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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정책해설] 홍남기 부총리의 고집

기사입력 : 2020-04-23 17:39

(최종수정 2020-04-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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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5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결국,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는 전 국민으로 확대된다. 대신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를 받는다. 절충안은 정부와 여당의 대립 끝에 나왔다. 여당 쪽에서 제안한 방안이라고 한다. 지급 범위를 확대하자는 방안에 끝내 반대했던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 부총리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마음을 비운 모양이다. 계기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진 때였다. 지난달 12일, 정부는 11조7천억 원 규모의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당이 18조 원으로의 증액을 요청했지만 홍 부총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남기 부총리의 완강한 입장을 전해 들은 이해찬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추경안 규모가 작다며 홍 부총리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고 분노했다. 이해찬 대표의 말을 알게 된 홍 부총리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즉시 SNS를 통해서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부총리가 마음을 비운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 2차 추경안이 제출됐다. 갈등은 격화됐다. 총선에 압승한 여당은 선거 기간 중 내건 공약인 전 국민 대상 지급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는 야당과의 합의를 전제로 내세우며 70% 지급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집권 여당과 기재부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낯설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아니다. 성실하면서 겸손하고 어떤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 되도록 충돌을 피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완강한 입장에서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홍남기 부총리의 고집에 이유가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홍 부총리는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줘야 할 국가 예산을 선심성으로 지급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 국민 대상 지급은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코로나 19가 조금 가라앉고 나면 정말 본격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예산을 집중해야 하는데, 그 때를 대비해 쓸 실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한다. 사실 산업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증자도 필요한데 당장은 돈이 없어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홍남기 부총리 홀로 외롭게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홍남기 부총리가 고집을 부리며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건 아니다. 대통령은 사실 이 문제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닫기김상조기사 모아보기 정책실장에게 맡겨놓은 상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김상조 정책실장은 재정 건전성 문제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당초 기재부는 재정 여력이나 효과를 감안해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50% 이하에만 지급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80%를 주장했고, 결국 그나마 중간선에서 타협한 것이 70%였다. 아무래도 선거를 앞둔 여당의 요구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기재부는 이미 양보를 한번 했다고 생각한다. 70%를 마지막까지 당에 요구한 이유다. 이 회의에 참석한 김상조 실장은 논의과정에서 당 쪽의 편에 서지 않았다.

재난지원금을 소득에 따라 준다는 것도 알고 보면 준비가 된 방안은 아니었다.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이후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자리에서, 정부의 누구도 소득 하위의 정확한 기준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없었다. 브리핑을 주재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능후닫기박능후기사 모아보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마이크를 넘겼고 마이크를 넘겨받은 박 장관은 ‘일상적인 소득’이라는 상식 밖의 답변을 해야 했다.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라는 걸 들킨 모습이었다. 다음 날,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의 부연 설명도 마찬가지였다. 긴급한 문제인 만큼 재산을 소득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결국 틀린 얘기를 한 셈이 됐다. 예산을 담당하는 차관이지만 정리된 방안을 갖고 있지는 못했다. 물론 기재부라고 해서 구성원 모두가 같은 의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예산실과 정책실의 생각은 약간 달랐다. 하지만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거부감을 드러냈다.

홍 부총리는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는 사람은 아니다. 대통령 자신, 스스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70% 지급 계획이 담긴 2차 추경안을 의결하면서 100% 확대 여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는 부정적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 지원금 지급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을 비롯한 적지 않은 진보학자들이 김상조 실장에게 아이디어로 제시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김상조 실장은 이런 아이디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상조 실장은 전 국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약속은 정략적인 판단이며 기본적으로 경제가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보다는 차라리 피해업종과 저소득층, 실직자에 지원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추경을 증액하는 문제 역시 김상조 실장은 부정적이었다.

김상조 실장과 홍 부총리의 생각이 같은데 경제전문가도 아닌 대통령이 다른 입장을 갖기는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 중심의 경제 중앙대책본부 설치를 지시했다. 대통령은 홍 부총리의 입장에 반대하고 있지 않다. 사실 청와대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껄끄럽다. 70% 지급이란 원안을 경제부처의 반대를 무릅쓰고 청와대가 스스로 뒤집으면서까지 재정 건전성 악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의식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반응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있다면 검토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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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前 인하대 겸임교수/前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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