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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옵티머스 예견된 사고였나…제안서·직원숙지자료 속 투자대상 다 달랐다

기사입력 : 2020-07-10 14:31

(최종수정 2020-07-1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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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서류 의심해 볼 수 있었던 정황…NH투자증권 "사전에 인지했다는 주장 사실과 달라"

▲옵티머스자산운용-하나은행 집합투자규약, 옵티머스 크리에이터펀드 투자제안서.이미지 확대보기
▲옵티머스자산운용-하나은행 집합투자규약, 옵티머스 크리에이터펀드 투자제안서.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투자자들에게 교부한 투자제안서와 집합투자규약, 직원 상품숙지자료 상의 투자대상이 모두 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직원들이 받은 자료에는 투자대상에 ‘공공기관 매출채권’만 기재돼 있었지만 제안서와 신탁계약서 상에는 ‘국내 발행채권’도 명시돼 있었다.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기 행각을 의심해 볼 수 있었음에도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0일 한국금융신문이 입수한 NH투자증권 판매 옵티머스 크리에이터펀드의 투자제안서에는 ‘국내 발행채권’, ‘기업의 공공기관 확정 매출채권’, ‘현금성 자산’이 투자대상으로 기재돼 있다. 이 제안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직접 작성한 상품 설명자료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하나은행과 체결한 집합투자규약(신탁계약서)에도 투자대상은 ‘국내에서 발행된 채권’, ‘기업의 공공기관 매출채권’, ‘금융기관 예치’, ‘신탁업자 고유자산과의 거래’로 적혀있다.

신탁계약서는 자산운용사와 신탁업자가 맺는 일종의 펀드 약관이다. 펀드 계약 시 투자제안서와 함께 상품을 설명하는 자료로 제공된다. 하나은행은 신탁계약서에 명시된 투자대상을 근거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운용지시에 따라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비상장사 사모채권도 편입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NH투자증권이 판매직원에게 제공한 상품숙지자료에는 투자대상으로 ‘공공기관이 발주한 확정매출채권’만 적혀있다. 이 자료는 “정부 산하기관 및 공공기관 발주 기성·확정 매출채권(만기 6개월)으로 운용한다”며 “예상 발주 예정은 공공기관 LH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해양수산부 등”이라고 펀드를 설명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만을 투자대상으로 명시한 직원 상품숙지자료와 국내 발행채권도 투자대상으로 기재한 투자제안서 및 신탁계약서의 내용이 다른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이 제안서나 규약을 통해서도 미리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국내발행채권 투자’라는 빈틈을 만들어놨다는 걸 알 수 있었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NH투자증권은 이에 대한 검증 없이 판매직원들이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설명하는 기초가 되는 숙지자료에는 투자대상을 다르게 기재했다.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들은 상품숙지자료를 토대로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설명하고 권유한다. NH투자증권 일부 PB들은 이 자료를 투자자들에게 상품설명서와 같은 용도로 발송하기도 했다.

이 자료에는 “본 펀드는 블라인드 펀드로 운용사와의 협약에 의해 신탁명세서 제공 및 매출채권 원보유사 확인, 편입자산 비중에 대한 공유가 불가하니 이 점 감안하고 판매해달라”며 “다만 펀드솔루션부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편입자산 내역에 대해서 직접 확인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옵티머스 크리에이터펀드 NH투자증권 상품숙지자료.이미지 확대보기
▲옵티머스 크리에이터펀드 NH투자증권 상품숙지자료.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매출채권 조기상환, 편입 지연 등의 경우 수익률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운용의 유연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국내발행 채권 및 현금성 자산 등을 투자대상으로 넣는다”며 “통상적으로 증권사는 펀드 투자제안서와 규약에 주요 투자대상뿐만 아니라 유동성 자금 운용을 위해 채권, 예금 등 다양한 투자 자산을 표기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이 때문에 사기를 사전 인지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숙지자료는 내부직원들에게 마케팅 포인트를 이해시키기 위해 주요 내용만 요약해서 안내하는 사내게시물일 고객에게는 투자제안서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덧붙였다.

이번에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는 NH투자증권이 대부분 판매하고 신탁업자는 하나은행이, 일반사무관리회사는 예탁결제원이 맡았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펀드 모집 당시 편입자산의 95%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고 설명하고 연 2.8~3.2% 수준의 목표 수익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펀드명세서나 상품설명서와 달리 실제로 펀드가 투자한 자산은 대부디케이에이엠씨,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엔드류종합건설(현 부띠크성지종합건설), 라피크 등 대부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체와 같은 비상장사의 부실 사모사채였다.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와 양도통지확인서, 펀드 자산명세서 등 서류는 위조됐다.

◇ 옵티머스 부실투자 가능케 한 ‘무검증’

이 같은 ‘위조’가 가능했던 건 펀드의 실제 편입자산을 검증한 운영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운용사가 운용지시를 내리면 신탁업자는 지시에 따라 자산을 실제 매매하고, 운용사는 운용 내역을 사무관리회사에 통보한다. 사무관리회사는 이를 토대로 펀드 기준가와 수익률 등을 산정해 운용사에 제공한다.

우선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하나은행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비상장사 사모채권을 매입하라는 운용지시를 내릴 수 있었던 데는 두 회사가 맺은 신탁계약서에 투자대상으로 국내 발행채권이 기재돼 있었던 점이 근거가 됐다.

예탁원에는 이러한 내용이 공유되지 않는다. 이에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하나은행에 사모채권 매입 지시를 내리고 예탁원에는 펀드 자산명세서 종목명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기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다.

예탁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지시에 따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자산을 등록하고 기준가를 산정해 펀드 자산명세서를 작성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운용사로부터 종목명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지정해달라는 요청 메일을 받고 확인해 보니 운용책임자로부터 사모사채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실질이 있고 복층구조라는 설명을 들어 요청 내용대로 입력했다”며 “종목코드 생성 시 사채인수계약서를 받더라도 내용을 검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펀드명세서에 적힌 자산 내역을 믿고 펀드를 팔았다는 게 NH투자증권 측의 주장이다.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일 “사무관리회사로부터 받은 펀드 명세서에 잔고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돼 있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고객들이 손해를 봤다”고 해명했다.

◇ 신탁업자 책임 아예 없나…선관의무 다했나 지적도

신탁업자는 운용사와 신탁계약 하에 신탁재산 보관·관리, 자산운용지시 실행(취득 및 처분), 자산운용행위 감시, 펀드재산 평가·기준가 검증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자본시장법 제247조에 따르면 집합투자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탁업자는 집합투자업자(운용사)의 운용지시나 운용행위가 법령, 집합투자규약 또는 투자설명서 등을 위반하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하고 철회, 변경 또는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단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감시의무가 특례조항으로 면제됐다.

시장에서는 하나은행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운용행위를 감시할 의무는 면제되지만 신탁업자로서의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는 다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시장법 244조는 신탁업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집합투자재산을 보관·관리해야 하며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법률 전문가들의 중론은 자본시장법상 하나은행의 운용행위 감시 의무는 면제된다고 해도 선관주의 의무는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은행 내부규정에도 신탁재산 보관·관리지침에 따라 매월 정기적으로 잔고 대사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판례에 따르면 신탁업자의 선관의무는 운용사의 지시를 벗어나지 않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탁재산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 하에 한 행위”라며 “선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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