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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진영효 전 캠퍼스21 회장] 국제펀드 전문가, 10년 만에 자연농법 전문가로 제대로 변신

기사입력 : 2020-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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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허과현 기자] 진영효 전 캠퍼스21 회장은 증권감독원의 전신인 한국투자공사와 금융감독원, 국민투자신탁 국제부장을 거쳐 외국계 투신사 대표를 역임한 국제펀드 전문가다.

그런 그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에 위치한 지금의 본가로 내려온 지는 10여년 전. 250년 전부터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문화유산 같은 이곳에서 그는 30여년의 객지생활을 마무리하고 돌아와 정착했다.

온라인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캠퍼스21 회장을 끝으로 2009년 12월 귀향해 자연농법만을 고집하며 실곡농원을 이끌고 있는 진 회장은 이제 월간 수확 프로그램을 시험 중이다.

책 한 권에 마음을 빼앗긴 농부의 결심

“오늘의 귀농이 있게 된 계기는 참으로 단순했습니다. 선배가 건네준 <천하에 게으른 농사군 이야기>란 책이었죠. 태평농법을 이끄는 저자 이영문 선생의 고집스러움과 순수함이 신선한 충격이었고, 저자의 토종 씨앗 되살리기와 나눔의 철학은 길게 여운이 남더라고요.”

원어민을 능가하는 전문어학(영어) 실력에 한국투자공사 시절 조사부에서 다져진 리서치 실력은 진 회장의 대표적인 장기다. 그럼에도 그가 근대적 농법보다 지금의 농법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한 권의 책이었던 것이다.

태평농법의 창시자인 이영문 씨는 농사는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배양하고 옮겨 심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농부는 식물이 뿌리 내리고 자랄 환경만 만들어 주면, 자라는 것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들 자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자의 책을 5회독 한 진 회장은 이러한 저자의 주장이 자신의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씨만 뿌리면 아무 일도 안 해도 된다는 주장이 너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고. 천성이 게으른(?) 자신을 위한 농법이라는 생각에 저자와의 연락을 주고받은 것뿐 아니라 직접 찾아가 면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이영문 씨의 농회에 가입한 진 회장은 그곳에서 수수 네 종류와 고추 토종 씨앗을 분양 받아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태평농법으로 하는 농사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우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모작이 가능하다는 굳은 믿음에 벼와 보리로 시작한 이모작의 첫 수확은 3,000평 경작에 두 식구 식사분 정도였다.

남들 다하는 농약을 안 쓰고 벼 본연의 자연 생존력이 풀과 함께 병충해 없이 잘 자랄 것이라는 기대는 과욕이었다. 아무리 태평농법이라도 가만히 앉아서 남다른 수확을 기대한 것이 얼마나 무지한 일이었는지를 직접 체감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농약을 치지 않고 수확이 적으면 경작면적을 넓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 보기 좋게 실패한 것이다. 태평농법의 유용함에 공감하면서도 활용함에 있어서는 많은 노력과 숙련이 필요함을 간과한 결과였다.

자연을 활용한 체험농법에 끝없이 도전

태평농법을 활용한 친환경 자연농법의 필요성엔 변함이 없으나 경제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연 친화적인 천연농약, 영양제 등 보충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았다.

선배 농부들의 자문과 서적을 통해서도 배우지만, 무엇보다 뜻을 같이하는 농군 상호간의 정보교류와 교육은 가장 효율적인 지침서가 된다.

친환경 유기농업인들의 모임인 ‘자연을 닮은 사람들’은 이런 이들이 함께하는 동호회로 진 회장도 이 모임을 통해 필요한 교육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진정한 농부가 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진 회장은 7년 전부터 우렁농법을 시작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화학농약을 대신할 다양한 방법 중 우렁농법을 활용한 이후 초기의 실패는 만회했고, 지금은 남들이 수확하는 양의 70% 정도는 따라가게 됐다. 그리고 귀향 10년차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생산농가로 정착하기 위한 시기별 체험작물 재배를 시작했다.

벼와 보리농사는 기본으로 하지만,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유 작목 프로그램을 병행하기 위해서다.

실곡농원이 위치한 맹방유원지는 매월 4월이면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꾸준히 방문객이 이어져야 하는데, 축제가 끝나면 이후에 이어질 이벤트가 마땅치 않았다. 이에 체리를 심기 시작했다.

또 6월에는 딸기잼, 7월 체리, 8월에는 포도로 이어지는 하절기 판매 체인을 실곡농원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특히 올해는 라벤더를 새로운 품목으로 하나 더 심었다. 2,300㎡에 심은 라벤더는 허브차와 꽃꽃이용 선물 패키지로 적합한 기획품목이다.

강원도 꽃차 명인인 김명신 씨의 자문을 얻어 시작한 라벤더는 허브차와 선물용 꽃꽂이 화분으로 활용할 계획이고, 앞으로 로즈메리도 심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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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은 의지보다 경제적 가치 엄격히 따져야

귀농한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진 회장은 아직도 농사를 모르겠고, 배워도 배워도 모르는 것이 더 많다고 한다. 오랜 기간 금융에 익숙한 습관 때문인지 귀농플랜에 대해서는 경제적 가치를 먼저 꼼꼼히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귀농을 위한 많은 지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그 지원금이 공짜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제는 농촌의 땅값도 적지 않게 올랐고,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경작 리스크와 생산비에 지자체 지원 반환금을 반영하고 부채를 감안하면 그 비용을 능가할 판매수익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

먼저 귀농을 하기 위해 농지를 매입한다면 작물의 순 수익대비 농지 구입가격이 적정한지부터 살피라고 조언한다. 최소한의 농가 BEP를 맞추기 위해서는 경비 절감이 우선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맥가이버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진 회장의 경험담이다.

이제 농촌에서도 품앗이는 사라졌다. 필요한 도움은 모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농촌에서는 도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간단한 도구수선은 물론이고 전기, 수도, 심지어 농기계도 직접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인력을 쓴다면 그 비용만큼 수익을 창출하기가 농촌에서는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자연농법을 고수하는 진 회장은 “자연농법은 기본적으로 수확량이 적어 경비를 줄여야 한다”며 “지역 특성을 활용해 생선회 쓰레기들을 산의 흙과 혼합하면 5년 숙성 후 비료대신 액비로 사용할 수 있고, 바닷물은 물과 잘 부식된 퇴비 등을 혼합해 퇴비차로 토양에 관주할 때 사용한다며, 경작에 필요한 대부분은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서울 친지 200여명에게 자연 농산물이나 지원하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품었던 진 회장도 이제 귀농생활을 통해 얻은 교훈을 도시 소비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한다. ‘폼 나는 농산물보다 구멍 나고 망가진 농산물을 찾는 것이 자신과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고.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허과현 기자 hk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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