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보험사들에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사상 첫 0%대 금리가 적용된 것이다. 고객들에게 걷어들인 보험료 일부를 채권 등에 투자해 이익을 내는 보험사들은 '초저금리'에서 이차역마진 우려가 더 커졌다. 수익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후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1.25%에서 0.75%로 50bp 인하했다. 사상 처음 '0%대 금리'에 진입하면서 이차역마진 폭이 커질 것을 우려한 국내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으로 손실 만회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구조가 고착화하자 생보사들은 최근 보험료 인상에 선제적으로 나선 상태다. 삼성생명은 오는 4월부터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예정이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이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금은 같아도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가 늘어난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내리면 보험료는 5∼10%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보험사들이 예정이율 인하로 얻는 효과가 예상보다 적어 인하폭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낮아져도 생보사는 수천억원대 손실을 보게 된다"면서 "기준금리가 0%대가 된 만큼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판매했거나 최저보증이율이 높은 상품을 가진 생보사들은 예정이율 인하폭을 더 크게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보험 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자산운용이익률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5%로 역대 최저를 기록중이다. 보험료 평균 적립이율인 4.25%보다도 0.75%포인트 낮은 수치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최근 발간한 '코로나19 사태가 금융부문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현 수준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이뤄질 경우 운용자산이익률 하락으로 인한 보험사들의 이차역마진 부담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이러한 요인은 손보사보다는 생보사에 더욱 크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손해보험사들도 보험료 인상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생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금리 영향을 덜 받지만, 손보사 역시 저금리로 인해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아진다면 보험료를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에서다. 올 초 자동차보험 등 손해율이 치솟던 손보업계는 보험료 인상을 통해 간신히 손실 폭을 줄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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