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0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작년 12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00조5000억원 불었다.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21조9000억원, 기타대출 잔액이 266조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68조3000억원, 32조4000억원 늘었다.
신용대출 증가세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고강도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12월 다소 진정됐지만 새해 들어 다시 폭증하고 있다. 은행들이 중단했던 신용대출을 재개하자마자 주요 시중은행에서만 불과 4일 만에 신용대출이 4500억원 넘게 불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4조101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533억원 증가했다. 통상 연초에는 상여금 등 계절적 효과로 신용대출 수요가 줄어들지만 올해는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활황에 따른 주식 투자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 급증세에 한몫했다.
대출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지난해 12월 7~18일 금융기관 201곳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올 1분기 중 가계와 기업에서 모두 대출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 4분기 대비 1분기 대출수요지수는 차주(돈 빌리는 주체)별로 대기업 –3→9, 중소기업 18→26, 가계주택 24→3, 가계일반(신용대출 포함) 44→18로 집계됐다. 가계 부문 수치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양(+)의 값인 만큼 대출수요 증가를 예상한 여신업무 책임자가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가계와 기업 모두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은행들은 1분기 중 가계 소득 감소에 따른 상환능력 악화 등으로 인해 저신용·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경우 실물경기 부진과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코로나19 취약업종의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차주의 건전성도 저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부실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권은 대출 문을 조이고 나설 전망이다. 은행들의 1분기 대출태도지수는 –8로, 작년 4분기에 비해 대출을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여신책임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대출은 정부의 신용대출 관련 규제와 대출 총량관리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자금의 특정 자산시장으로의 쏠림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은행권의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는 등 신용대출 증가세 관리에 고삐를 죄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가계대출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가계대출 관리방안’ 이행상황을 면밀히 점검해나갈 예정”이라며 “아울러 1분기 중 상환능력 위주 심사관행 정착을 위한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기준을 차주 단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등 가계부채 연착륙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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