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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나고 자란 쿠팡, 왜 미국 갔을까

기사입력 : 2021-0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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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김범석 쿠팡 대표.
[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국내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두드리고 있다. 쿠팡의 지주회사인 ‘쿠팡LLC’는 미국 회사이고, 미국 실리콘벨리, 중국 베이징,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 사업장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커머스 사업을 벌이는 곳은 한국이다. 그런데도 한국이 아닌 뉴욕 증시 상장을 택한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자금의 안정적인 확보,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 부여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창업한 쿠팡은 사업 확장을 위해 물류센터 건설, 배송 인력 직고용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왔다. 그에 따른 대규모 적자는 쿠팡에게 꼭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렇지만 지난해는 그간 누적된 투자가 빛을 봤다. 매출이 3배나 급증한 것이다. 16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S-1 서류에 따르면 쿠팡의 매출액은 2018년 4조4873억원에서 지난해 13조2378억원으로 3배가량 성장했다. 영업손실은 2018년 1조1650억원에서 지난해 5842억원으로 줄었다. 규모를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다.

쿠팡은 SEC에 제출한 상장 신고서에 이번 상장을 통해 약 1조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미국의 주식 거래소는 NYSE 외에도 나스닥(NASDAQ), 아멕스(AMEX) 등이 있다. 막대한 적자를 안고 있는 쿠팡은 상장 기준과 유지가 덜 까다로운 나스닥에 상장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닫기김범석기사 모아보기 의장이 회사 출범 초반 '나스닥 상장'을 직접 언급한 점도 이러한 분석이 힘을 보탰다.

쿠팡이 NYSE를 선택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투자금 확보'인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성장을 뒷받침한 자금 원천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다. 비전펀드는 그동안 3조원이 넘는 자금을 쿠팡에 투입해왔다. 그러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해 3분기에 쿠팡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쿠팡은 자금 조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 확보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최고경영자(CEO)의 일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이들이 가진 주식에 보통주보다 가치를 매겨 인수합병(M&A) 등에 대비할 수 있다. 쿠팡은 SEC에 김 의장이 보유한 주식에 ‘일반 주식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한다고 신고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상장 후 지분 2%로 주주총회에서 지분 58%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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