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중심 영업 모델을 강화해 오던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NH투자증권 사장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5000억원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에 휘말리면서다. 이번 사태로 최우수(VIP) 고객 이탈과 평판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정 사장은 우선 자산회수에 전념하기로 했다. 단기자금을 투자한 고객들에 대해서는 긴급대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편입 자산의 95%가 한국도로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고 설명하고 연 2.8~3.2% 수준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펀드명세서나 상품설명서와 달리 실제로 펀드가 투자한 자산은 대부디케이에이엠씨, 씨피엔에스, 아트리파라다이스, 엔드류종합건설(현 부띠크성지종합건설), 라피크 등 대부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체와 같은 비상장사의 부실 사모사채였다.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와 양도통지확인서, 펀드 자산명세서 등 서류는 위조됐다.
NH투자증권은 자신들도 운용사에 속았다는 입장이지만 피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판매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완전판매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약 800명으로, 투자금액은 2100억원 수준이다.
결국 이번 사태에 대한 NH투자증권의 책임 유무를 따질 결정적인 변수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서류를 위조했을 가능성을 NH투자증권이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우선 펀드 자산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은 운용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자산 내역 파악과 동결, 가압류를 마쳤다. 관련자 신변을 확보해 개인 자산 추적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조만간 삼일회계법인 선임을 마무리하고 펀드 자산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단기자금을 투자한 피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긴급자금 대출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단기자금으로 투자해 자금 계획에 문제가 생긴 고객들에 대해 긴급대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러나 폐쇄형펀드에 대한 펀드담보대출이 불가해 다른 대안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안의 경우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펀드 피해 고객에 대한 보상 문제와 관련해 “대표이사 혼자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관련 사항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판매사로서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도의적인 문제와 법리적인 문제가 동시에 존재하는데 괴리가 크다. 내부적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있으니 조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내주 보상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이날 정일문 사장 주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열고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투자자들에게 원금 70%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회계법인을 통해 자산 회계 실사를 진행해 회수 가능 금액을 평가할 계획”이라며 “자산회수를 최우선 목표로 최선을 다해 이른 시일 내에 보상안도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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