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프로야구 아홉 번째 구단인 NC다이노스를 창단한 것도 이같은 지향과 무관하지 않다. 시작은 온라인 세상에서 창출할 수 있는 가치에 집중했고, 그 다음 온라인을 넘어 현실세계에도 새로운 즐거움을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
플랫폼 경계 허무는 글로벌 브랜드
“PC부터 모바일, 콘솔까지 플랫폼의 경계를 뛰어넘는 글로벌 종합게임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출시한 신작 리니지2M은 게임을 안다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인정하는 ‘대박’ 게임이다. 비록 지난해 연매출 2조원 돌파엔 이르지 못했지만, 매출 1조 7,012억원에 4,7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순이익으로 3,593억원을 남겼다.
리니지2M은 판매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하루 평균 50억원씩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전작인 리니지M이 적시에 업데이트를 단행한 덕에 4분기 매출이 반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리니지M-리니지2M 형제들이 엔씨소프트의 저력을 웅변해줬다는 평가다.
리니지M-리니지2M 주력 게임에 더해 올해는 늦어도 하반기 중 신작 게임으로 파란을 몰고 올 기세다. 김택진 대표가 임직원들과 함께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으로는 아이온2와 블레이드앤소울2, 블레이드앤소울S·M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출시 예정작 모두 엔씨소프트가 PC게임으로 출시했던 주요 IP들이다. PC게임으로 성공을 거뒀던 IP들이기 때문에 모바일게임 흥행은 떼어놓은 당상일 것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차기 신작이 무엇이라고 확답을 주진 않았지만 ‘블레이드앤소울2’처럼 국내는 물론 해외 매출 기대치가 높은 신작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블레이드앤소울2는 중국인이 선호하는 무협 장르인데 PC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이 중국 시장에서 큰 흥행을 거뒀던 사례가 있는 만큼 모바일게임 버전의 해외 매출 기여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 깊고 강렬하게 파고들기 넘봐
최근 들어 김택진 대표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실적 반등을 일으키기 위해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백방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올해 안에 ‘프로젝트 TL’의 CBT를 통해 콘솔까지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리니지2M을 글로벌 각지에 출시할 예정이다. 대만과 일본에서만 서비스를 확대했던 리니지M 때와는 크게 다른 부분이다.
김 대표가 이렇게 가닥을 잡은 배경에는 ‘리니지 2’ IP 인지도가 국내보다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 크다는 사실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리니지 2M이 이번 1분기에만 하루 평균 35억원의 매출에 연간 매출 규모도 하루 33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이 같은 기대치도 짠물 전망치에 불과하다.
만약 ‘공성전’ 업데이트를 진행할 경우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고 해외 서비스 출시까지 나설 경우 더욱 크게 불어날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신작 효과까지 잘 받쳐 준다면 김택진 대표가 추구하는 당면 목표 글로벌 게임 강자로의 발돋움에 성공하는 원년이 바로 올해일 수도 있을 전망이다.
개발자 김택진, 리니지 신화 주역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CEO인 동시에 대표적인 개발자다. 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으로 게임산업에 뛰어든 김 대표의 이력은 매우 유명한 케이스다.
더 주목 받는 것은 김 대표 스스로 CEO로 불리기보다 ‘게임 크리에이티브 최고 책임자(CCO)’로 불리기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김택진 대표는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다니던 중 서울대컴퓨터연구동아리(SCSC)에서 활동하면서 ‘아래아 한글’ 개발에 동참해 모국어를 표기할 글자가 있고 그 글자를 작업하는 워드프로세스 프로그램까지 독립한 대한민국 위상을 일구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
이후 산업기능요원으로 현대전자에 입사해 보스턴 R&D 센터에서 인터넷을 접한 후 국내로 돌아와 국내 최초의 인터넷 기반 포털 서비스 아미넷을 개발한 경력이 있다.
아미넷을 둘러싼 현대전자와 현대정보통신이 주도권 다툼이 길어지자 김 대표는 자본금 1억원으로 동료 16명과 엔씨소프트를 창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창업 이듬해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를 만나 게임 개발에 파고든 끝에 출시한 게 바로 리니지다. 리니지가 ‘초대박’ 흥행을 이어간 덕에 2000년 코스닥 상장, 2003년 유가증권시장으로 무대를 옮겼고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게임 기업 위상 굳히기에 들어갔다.
게임 넘어 이젠 ‘AI 주도자’ 비전
여기다 김택진 대표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AI 센터를 가동하면서 또 한 차례의 환골탈태를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블레이드앤소울의 비무에 이어 리니지2M에도 AI 기술을 적용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고 덕분에 게임의 재미가 더해졌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AI TF팀을 신설한 시기는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이 관심을 끌기도 전인 지난 2011년. 김 대표는 이 TF를 이듬해인 2012년 AI랩으로 격상시켰고 2016년엔 AI센터로 확대했다. 이 사이 2015년 AI랩 산하에 신설했던 NLP팀은 2017년에 NLP 센터로 확대개편했다.
엔씨소프트 AI센터와 NLP센터 산하에는 게임·스피치·비전·언어·지식 AI랩 등 5개의 랩에 AI 연구 인력만 150여명이 집결된 가운데 미래 가치 창조에 한창이다.
그 덕에 김택진 대표는 게임 개발 중 무수히 반복되는 수작업을 AI 기술로 줄임으로써 게임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을 평정하게 된다면 김택진 대표 위상은 AI산업 대표적 선도자로 손꼽히는 일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글로벌 종합게임’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AI 산업 선도자로 올라서는 베이스캠프 노릇을 할 전망이다. 그는 당당히 말한다. “위대한 도약을 해나가는 엔씨소프트의 도전을 지켜봐 달라”고.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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