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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옵티머스 투자자들...그리고 검사 출신 유상범의 강력한 문제제기

기사입력 : 2020-10-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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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이번 주 국정감사에서 한 야당 의원이 옵티머스 펀드가 정·관계 로비를 통해 자금을 끌어모았다는 주장을 강도높게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중앙지점이 6월 24일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펀드 하자 치유 문건' 등 의혹과 관련된 문건을 확보하고도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제대로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근 금융시장 등에서 관련 인사들의 명단이 돌기도 한 가운데 김재현 대표에 대한 8번에 걸친 조사에서도 비리를 덮기에만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의원은 "중앙지검은 옵티머스 직원 등 많은 참고인에 대해서도 정관계 인사 연루 의혹에 대해 묻지 않았다"면서 "6월 30일 윤석호에게 한 차례 묻긴 했으나 추가로 추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고 했다.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의 부인이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이었기 때문에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검사 출신 야당의원의 '검사 직무유기' 비판

유상범 의원은 중앙지검이 사실상 직무 유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김재현 대표의 정관계, 법조계 인맥과 로비 정황 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는데도 중앙지검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석호 이사는 김 대표가 자신의 막강한 영향력과 배후세력으로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 펀드 상품 담당자 역시 김재현 대표가 자문단 등 본인의 인맥을 강조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펀드 사기 공범인 윤석호를 비롯해 김재현 대표의 비서, 한투증권 펀드 담당자 모두 김재현의 로비 정황을 진술했다"면서 "중앙지검은 왜 고위 공무원, 법조계 등 힘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지 않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는 국감장에서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불러내 "이성윤 지검장은 수사 의지가 없다"면서 비난했다.

유 의원은 유명 배우인 유오성 씨의 형으로 2017년까지 광주고등검찰청 차장 검사를 끝으로 공직을 마무리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런 뒤 올해 4월 강원 홍성·횡성·영월·평창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했다.

■ 검사출신 야당 의원의 당연한 문제 제기...왜 조사하지 않았는가

유 의원은 또 옵티머스의 정치·법조계 로비 창구였던 신모 씨의 로비 정황에 대해 김재현, 윤석호가 구체적으로 진술했으나 중앙지검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 의원은 "윤석호의 진술 등을 토대로 판단할 때 신 모씨는 옵티머스 일당들이 펀드 사기를 치는데 있어 정치권 로비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까지도 검찰이 조사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듯이 옵티머스 사건을 정관계 로비 사태로 비화시키지 않으려는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진 것이다.

유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중앙지검이 정부나 여당 관계자들로 추정할 수 있는 펀드 가입자들에게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미 진영 행안부 장관의 가족이 옵티머스 펀드에 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른 유명 인사도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당(정권) 관련 인사들은 펀드에 투자하고 도와주면서 운용 수익을 나눠 갖는 이익공동체였을 개연성이 있지 않는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의원은 특히 국감장에서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의 실명이 적힌 옵티머스 펀드 운용 현황은 중앙지검이 NH투자증권과 자산운용사들로부터 7월 9일 확보한 것"이라며 "실체 파악에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는 자료임에도 그대로 덮은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당시 여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번 검찰 감사의 본질인 부실 조사보다는 수사자료 공개를 문제삼았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의원 (공개) 자료는 수사 자료인데 적법하게 확보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수사 중인 자료가 공개된 데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론된 일부 명단에 대해 여당 관계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 야당 의원이 의혹 제기한 정부·여당 관련 투자자들

유 의원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과 투자금액을 표기한 자료엔 김영호·김경협·김진표·김수현·이호철·진영 등의 이름이 포함됐다.

유 의원은 "동명이인에 대한 실체조사가 필요하지만, (검찰이) 실명이 기재된 펀드 투자 명단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의원이 공개한 '정부·여당 인사 포함 투자자'들은 각각 1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단엔 특히 진영 행안부 장관 가족이 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최근 진영 장관이 5억원을 투자해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진 장관 가족은 본인 1억원, 배우자(정미영) 2억원, 아들(진명헌) 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나와 있는 투자자, 일자, 판매사, 금액은 다음과 같았다.

김영호(18년 9월3일, 한화투자, 1.12억원)
김경협(19년 1월24일, 한화투자, 1억원)
김진표(19년 11월 14일, NH투자, 1억원)
김수현(19년 11월27일, NH투자, 1억원)
박수현(19년 12월26일, NH투자, 1억원)
이호철(20년 1월 3일, NH투자, 3억원)
정미영(20년 2월 6일, NH투자, 2억원)
진명헌(20년 2월 6일, NH투자, 2억원)
진영(20년 2월 6일, NH투자, 1억원)
박수현(20년 4월 28일, NH투자, 1억원)
김진표(20년 5월14일, NH투자, 1억원)

하지만 이름이 거론된 김진표·박수현·김영호 의원은 즉각 반발하면서 본인이 아니라고 했다.

명단에 들어 있는 김경협 의원은 작년 1월 증권사 담당 직원 권유로 8개월 단기 상품에 가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감 당시 유 의원도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있다. 확인했느냐"고 했지만, 이성윤 지점장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답변만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 사기업, 공기업 투자 대거 포함된 이상한 펀드 사기

옵티머스 펀드 가입자 명단엔 유가증권시장 12개, 코스닥시장 47개 등 모두 59개 상장사가 포함돼 있다.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2017년 6월부터 환매 중단을 선언한 올해 6월까지 3년간 공기업, 사기업, 대학, 개인 등이 대거 투자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수익률 3% 정도를 확보하기 위해 공기업, 사기업 가리지 않고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운용사가 판매하는 상품에 달려들었다.

유상범 의원 자료를 보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오뚜기(150억원), 제이에스코퍼레이션(150억원), BGF리테일(100억원), HDC(65억원), LS일렉트릭(50억원), 한일시멘트·홀딩스(50억원), 넥센(30억원) 등이다.

코스닥상장사 47개 중엔 에이치엘비·에이치엘비생명과학(400억원), 에이스토리(130억원), 케이피에프(80억원), 안랩(70억원), JYP엔터테인먼트·NHN한국사이버결제(50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비상장사 중엔 한화그룹 소속 한화종합화학이 5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와 있다.

특히 공공기관도 이 펀드에 투자했다.

유 의원은 한국전파진흥원(1,060억원), 한국농어촌공사(30억원), 마사회(20억원), 한국건설관리공사(20억원), 한국전력(10억원), 한국도로공사(5억원) 등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대학교 중엔 성균관대(46억원), 한남대(44억원), 건국대(40억원), 대구카톨릭대(10억원) 등이 투자했으며, 연예계에선 에이스토리(130억원), JYP엔터테인먼트(40억원), 초록뱀미디어(30억원) 등이 투자했다.

유 의원은 "중앙지검이 의혹 문건에 대해서 묻지도 않았으며, 정부 여당 인사의 실명을 확보하고도 3개월 이상 방치했다"고 밝혔다.

■ 매출채권 투자 펀드의 사기

2018년 초 옵티머스 펀드는 조금 더 대중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금리가 지극히 낮은 상황에서 은행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안정적인 금리를 원하는 사람들의 구미를 끌어당길 만했다. 당시 3년 만기 국채금리가 2%대 초반, 10년짜리 금리가 2%대 중반 수준이었다.

옵티머스는 공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매출채권을 싸게 사들여 수익을 내는 구조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었다.

공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매출채권을 만기 이전에 할인된 가격으로 사들여 3% 내외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특정 공기업이 특정 사기업에게 10억원어치의 물품을 사고 미래 특정 일자에 대금 지급을 하기로 했을 경우 이 기업에겐 10억원 어치의 매출채권이 생긴다.

펀드는 이 매출채권을 할인해서 싸게 사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사기업 입장에선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다.

펀드 입장에선 시중금리보다 좀더 높은 연 3%의 수익을 구가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며, 자산가들 입장에선 이 수익률에 매력을 느낄 법했다.

사실 당시 펀드를 팔던 증권사들 쪽에선 "옵티머스자산이 투자하는 매출채권의 거래처가 공기업이어서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식으로 펀드가 수익을 내기 어려웠으며, 결국 거대한 사기 펀드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옵티머스는 도로공사 등이 발행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홍보해왔지만 도로공사는 매출채권을 발행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상범 의원은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은 권력형 게이트의 시작이라면서 아직 거대한 빙산의 일부 밖에 드러난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수면 아래에 청와대, 정치, 법조, 증권사, 연예계, 투자자 등이 잔뜩 얽혀 있다는 의심을 제기하면서, 제대로된 수사만이 답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옵티머스 사태와 라임 사태는 계속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문제는 검찰이 나서서 명명백백하는 조사하는 게 기본이지만, 그간 제대로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자산운용사의 한 마케팅 업무 관계자는 "신생 운용사, 신생 펀드가 돌풍을 일으켜 의아했지만, 결국 거대한 사기임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옵티머스 펀드에 어떤 뒷배가 있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펀드에 관한 진실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상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당시 신생 운용사가 저렇게 빨리 성장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면서 뒤늦게 그 실체가 드러나는 중이라고 했다.

정상적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선의의 투자 피해자를 구제하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거대한 펀드 사기 사건에 대한 조사가 정치적 파워게임이 되면서 정확한 진상이 밝혀질지 자신하기도 만만치 않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야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야당 의원들의 결기를 촉구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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