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사상 첫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회사채 담보대출에 나선다. 한은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의결할 전망이다. AA- 등급 이상의 회사채를 담보로 만기 1년 이내의 대출프로그램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증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긴급대출 프로그램의 초안을 정부 측에 보낸 뒤 의견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은 한은법 제80조에 규정돼있다. 한은은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 이상의 찬성으로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업 등 영리기업에 여신을 제공할 수 있다.
한은은 임시 금통위 개최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나 금통위원 4명의 임기가 오는 20일에 만료되는 만큼 정부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긴급대출 프로그램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한은이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증권사에 자금을 직접 대출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은의 증권사 대상 직접 대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이 제80조를 적용해 영리기업 여신지원에 나선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합금융사 업무 정지와 콜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에 대해 진행한 대출이 유일하다.
한은은 담보채권을 AA- 이상 우량 신용등급으로 한정하고 담보인정비율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기는 1년 이내로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법 80조는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 만기를 정해두고 있지 않지만 64조에서는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을 만기 1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채 시장 주요 참가자인 증권사에 대해서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제도를 위기에 따라서 한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한은과 정부가 실무자선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이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이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 금통위 의결 후 증권사 긴급대출이 즉시 시행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개에 따른 회사채 시장 등의 신용경색이 나타나는 등 추가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안전장치로서의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은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과 한은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의 유동성 공급대책으로 채권시장이 일부 안정을 되찾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총재는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되고 있고 한은이 전액공급방식 RP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시장수요에 맞춰 확대 공급하고 있어서 그 결과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시장은 불안이 진정되고 있다”며 “그렇지만 코로나19의 향후 전개와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국내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남아있고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대출은 파생결합상품 마진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가능성으로 유동성 우려가 높았던 증권사의 유동성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는 증권사의 CP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부담을 낮춰 단기자금 시장을 점차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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