인 최태원 회장을 필두로 재계에서는 ESG 정착에 노력 중”이라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새로운 경영방법으로 떠오른 ESG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 A+ 평가…올해 그린수소 사업에 집중
4대그룹 외 기업 중에서는 최정우닫기최정우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그룹이 최고등급을 받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ESG평가에서 A+로 평가됐다. 항목별로는 환경 A, 사회·지배구조 항목 A+로 평가됐다.
A등급을 받은 계열사는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포스코강판이었다. 포스코는 지배구조 A+, 환경 A, 사회 B등급을 받았고, 포스코케미칼은 사회 A+, 환경 A, 지배구조 B등급으로 평가됐다.
포스코강판은 환경·지배구조 B+, 사회 A+ 등급을 받았다.
최정우 회장은 올해 ESG 경영 강화를 위해 그린수소 등 신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특히 그린수소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수전해 기술(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확보에 집중한다.
2030년까지 해당 기술을 확보, 오는 2050년 수소매출 30조원 달성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수소경제 도래에 대비해 수소 사업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고 생산-저장-운송-활용의 각 단계별로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향후 수소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그룹의 핵심 인력과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또한 친환경 선종을 앞세워 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중 4곳이 A등급으로 평가된 것.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계열사 중 A등급을 받은 곳은 현대중공업지주, 현대미포조선,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올해 친환경 선종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ESG 경영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1조원을 투자한다. 투자 방법은 한국조선해양 계열사 중 유일한 비상장사인 현대중공업(주)의 연내 상장 추진이다.
상장을 통해 친환경 선박 개발 등을 위한 1조원의 투자금을 마련한다. 상장 이후 20%의 신주를 발행, 투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1조원의 투자금은 수소·암모니아선 등 친환경 선종 개발 등에 쓰인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들은 현재 액화수소운반선, 암모니아추진선 등의 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3개 계열사가 A등급을 받았다. ㈜한화, 한화생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A등급을 받은 계열사다.
한화그룹은 올해 ESG 경영 수행을 위해 그린뉴딜 역량을 강화한다. 해당 사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닫기김동관기사 모아보기 한화솔루션 사장이 진두지휘한다.
한화그룹 그린뉴딜의 핵심은 ‘태양광’과 ‘수소’다. 지난 1월 발표한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한화솔루션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1조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태양광에 1조원, 그린수소에 4,000억원이 투자된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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