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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본업 혁신 통한 경쟁력 강화” 주문

기사입력 : 2020-10-26 00:00

(최종수정 2020-10-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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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성장률 둔화, 먹거리 찾기에 분주
지주 조직 개편 진행…그룹 기능 축소
연말 인사 앞두고 폭풍전야, 쇄신이을까

▲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창립 아래 최대 위기다. 지난 5년 동안 누적된 리스크에 롯데그룹의 속앓이는 깊어지는 모양새다. 2015년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부터 오너의 국정농단·오너일가 경영 비리 관련 재판,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일본 불매운동, 고(故) 신격호닫기신격호기사 모아보기 롯데그룹 명예회장 별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까지 잇단 악재가 원인이다.

신 회장에게 씌워졌던 경영 비리와 뇌물 공여 혐의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해소됐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보복,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 등 피해가기 어려운 변수들로 인한 피해는 회복하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중국에 진출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을 결국 철수하는 등 사실상 중국 사업을 접었고, ‘일본 기업’으로 못 박힌 롯데칠성은 주류 매출 감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쇼핑은 물론 건실하던 호텔과 면세, 식음료, 롯데월드 등 주요 사업에서도 큰 손실을 봤다. 게다가 호텔 사업 부진이 가장 뼈아프다. 그룹 최대 난제인 ‘복잡한 지배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적이지만 면세와 호텔 사업에서의 실적 부진 장기화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위기 상황이 깊어지자 위기 돌파와 변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 분위기도 감지된다.

◇ “경쟁력 강화 노력해 달라”

롯데는 지난 7월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 회의)을 진행했다. 신 회장은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하반기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너무 위축되지 말고,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서울 잠실(5개), 소공(2개), 양평(1개) 등 3개 거점에 마련된 8개 회의실에 소그룹으로 모여 화상 회의에 참여했다. 본래 4~5일 동안 진행되던 회의였지만 올해는 이날 하루만 열렸다.

“코로나19 대비 안전성을 확보하고 향후 대응 관련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라는 게 롯데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돌아온 직후인 지난 5월 초, 국내 경영에 복귀해 첫 메시지로 효율성 중심의 ‘근무 혁신’을 주문한 신 회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 회장의 주문 이후 롯데지주는 자율복장제를 도입했고 일부 계열사들은 주 1회 재택근무를 실시한 바 있다.

VCM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임원, 4개 BU장 및 임원, 계열사 대표이사 등 9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신동빈 회장은 “DT(Digital Transformation)를 이루고 새로운 사업이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해왔던 사업의 경쟁력이 어떠한지 재확인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국제무역, 세계화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1998년 IMF, 2008년 리먼 쇼크는 1~2년 잘 견디면 회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생산 최적화를 위해 많은 생산시설이 해외로 나갔지만, 지금은 신뢰성 있는 공급망(Supply Chain) 재구축이 힘을 받고 있고 투자도 리쇼어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사업을 진행할 때에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롯데 계열사 간 시너지와 CEO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근 롯데는 롯데 계열사 통합 온라인 몰 ‘롯데ON’을 선보이는 등 협업을 중시하고 있다. 신 회장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사 간 시너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업무상의 낭비를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CEO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이라고 강조했다.

◇ 변화 의지는 ‘인사’에서 보인다

VCM 이후 8월 발표한 ‘깜짝 인사’는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12월 정기임원 인사를 고집하던 롯데그룹이 8월에 인사를 냈고, 그룹 내 2인자 역할을 했던 황각규 부회장이 퇴진해서다. 황 전 부회장 후임으로는 이동우닫기이동우기사 모아보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지목됐고, 이 사장은 이달 초 열린 롯데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황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선 물러나지만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이 사장은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경영지원, 영업, 상품기획자(MD) 등을 두루 거쳤고, 롯데월드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를 맡아 하이마트와 롯데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과 안정적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주의 역할에도 변화를 줬다. 경영전략실은 경영혁신실로 개편됐다. 신사업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전략 등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사실 인적 변화 조짐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 그해 연말에 실시한 정기 인사부터 쇄신이 이어지는 셈이다. 당시 신 회장은 사상 최대 규모의 인적 쇄신과 지주사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두 명의 대표이사가 각각의 업무 권한을 갖는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황각규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지만 조직 개편에 따라 한 명의 대표이사가 더 생겼다. 송용덕 부회장에게 호텔·서비스 사업부문(BU)장을 맡기고 지주 대표이사로 불러들였다. 신 회장은 황각규 전 부회장에게 그룹 전략과 기업 인수합병(M&A)·커뮤니케이션 등 대외 업무를, 송 부회장에게는 노무·감사·인사 등 내부 업무를 맡겼다. 그리고 올해 황 전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를 이동우 사장이 채웠다.

신 회장은 8월 인사 후 일본으로 출국해 지난 18일 입국했다. 내년도 임원 인사가 이르면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진 내달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95개 계열사를 △유통 △호텔·서비스 △화학 △식품 등 4개의 비즈니스유닛(BU, 사업단위)으로 나눠서 BU장 4명을 두는 체제다.

최근에는 강희태닫기강희태기사 모아보기 유통BU장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유통BU장에 낙점된 강희태 부회장은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장이기도 하다. BU장이 롯데쇼핑 대표직을 겸임하는 형태로, 강 부회장이 유통 계열사 전반을 총괄할 수 있도록 권한이 강화됐다. 강 부회장은 비효율 점포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롯데온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채널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유통가 전반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우울한 시기를 겪고 있다. 롯데그룹의 핵심 부문인 롯데쇼핑 역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98.5%나 급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헬스앤뷰티(H&B) 등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된 사업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롯데쇼핑의 최대 장점이었던 오프라인 매장이 ‘비대면’ 역풍을 맞은 것이다. 올해 4월 유통 계열사 통합 플랫폼 ‘롯데ON’을 내놨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디지털 전략에 관해서는 명백한 실기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신 회장의 의중이 연말 파격 인사에 반영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달 초 롯데쇼핑이 신임 헤드쿼터(HQ) 기획전략본부장에 정경운 전 동아ST 경영기획실장을 선임한 사실을 두고 ‘파격 인사’의 전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를 기용해 유통 대기업 특유의 공채 순혈주의를 깬 것은 물론이고 유통업계 경험이 없는 ‘구조조정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다. 지난해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신세계 부회장이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를 영입한 것과 비슷한 행보다.

강 대표는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 출신으로, 유통경험이 없지만 적자 전문점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는 한편 코로나 상황에서도 지난달 이마트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 He is…

△ 1955년 일본 출생 / 1977년 일본 아오야마가쿠인 대학 경제학부 졸업 / 1980년 미국 콜롬비아대학 경영학 석사 / 1981년 4월 일본 노무라증권 입사 / 1988년 4월 일본 롯데상사 입사 / 1990년 3월 호남석유화학 상무 / 1995년 12월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 / 1997년 2월 롯데그룹 부회장 / 1999년 5월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 2000년 롯데닷컴 대표이사 / 2004년 3월 롯데제과 및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 / 2004년 10월 롯데 정책본부 본부장 / 2011년 2월 롯데그룹 회장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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