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공모주 청약 열기를 고려하면 당분간 공모 시장 활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단 공모주가 상장 후 급락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2020년은 공개모집하는 주식이란 의미의 공모주에 엄청난 돈이 몰려든 한 해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월 빅히트에 이어 피플바이오, 노브메타파마, 미코바이오메드, 바이브컴퍼니, 센코, 위드텍, 고바이오랩, 티앤엘, 소룩스 등의 공모청약이 진행됐다.
4분기에는 더 많은 기업이 공모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평균 4분기 상장 기업 수는 52개인 올 4분기 50~60여개 기업이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모 규모는 3조~3조 5,000억원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과 상장 초기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모주 시장 열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3분기 평균 공모주 일반 청약 경쟁률은 1,025대 1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1,524.85대 1, 증거금 58조 5,543억원을 기록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606.97대 1의 경쟁률, 58조 4,237억원 규모의 증거금을 모으며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시절부터 증가해온 투자자예탁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증시 대기 자금은 110조원을 웃돌고 있다.
이런 대어들의 공모주 청약에 큰돈이 몰리는 것은 넘치는 유동성과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거기에다가 집값 상승과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에 생활에 절박한 개미들이 월급으론 살기 어려워 살 길을 찾는 방편으로도 볼 수 있다.
공모주 상장 이후에도 개미들은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 SK바이오팜 상장 이후 외국인은 총 8,818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7,85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상장 후 개인은 3,79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306억원, 1,313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10월 7일 기준).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높은 수익률 이후로 일반 투자자의 IPO 공모 시장에 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며 “일반 투자자의 풍부한 자금과 IPO 시장에 대한 관심 확대로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열풍이 광풍될라… 무분별한 투자 주의해야
하지만 공모주 투자는 알려져 있지 않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무시하고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빚투(빚내서 투자)하는 개미들이 공모주투자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끌어대어 청약하는 현상은 이미 경계해야 할 상황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어떤 회사가 신규로 상장되면, 그 회사 주식에 대해 투자자들은 마치 패션업계에서 혹은 백화점이나 유통업계에서 말하는 ‘신상’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상장된 더 훌륭한 회사의 주식보다 더 많은 관심을 표명하는데 오늘의 ‘신상’도 내일이면 ‘구상’이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거나 시초가를 밑도는 등 급격하게 열기가 식는 종목도 속출하고 있어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3분기 상장한 29개 기업(스팩, 재상장, 리츠 제외)의 시초가 대비 주가 수익률은 -6.8%다. 29개 기업 중 시초가 대비 현재가가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9개 기업뿐이다.
청약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시초가가 높게 형성된 데다 시초가 형성 이후 수익실현 물량이 쏟아진 탓이다. 공모주에 집중 투자하는 공모주펀드의 수익률도 다른 펀드의 평균수익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것을 알면 공모주투자에 대한 환상은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최근 공모주 청약 열기나 주식 예탁금 사상 최대 기록 등은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며 “단, 주식과 채권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자금이 몰렸던 공모주는 공모가 대비 현재가가 높지만, 대규모 거래가 시작된 가격보다는 낮다”면서 “실망한 개인의 이탈과 논의가 진행 중인 대주주 요건 강화는 개인의 수급 영향력을 낮출 요인”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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