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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대신 서버 쌓는다” 삼성·현대·대우건설, 데이터센터 ‘정조준'

기사입력 : 2026-0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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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AI 확산에 수요 폭증
주민 갈등·에너지 소비는 과제

용인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사진제공 = 현대건설이미지 확대보기
용인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사진제공 = 현대건설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전통적인 토목과 건축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국내 건설업계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 수익에 의존하던 과거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 '21세기의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센터(Data Center)'가 건설사들의 새로운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한 것이다.

최근 생성형 AI(인공지능)의 급격한 확산과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 가속화는 데이터 처리량의 폭발적인 증가를 불러왔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국내 IT 기업들까지 앞다투어 대규모 데이터 거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 이른바 ‘건설 빅3’는 단순한 건축물 시공을 넘어 설계, 조달, 시공(EPC)은 물론 운영과 첨단 냉각 솔루션 개발까지 아우르는 '테크 디벨로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그룹사와의 시너지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경기도 안산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발주한 약 4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클라우드 센터’ 수주를 확정 지으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성물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데이터센터의 최대 숙제인 '열 관리'에 있다. 데이터센터는 수만 대의 서버가 가동되며 막대한 열을 발생시키는데, 이를 식히는 데 들어가는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곧 수익성과 직결된다. 삼성물산은 차세대 냉각 방식인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서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 액체에 직접 담가 식히는 방식으로, 기존 공랭식 대비 냉각 효율은 높이고 에너지 소비는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다.

또한, 삼성물산은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추진 중인 1조4000억원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삼성물산의 글로벌 시공 역량을 입증하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추진하는 구미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도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며, 그룹 내 디지털 인프라 구축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공 계약을 넘어, 고집적 AI 서버 수용에 최적화된 설계 노하우를 축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포트폴리오는 화려하다. 금융결제원 분당센터를 비롯해 KT 목동 IDC, NH·KB 통합 IT센터, 그리고 국내 최대 규모의 네이버 세종센터 '각 세종'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 랜드마크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도맡아 왔다. 이러한 경험은 현대건설이 단순 도급 시공사에서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당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64MW급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를 성공적으로 준공하며 대형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증명했다.

현대건설은 이제 데이터센터의 부지 매입부터 기획, 설계, 시공, 그리고 완공 후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토털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으며, 이는 국내 건설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 시장으로 진입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다드 커미셔닝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주·설계·시공 전 과정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사업을 국내에서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데이터센터 붐 속 철저한 준비로 데이터센터 분야의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이자 글로벌 건설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최근 주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비주택 부문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데이터센터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지자체 및 민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거점형 대형 데이터센터 조성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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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데이터센터 구축 업무협약에 참여한 민관 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김한종 장성군수, 전용수 대우건설 건축사업본부장,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이현효 베네포스 대표이사, 오형석 탑솔라 대표이사, 강진원 강진군수가 MOU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 = 대우건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전남 지역에서의 활동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16일 전남도 내 11개 민간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총 수전용량 500MW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조성 프로젝트의 핵심 시공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로, 대우건설은 설계·조달·시공(EPC) 등 사업 전반을 주도하며 AI 산업 생태계 구축의 선봉에 서게 된다.

대우건설은 이미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40MW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인 '엠피리온 디지털 AI 캠퍼스'를 성공적으로 준공하며 실전 역량을 검증받았다. 또한 전남 1호 데이터센터인 '장성 파인데이터센터'에는 시공뿐만 아니라 직접 출자사로 참여하며 단순 시공권 확보를 넘어 사업의 지분 확보를 통한 장기적 수익 구조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를 통해 주택 경기 하강 국면을 돌파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센터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주민들과의 갈등과 환경 리스크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릴 만큼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서버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기로 인해 탄소 배출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수만 톤의 냉각수를 사용함에 따른 지하수 고갈 우려 역시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주된 비판 대상이다.

주민들은 주거지 인근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의 특고압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유해성과 대형 냉각 팬이 내뿜는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인허가 단계에서 사업이 좌초되거나 공사가 무기한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술적 변화에 따른 운영상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건립 당시의 사양으로 설계된 데이터센터가 불과 몇 년 만에 노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발생한 대형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에서 보듯, 화재 발생 시 천문학적인 데이터 손실 배상 책임과 안정성 확보 문제는 건설사들이 설계 단계부터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데이터센터는 이제 건설사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삼성물산의 첨단 냉각 솔루션, 현대건설의 통합 운영 역량, 대우건설의 초대형 거점 조성 전략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디지털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 건설사들은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친환경 공법 도입과 지역 상생 모델 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RE100 데이터센터 구현이나 폐열을 인근 주거단지의 난방으로 공급하는 자원 순환 시스템 등이 그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한민국의 대형 건설사들이 '콘크리트 덩어리'를 짓던 과거에서 벗어나, 전 세계 데이터를 흐르게 하는 '디지털 허브'의 설계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산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의 성공 여부는 향후 10년, 대한민국 건설업의 명운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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