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공개하고 나섰다. 배터리 투자를 가속화하고, 그간 소외된 기존 사업부에 대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게 요지다.
분사 방식은 배터리법인을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분할이다. 내년 이후 배터리법인에 대한 기업상장(IPO)도 추진한다.
이 같은 회사측 결정에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 여론이 형성됐다. 향후 IPO가 진행되면 배터리법인에 대한 LG화학 지분율이 낮아져 주식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분사안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이 난다. 여기서 회사측이 마련안 안건은 큰 무리 없이 통과할 것으로 판단된다.
LG그룹이 보유한 LG화학의 우호지분율이 33% 이상이다. 11% 지분율을 가진 2대주주 국민연금도 그간 사례를 볼 때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배터리가 빠진’ LG화학의 사업 전략이다.
배터리법인 IPO로 외부 자금을 유치할 경우, 남은 투자 여력을 기존 사업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그동안 배터리 사업에 가려진 석유화학사업과 첨단소재사업, 바이오사업에 온전히 투자와 운영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 부문은 LG화학의 매출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주력 사업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와 ‘탈석유’ 기조 속에 성장성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한 업종인 점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업황 둔화 국면에서 “경쟁사 대비 경쟁력 있는 실적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전·자동차 내장재의 금속 대체재로 쓰이는 플라스틱인 ABS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꾸준히 늘려온 성과 덕이다.
향후에도 배터리 같은 급성장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안정적인 매출 방어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LPG 원료 투입 비중을 높이고,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첨단소재 사업은 2018년 신학철 부회장이 부임 이후 ‘새판짜기’에 주력한 분야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공세로 LG그룹의 ‘탈LCD’ 전략에 따라 LCD 소재인 감광재·편광판 사업을 매각했다.
매각 자금은 OLED와 배터리 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 LG화학은 “기존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M&A와 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배터리 소재 분야가 M&A 대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생명과학(바이오·제약) 분야는 성과가 다소 지지부진한 사업이다. 회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생명과학 합병 전인 2017년 이전까지 R&D 투자는 7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9년(1600억원)과 올해(1900억원) 2배 이상 늘렸다. 향후 4000억원 수준까지 투자해 연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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