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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최악 업황…신동빈, 공격투자 ‘묘수’ 고심 거듭

기사입력 : 2020-02-24 00:00

(최종수정 2020-02-2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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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악재 극복 이후 사업 재도약 ‘숙고’
규모경제 넘어 고부가·신소재 M&A 주시
체질 개선 대형 M&A 병행 동남아 제3국 투자 임박

롯데케미칼 최악 업황…신동빈, 공격투자 ‘묘수’ 고심 거듭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을 진정한 ‘화학거인’으로 키워내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커녕,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미국·중국기업의 공격적인 증설에 따른 경쟁 심화, 미중무역 분쟁 등에 따른 수요부진 만성화, 핵심수요처 중국에 닥친 신종 코로나 사태 등이 그 이유다.

결국 공격적인 M&A를 통해 롯데케미칼 덩치를 키운 신 회장이 이번엔 고부가가치 제품과 성장시장이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이익 추세, 바닥 다지기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이 15조3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줄었다. 지난 2015년 이후 4년만에 처음 매출 감소세를 겪었다. 같은해 영업이익은 1조1200억원으로, 저유가 바람을 타고 최고실적을 남긴 2017년(2조9000억원)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부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 경쟁업체들이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미국 ECC 업체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수요 둔화도 장기화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은 최대 수요처인 중국 경기를 악화시켰다. 사우디아라비아 드론 테러와 미국·이란 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도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문제는 이러한 업황 둔화 국면이 향후 2~3년까지 계속 된다는 전망이다. 당장 중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공장 가동 차질과 수요악화로 올 상반기 국내 석유화학업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심화 기조가 지속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를 중심으로한 에탄크래커(NCC) 증설경쟁으로 2023년까지 공급과잉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동빈 ‘빅딜’ 고도화 박차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원유를 원료로 한 범용제품 중심의 성장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경쟁이 가시화하며 위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그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사업 확장을 이어온 롯데케미칼도 이같은 변화하는 산업 맥락에 발맞춰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2016년 약 2조8000억원을 들여 삼성 화학계열사 ‘빅딜’을 주도한 것은 롯데케미칼이 고부가가치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케미칼은 올초 롯데첨단소재(과거 삼성SDI 케미칼부문) 합병을 마무리 지었다. 2016년 지분 90%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나머지 10%를 모두 사들인 것이다.

롯데첨단소재는 ABS·PC 등 자동차·전자제품용 플라스틱 소재에 강점이 있다.

지난해말 롯데케미칼이 배터리·반도체 소재를 주력으로 하는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뛰어 든 것도 전통 석유화학기업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미국 투자는 원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롯데케미칼은 3조6000억원을 들여 미국 셰일혁명 중심지 루이지애나에 준공한 ECC 신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ECC 공정은 화학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초유분을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 방식이다. 원유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NCC 보다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 ‘판’엎을 대규모 투자 모색

올해도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사업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2018년 10월 경영복귀와 함께 오는 2023년까지 총 50조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가운데 40%인 20조원을 화학분야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다만 올해 롯데케미칼이 확정한 설비투자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비교해보면, 신동빈 회장이 롯데케미칼 성장 전략에 대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최근 M&A를 전담하는 신사업부문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했다”면서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M&A를 모색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새로운 투자처는 동남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신공정에 대한 설비투자를 제외하면 좋은 M&A 매물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ECC는 현재 높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에틸렌 공급 과잉에 따른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 이슈를 제외하더라도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가능성이 낮다.

결국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와 계획을 확정한 인도네시아 외 제3의 신흥국 진출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권 정부가 한국석화기업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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