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수주 대부분이 유럽 선주사로부터 나오는데, EU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시장 독점’을 우려하며 깐깐한 시장 진입 기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 “EU 심사 중요…日은 상대적 후순위”
기업결합 심사는 주식 교환을 통한 인수합병의 전제조건이다. 주요 매출국에서 진행하는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한 뒤에야 산업은행과의 주식 교환 과정을 거쳐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다.
올해 안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초대형유조선(VLGC) 부문에서 현중이 거머쥐게 될 예상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영국 클락슨리서치 기준). EU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시장 진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럽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EU 심사 절차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해 나가고 있다.
오해가 불거질 만한 보도가 이어졌지만, 사실 이번 일본 정부의 행동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과 전혀 관계가 없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기업결합 심사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체는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로, 독립된 행정위원회인 이곳에서 독점금지법을 근거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승인 및 일본 시장 진입 가능 여부가 판가름 난다.
◇ “日 LPG선 발전 부진, 韓 새로운 기회”
한국 조선산업을 상대로 한 일본의 WTO 제소는 몇 십 년 째 이어져 왔지만, 이번에 일본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려는 기업 활동 자체를 문제 삼아 빈축을 샀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의 기업결합을 문제 삼으려는 배경에 일본 조선기업들의 경쟁력 악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추진하며 몸집을 불리려는 동안 세계 조선 산업 트렌드는 변했다.
특히 LPG를 운반하는 VLGC 선박 추진 연료를 기존 벙커유에서 액화석유가스(LPG)로 대체하는 최신 VLGC 건조 기술이 등장하며 세계 초대형 유조선 시장은 ‘新조선’으로 재편되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WTO 제소와 두 기업의 기업결합은 관계가 없다. 다만 일본 조선기업들이 기술력의 한계로 선박건조능력을 잃고 ‘新조선시장’에서 이탈함에 따라 LPG 연료 추진 VLGC선 건조 능력이 출중한 한국 조선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환경오염 위험이 적고 적재 부담이 적은 LPG 연료 추진 VLGC선으로 노후 LPG 운반 선박을 교체하려는 선주사들의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특히 65K급 초대형 LPG 운반용 VLGC선 선주사들이 선령 노후화에 따른 교체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일본, 태국 선주사를 비롯해 1년 발주 규모만 최대 24척 정도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 두 기업 합치면 시너지 효과 기대
올해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선박 부문 수주 목표는 159억달러다. 대우조선해양은 72억달러다. 두 회사가 한솥밥을 먹게 되면 약 231억달러 규모가 된다.
세계적으로 한국 조선기업은 경쟁력이 있다. 중국은 저가에 만들기 쉬운 컨테이너선, 벌크선 위주로 전 세계에서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내실 위주 수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일본과 유럽이 장악하고 있는 유람선 시장을 피해 LNG선과 VLGC선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박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월등하다. 각 지역의 기업결합 심사만 잘 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권오갑닫기권오갑기사 모아보기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으며, 기술조선의 새 역사를 이끌 한국조선해양을 출범시켰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경영상황은 쉽지 않겠지만, 각 사업별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경쟁력 제고의 기틀을 마련해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힘을 모아 노력한다면 충분히 그룹 전체 매출 46조6,600억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조은비 기자 goodra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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