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상반기 신흥국 국채가 유망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국가별 차별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신흥국 채권의 대표주자는 브라질이었다.
브라질 채권은 2010년 이후 10% 안팎의 이자를 무기로 국내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자소득, 매매차익, 환차익에 대해 한도 없이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2020년 브라질 헤알화는 신흥국 중 달러 대비 ‘나 홀로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지난해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따라 신흥국들도 금리를 크게 내렸던 반면, 올해는 대부분 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들면서 일부 국가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는 신흥국 중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주목했다. 박승진 연구원은 “브라질은 최근 불안정한 환율 흐름으로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아졌지만 점진적으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면서도 “제2의 브라질로는 통화정책 측면에서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채권이 유망하다”고 꼽았다.
“쌀 때 사자” 리스크 대비하는 미국 채권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소폭 완화되고 미·중 무역분쟁도 일부 해소되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은 약보합세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독일 등의 금리가 상승하면서 선진국 채권시장은 주춤한 모습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은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이 많아 언제든 다시 갈등이 야기될 수 있는 점을 주목한다.
미국 대선에 따른 정치적 불안 요인도 웅크리고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위험자산 선호는 소순환 사이클상의 단기적인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란 한계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불안정한 상황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하반기 다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질 수 있어 미국 채권을 쌀 때 사두는 전략도 유효하다는 관점이다. 하반기에는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승진 연구원은 “미국 채권 중 투자등급 회사채를 우선 주목하라”고 말했다. 투자등급 회사채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보다 안정성은 낮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수익이 기대된다.
박 연구원은 “2019년 금리 인하로 채권가격이 비싸졌지만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 17일까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투자자들이 거둔 수익률은 약 14.6%. 반면 2019년 러시아 채권 투자의 누적 수익률은 30.74%에 달한다.
터키를 제외한 주요 신흥국 대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0년에도 러시아 채권의 강세 현상은 지속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 중 재정·통화 완화 정책 기조 유지는 물론 충분한 완화 여력 보유가 차별점으로 부각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돌출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판단되고, 환율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환율은 제한된 변동성 영향으로 62~65루블 박스권 등락이 전망된다.
시티그룹에 의하면 2020년 러시아 기준금리는 6.0% 하회할 전망이다. 최근의 저물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0년 초반에 6.0%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3%였던 멕시코의 기준금리는 2018년 말 8.25%까지 인상됐다. 2019년 7월부터 멕시코도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동참했다.
멕시코 기준금리는 12월에도 인하가 이어졌고, 2020년에도 두세 차례 25bp(0.25%)씩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멕시코 주가지수는 지난해 이래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최근 소폭 반등했다.
2019년 중반 이후 산업생산 지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실질 임금 증가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소비지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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