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 SARS)는 2002년 11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수개월 만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던 신종전염병이었다.
사스는 2002년 중국 남부의 광둥 지방에서 처음 발생한 질병으로 8천명이 남는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8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당국 발표를 기준으로 보면 우한 폐렴으로 28일 현재 100명이 약간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한 폐렴이 한국, 중국 등의 대이동일(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뒤 감염자가 얼마나 나올지, 한국이 사스 사태 때처럼 희생자 없이 이번 위기를 무난히 넘길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 전염병의 성장률에 대한 영향은...분기 성장률 급하게 위축된 뒤 빠르게 회복하는 패턴
하지만 확진자나 사망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안심하긴 이르다. 현재 우한 폐렴의 경우 확산 속도가 사스보다도 빠른 모양새다. 증가 속도가 줄어들어야 안심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
지난 2002년 11월 중국 내 최초의 사스 환자 출현 후 확진자가 1,000명으로 늘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개월이었다. 이에 반해 이번 우한 폐렴은 1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전염병이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과거 전염병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일단 전염병 확산으로 일정 부분 경기 위축과 심리 악화는 불가피다. 전염병이 유행할 경우 성장률은 일시 타격을 받은 뒤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
우선 가장 최근 성장률에 영향을 줬던 전염병인 메르스 사태 당시엔 국내 성장률이 큰폭 둔화된 이후 다시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르스 사태 때인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0.2%로 대폭 둔화됐으나 3분기 성장률은 1.5%로 크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사스의 경우 2002년 11월 첫 환자 발생 이후 2003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7월 미국에서 의심사례가 나타난 뒤 공식적인 추가 발병이 멈췄다.
한국은행 데이터를 보면 2003년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은 각각 -0.7%, -0.2%로 기록돼 있다.
지금은 낯선 일이 됐지만 당시 성장세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2001년 1분기부터 2002년 4분기까지 분기 성장률은 모두 1%를 넘었을 정도였다. 이후 사스 사태와 맞물려 2003년 들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2003년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1.9%, 2.6%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즉 전염병은 일시적으로 성장률에 타격을 입히지만, 잠잠해지면 기저효과 등으로 평소보다 높은 성장률 수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 전염병 공포시..금융시장은 일단 위험자산 매도 우위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될 경우 금융시장은 안전자산선호에 매진하게 된다. 국내 연휴 기간 안전자산의 대표인 미국채 시장으로 강력한 수요가 몰린 점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7일 7.76bp 하락한 1.6082%로 떨어졌다. 우한 바이러스가 국내 연휴기간 동안 빠르게 확산되면서 미국채 금리는 3일간 16.36bp나 급락했다.
채권가격이 급등한 반면 주가지수는 약세를 면치 못한다. S&P500지수는 22일과 23일 각각 0.03%, 0.11%로 소폭 오른 뒤 24일(-0.90%)과 25일(-1.57%)엔 낙폭을 키우면서 떨어졌다.
특히 외국인 매매에 크게 휘둘리는 국내 금융시장에선 이런 모습이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설 연휴 뒤 맞이한 시장에서 국내 코스피지수는 이날 12시 24분 79.9p(3.56%) 폭락한 2,166.23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3%를 넘는 급격한 하락세를 연출하면서 우려를 노출했다. 2시 30분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4,7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보이면서 한국시장에서 급하게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안전자산선호에 따라 국내 채권금리도 큰폭으로 빠졌다. 국고3년 금리는 1.3%대 중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런 경우엔 또 예외없이 정부가 최선을 다해 방역에 매진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내놓는다.
이날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도 "방역대응 예산 208억원을 신속히 집행하겠다"면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금융시장 영향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장 불안 확대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당국의 이런 발언들은 전염병 사태가 발생할 경우 예외없이 나오는 레파토리 중 일부다.
■ 단기적 주가 급락과 변동성 확대..길게 보면 저가매수 기회 가능성
전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외국인 매도, 선제 매도 후 상황 점검 의지 등으로 매수심리가 약해지면서 위험자산 가격 변수는 급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뒤 뉴스 플로우에 따라 시장은 한 동안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다가 원래 있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불확실성이 커진 구간에선 수급 흐름에 따른 손절이나 익절이 반복되면서 발빠른 대응의 중요성이 커진다. 이번 사태에서도 마찬가지 패턴이 이어질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화장품 등 중국과 연관성이 큰 분야 주식, 외국인이 많이 들고 있는 대형주 등의 가격 낙폭이 두드러질 수 있다.
일단 위험자산이나 중국 관련 주식에서 피해 안전자산에 몸을 의탁한 뒤 상황이 누그러졌을 때 다시 주식을 사는 게 유리하다는 진단이 많이 나온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한 폐렴 확산에 따라 주식투자자들은 1~2개월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고 2~3개월내 매수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염병 확산과 자연재해 발생은 변동성 장세를 야기하나 추세의 변화보다는 결국 매수 기회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과거 사스 사태 때는 단기적으로 3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노이즈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번엔 과거보다 전염병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개선된 점 등을 감안해 비교적 영향이 짧고 굵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초 사스 환자가 발생한 2002년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상해종합지수는 연말까지 약 15% 급락했다. 이후 4개월만에 전고점을 회복했으나 이내 하락세로 전환했다"면서 "본격적인 반등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사스 이슈가 완전히 진화되고, 펀더멘탈 우려가 해소된 2013년 4분기부터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한 폐렴이 언제 분기점을 맞을지 현재로선 상당히 불확실하다.
량줘웨이 홍콩대학 의학원장은 "우한폐렴 사태가 6월이나 7월까지 가야 소강기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4~5월 충칭,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현재까지 실제 확진 환자수는 중국 정부가 밝힌 수치보다 16배 가량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분위기 부화뇌동한 주식 저가매수 기회일 수도...채권매수는 시장쏠림 체크하면서 접근
주식시장에선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업종별 차별화 대응이 좋아 보인다는 진단이 많다.
예컨대 중국 관련성이 높거나 사람의 이동 등이 중요한 업종에 대한 매수는 일단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가격보다 가치가 더 떨어지는 종목이나 가격과 가치가 같이 떨어지는 종목들에 대해선 일단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여행, 유통, 중국소비주 등"이라며 "반면 비대면 쇼핑인 온라인 쇼핑의 경우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메러스 사태 당시 롯데쇼핑, 신세계, 이마트 등 백화점/대형마트와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적자전환한 반면 온라인쇼핑의 인터파크는 메르스 확산 기간 동안 오히려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반면 가격이 가치보다 빠르게 떨어진 종목에 대해선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 연구원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된다면 과연 반도체 업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까하는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우한 폐렴 사태로 인해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 섹터는 오히려 매수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자산인 국채 투자에 있어서는 당분간 채권 쪽이 피신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전염병 상황이 진정되면 가격이 되돌림 될 수 있다는 점도 감도 감안해야 할 듯하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한 폐렴의 치사율(3%내외)이 2003년의 사스(9.6%), 2015년 메르스(34.5%)보다 크게 낮고 중국 정부의 감염병 통제력이나 글로벌 공조도 강화됐으나 폐렴의 확산이 진정되기까지 펀더멘탈 불확실성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과거 글로벌 전염병의 충격이 단기에 그쳤다는 점에서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에 대해선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오늘은 연휴 후 곧바로 금리가 급락했기 때문에 채권을 더 매수하기 어려웠다"면서 "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될지 자신하지 못해 현재 금리 레벨에선 추격 매수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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