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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Hobby] 포스트 코로나와 미술시장

기사입력 : 2020-10-0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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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매에서 95억원에 낙찰 받은 앤디워홀 작품이 85억원에 시장에 나왔노라며 외국미술계와 손이 닿고 있는 조각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10억이나 낮게 미술시장에 나왔다는 것은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여 이곳 저곳 수소문 해 보았더니 그 작품은 전 세계 투어 다니는 앤디워홀 블록버스터 전시에 임대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작품임을 알게 됐다. 시국이 이러하니 대형 전시가 있을 리 만무하고, 있다 한들 관객이 입장할 일이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고 있는 미술시장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도대체 분간할 수가 없다. 예년 같으면 예술의 전당이나 시립미술관에서는 블록버스터 급의 다양한 미술이벤트가 있어야 했다. 앤디워홀의 경우만 보더라도 렌트해서 수익을 만들 요량이었는데, 그것이 어려우니 급하게 처분하려는 요량으로 보였다. 코로나19가 미술계의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다.

9월 24일부터 9월 27일까지 강남 코엑스에서 열기로 했던 키아프(KIAF, 한국국제아트페어)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된 지경에 이르렀다.

키아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이기도 하지만 미술시장의 반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였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 아트페어를 치르지 못하기 때문에 온라인 아트페어가 우후죽순(雨後竹筍)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공동구매나 주식과 비슷한 미술품 분할 혹은 조각 매매 등의 사업도 나타난다.

이는 1990년대 미국사회에 뿌리 내렸던 옴니보어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찾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옴니보어(omnivore)’는 잡식동물을 지칭하는데, 1990년대 미국사회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나라의 유형을 대입해 몇 가지로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계급의 소통이 용이한 시대이므로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소통이 일어난다.

사회적 계급이 현격할 경우에는 만날 일이 거의 없고, 혹 만난다 할지라도 서로의 생활패턴이 상이하기 때문에 어울릴 일도 없었다.

그러나 비대면(非對面) 시대에는 비슷한 유형의 시각이미지의 공감대로 인해 사회적 계급이 감춰지게 된다.

둘째, ‘좋다’라는 가치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특정 부류의 집단에서 발생되는 고급과 저급의 분류에 의해, 관심도가 높은 분야가 있음에도 다수의 의견에 의해 저급으로 분류될 경우 자신의 관심도를 표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온라인 시대의 장기화에 의해 개인의 관심도가 비슷한 이들과의 비대면 혹은 무기명(無記名)에 의해 적극 참여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사회계층과 계급에 의해 만들어지는 ‘고급’과 ‘저급’에 따른 ‘좋음’과 ‘싫음’ 등이 해소된다.

셋째, 예술세계의 변화가 급속해진다.

과거 엘리트주의자들이 세워놓은 예술에 대한 미적 가치나 기준 이외의 것은 저속한 것이라 여겼던 시대의 변화다. 천박한 공예나 싸구려 미술품이었던 키치(Kitsch)가 토속적 관심으로 전환되어 어느 한 부분을 장식하거나 키치로 분류되었던 가벼움이 하나의 영역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넷째는 시대적 정치의 변화다.

6.25 전쟁 이후 태어난 전후(戰後)세대의 등장으로 이념에 대한 가치가 상쇄되어 예술에 대한 특정 장르를 후원하거나 선호하는 양태가 사라졌다.

근대화 이후의 교육과 보릿고개 없는 풍족한 삶을 살아온 세대는 이전 세대처럼 엘리트(정치적 기반이 선호하는) 예술을 후원하지 않고, 폭넓은 형식에 걸쳐 예술적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위집단의 대중사회화 요소가 된다. 지배적 지위집단은 자신들의 이익에 적합한 방식으로 대중문화를 정의해 왔고, 무해한 하위 지위집단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특질이 희석되었다는 의미다.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함에 이상과 같은 옴니보어(omnivore) 문화현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형성돼 스스로의 군집이나 소규모 집단을 형성하는 방식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이곳 저곳을 자유롭게 방문하면서 구성되는 잡식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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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장의 틀을 완전히 깨는 온라인 마켓 빠르게 진화할 듯

최근 들어 비대면 현상이 일반화 되면서 잡식문화가 형성되는 조짐이 현격히 드러나고 있다. 사회적 고급 문화권에서 등한시 하던 트로트가 대중문화로서 미디어를 장악하더니 어느 순간 성악이나 가곡이 새로운 자리로 스며들고 있다.

가수 송가인을 비롯한 여성 트로트 가수들의 모습이 점차적으로 노출빈도가 떨어지고 있다. 새로운 문화영역이 침투되고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면서 노출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미술계의 양상 또한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온라인 마켓시장의 확대로 디지털 이미지가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 아트페어의 경우 신인, 신진, 젊은 예술가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도 참여를 필요했다.

아트페어에서의 브랜드마케팅이 개인전이나 기획전보다 효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의 경향에 있어서도 온라인 확산을 필요로 하기에 비대면의 확대로 작품보다는 예술가에 대한 마케팅이 강화된다.

유통채널의 변화 또한 주목해야 한다. 혼자만의 세상과 은둔형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지 않던 히키코모리(引き籠り)를 위한 온라인의 비소통적 일방향의 정보가 흘러가면서 그 또한 하나의 사회로 규정짓는 시대가 되었다.

미술시장의 페어와 기획전, 대관전, 개인전, 그룹전 등의 벽면유통이 약화되면서 예술가의 가치에 따른 가상공간 유통으로의 전환은 필수적 요소로 다가온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미술시장의 약화와 온라인 마케팅의 강화로 화랑에서 갖는 마진율이 대폭 축소될 조짐이 있다. 화랑이 미술가를 초대할 경우의 마진 50%는 유지될 것이지만 기타 방법에 따른 유통마진은 현격히 축소될 전망이다.

미술품 소유방식의 변화도 예상된다. 자본주의의 진화와 발전으로 돈의 가치를 담당할 수 있는 다양한 대체사물의 등장이다. 과거 수석이나 난(蘭), 괴목 등에 투자가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현재는 주식이나 부동산, 귀금속 등을 포함한 문화예술품(골동품 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 예술품이 화폐를 대용할 경우 작품소유에서 가치소유로의 전환이 필연적이다. 기업의 소유를 주식이 대신하듯 예술품이 감상의 영역에서 값어치의 영역으로 확산된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짧을지 길지에 대한 가늠은 어렵지만 지금과 다른 미술시장의 양태는 어느 정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면서 자본의 집중도는 여전할 것이며, 집단적 마케팅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계와 컴퓨터가 제공할 수 없는 또 다른 무엇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물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이 먼저다. 생각이 매매되는 뇌업(腦業)사회의 시작이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박정수 정수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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