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증권사에 대한 대출제도를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과 같이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등을 직접 매입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추가금리 인하 등 정책 여력이 아직 남아있다고 진단하는 한편 상황에 맞춰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용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CP와 회사채 금리가 상당 폭 상승한 데 대응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증권사를 상대로 대출에 나설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 총재는 “한은법 80조를 통한 특정 기업에 대한 여신은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통상적인 기능을 넘어서는 이례적인 조치”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의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같이 SPV를 통해 CP나 회사채 등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도입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연준이 그랬듯이 특수목적법인을 정부 보증 하에 설립하는 것은 상당히 효과가 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비금융기관에 대한 특별대출 등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그 자체는 한계와 제약이 있다. 연준과 같이 정부의 신용보강을 통해서 시장안정에 대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고채를 적극 매입해 시장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총재는 “회사채 직접매입은 법적으로 제약이 있는 게 분명하다”며 “국고채의 경우에는 국고채 수급 안정과 시장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이날 오후 국고채 매입 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0.75%로 동결하기로 의결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춘 데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을 통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하는 방안도 대놓은 만큼 당분간 정책효과를 지켜보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 결정 배경에 대해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영향으로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이 기존의 전망경로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한 재정·금융·통화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보면서 정책 방향을 판단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국내경제는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경기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충격이 셀 것으로 보고 우리 경제도 이런 어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얼마큼 더 진행되고 어느 정도 확산될지 등 진전에 따라 우리 경제의 앞으로 흐름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인 2.1%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전문가 의견을 기초로 한 기본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2분기 중에는 진정돼서 3분기에 들어서면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된다고 하는 전제”라며 “그런 가정 하에서 전망해보면 국내경제가 올해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1%대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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