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이후 거래 절벽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나는 흐름이 뚜렷하다.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서울 지역 강북·서남권, 노·도·강 등 외곽 지역에는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토지거래허가(토허) 신청은 시행 한 달도 안 돼 3000건을 넘었다. “지금 아니면 사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불안과, 대출이 가능한 매물에 실수요가 몰리는 구조가 맞물린 결과다. 규제가 전반의 열기를 꺾기보다 특정 가격대의 수요를 압축해 몰아넣는 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반면 부동산 정책 신호는 시장에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 투기 차단이라는 명분과 달리,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허제 등 3중 규제는 실수요와 투기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광범위하게 작동했다. 강남권 매입은 사실상 차단된 반면, 중저가 지역은 가격 상승 우려와 FOMO 심리가 결합해 오히려 수요가 집중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규제가 시장의 ‘온도’를 고르게 낮추는 대신 특정 구간을 압력 밸브처럼 밀어 올린 것이다.
정책 신뢰의 문제도 시장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규제 시행 직전의 공직자 갈아타기·절세 매도 논란은 “정책은 시장을 통제하지만, 정책 담당자는 시장의 룰을 따르지 않았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시장은 정책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을 먼저 평가한다. 신뢰가 흔들린 정책은 그 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번 디커플링 현상은 단지 유동성 환경의 차이가 만든 것이 아니다. 정책이 증시에는 동력을 제공했고, 부동산에는 억제 장치를 집중 투입하면서 두 시장의 온도차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됐다. 생산적 금융을 육성한다는 명분 아래 자산 이동 경로가 사실상 정책적으로 설계되면서 시장의 자연스러운 균형이 흐트러진 측면도 크다.
정책은 이제 원칙을 되찾아야 한다. 실수요자를 시장의 중심에 놓는 대출 규칙 재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생애 최초 구입, 1주택 갈아타기, 다자녀 가구 등 명확한 실수요 목적을 가진 계층에는 DSR·LTV 기준을 세분화하고 장기·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여 상환 위험을 구조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이는 규제 완화가 아닌 정책 목적의 정교화다.
‘10·15 대책’ 발표 이후 외곽과 비규제 지역만 뛰는 풍선효과가 반복되며 시장 왜곡은 더욱 심화됐다. 정상적인 가격 신호는 차단됐고, 거래 기반은 붕괴됐다. 주택은 주거재이자 자산, 보험, 사회적 지위를 동시에 갖는 민감한 재산이다.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시장 흐름을 왜곡하고,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두에게 불신을 초래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세제 개편은 더 근본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보유 주택 수 기준의 과세는 시장 왜곡을 낳기 쉽다. 총보유가액 기준으로 전환해 고가 1주택에는 응능부담 원칙을 적용하되, 다주택자라도 합산 가치가 낮다면 과도한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세제가 특정 계층을 겨냥한 징벌이 아니라 시장을 바로잡는 신호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중장기 로드맵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의 잦은 변경도 시장 혼란을 키운다. 규제의 강도보다 ‘변경 가능성’이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발표와 철회가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누구도 장기적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정책은 일관성에서 힘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책 입안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공직자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어떤 정교한 정책도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신뢰는 정책 효과의 선행 조건이다.
지금의 디커플링은 시장이 아니라 정책이 만든 틀에 가깝다. 시장은 늘 사실을 말한다. 숫자는 원인을 숨기지 않는다. 정책이 균형을 되찾는 순간, 시장도 본래의 순환 구조로 돌아갈 것이다. 코스피와 부동산이 함께 숨 쉬는 공정한 자산시장,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정책. 그 균형이 무너진 사다리를 다시 연결할 것이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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