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대출이 100조원 넘게 늘어난 가운데 올해 1분기도 대출수요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주식 투자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광풍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은행에서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물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가계·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경계감이 높아진 영향이다. 금융당국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 양상을 차단하기 위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계자금수요, 주택거래 확대 및 주택가격 상승, 저금리에 따른 자산투자 수요 확대 등이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주택매매 거래가 늘었고 각종 생활자금 수요와 공모주 청약대금 등 주식 매수 자금 수요도 복합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증가세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고강도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12월 다소 진정됐지만 새해 들어 다시 폭증하고 있다. 은행들이 중단했던 신용대출을 재개하자마자 주요 시중은행에서만 불과 4일 만에 신용대출이 4500억원 넘게 불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4조101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533억원 증가했다. 통상 연초에는 상여금 등 계절적 효과로 신용대출 수요가 줄어들지만 올해는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활황에 따른 주식 투자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 급증세에 한몫했다.
가계는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수요와 주식 등 금융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반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 역시 경기 부진과 코로나19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여유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가계와 기업 모두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은행들은 1분기 중 가계 소득 감소에 따른 상환능력 악화 등으로 인해 저신용·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경우 실물경기 부진과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코로나19 취약업종의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차주의 건전성도 저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금융당국은 대출 자금의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도규상닫기도규상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최근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동산 등 자산투자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며 “고액 신용대출, 특히 긴급생활·사업자금으로 보기 어려운 자금 대출에 대해 은행권이 특별히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1일에는 금융감독원이 주요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화상회의를 열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주문했다. 빚투 열풍 등으로 연초 신용대출이 폭증하자 금융당국이 잇달아 경고 메시지를 날리고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자금의 특정 자산시장으로의 쏠림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은행권의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는 등 신용대출 증가세 관리에 고삐를 죄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가계대출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가계대출 관리방안’ 이행상황을 면밀히 점검해나갈 예정”이라며 “아울러 1분기 중 상환능력 위주 심사관행 정착을 위한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기준을 차주 단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등 가계부채 연착륙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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