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도입과 더불어 불어닥친 대형화·겸업화 파고에도 변화가 크지 않았던 금융투자 업계가 자본시장법 도입에 이은 한국형 초대형IB 지정에 힘입어 본격적인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브로커리지가 대종을 이루던 수익구조에서 자산관리 업무와 다채로운 IB(투자은행) 업무에 기반한 수익이 불어나고 있다. 자본력 증폭의 강도와 속도가 다르고 조직과 인력 육성의 결이 다르고 그 만큼 다이내믹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은 수익력의 크기와 효율성에 주목해 증권업계 변화상을 조명하기로 했다. 업무 분야로는 개인고객 기반 비즈니스, IB 부문 두 가지를 살폈고 전체 영업수익과 자본 규모를 견주었다.
흔히 자기자본 기준으로 10대 증권사를 따로 구분해 왔는데 이번 이익창출력 비교 결과는 8위 안쪽에 드는 증권사와 10위 안팎의 회사들과 격차가 크다는 점이 확인되었기에 8강 증권사 개념으로 인식하기로 했다.
살펴보는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쟁강도가 가장 센 분야답게 최상위 2~3개 회사를 추격하는 대형사들 간에 혼전이 거듭되는 동시에 선두그룹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초대형사들마다 강점 분야가 다르고 해외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는데다 일부 대형사와 중대형사가 증자를 통해 사업규모와 주력분야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5년 뒤 업계 판도조차 불가해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 편집자 주 〉
지난해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반 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미래에셋대우는 5년 연속 선두를 유지했다. 국내 최대규모의 지점망과 네트워크의 저력이다.
NH투자증권은 비대면 채널 강화 전략에 힘입어 2위로 올라섰다.
KB증권은 근소한 차이로 NH투자증권에 밀렸지만 점유율을 10%대로 높이며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삼성증권도 신한금융투자와 2%포인트대 격차를 유지하며 선방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점유율 7%대를 살짝 넘기면서 ‘빅4’ 추격에 나섰다.
자산관리(WM) 수익 역시 대부분 증권사에서 감소세를 면치 못한 가운데 미래에셋대우가 명불허전 1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대우와 격차를 좁히면서 안정적으로 2위권에 머물렀다.
삼성증권은 2017년 한국투자증권에 추격당한 뒤 작년에는 신한금융투자에 밀려 4위로 떨어졌다. KB증권은 계열사 시너지 전략을 바탕으로 소폭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금융신문이 분석한 ‘주요 증권사 2015년~2019년 지분증권(위탁매매) 수수료 및 WM 수익’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3분기 누적 지분증권 수수료 수익은 총 1조705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연간실적인 3조7365억원보다 54.4% 감소했다. 향후 발표될 4분기 실적이 추가된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의 KB증권의 지분증권 수수료 수익은 1713억원으로 2018년 말(3450억원) 대비 50.4% 감소했다. 미래에셋대우도 2001억원으로 같은 기간 48.8% 줄었다.
이외에 NH투자증권(1720억원, -47.1%), 삼성증권(1564억원, -48.2%), 신한금융투자(1213억원, -48.2%), 한국투자증권(1152억원, -46.2%), 대신증권(883억원,-47.9%), 유안타증권(839억원, -48.3%), 하나금융투자(693억원, -46.7%) 등도 절반 수준의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거래대금이 감소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기반이 약해졌다.
2018년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 활황으로 약 14조원까지 치솟았던 주식시장 일평균거래대금은 2019년 상반기 9조4000억원, 3분기 8조6000억원으로 큰 폭 낮아졌다.
KB증권 관계자는 “증권수수료수익 감소는 2018년 상반기 주식시장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와 개인 거래대금 급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수수료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며서 업계 전반 평균 수수료율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2018년 대비 2019년 일평균 거래대금이 감소했고, 저가·무료 수수료 기반의 비대면 채널 확대에 따른 전체 브로커리지 수수료 마진율 지속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키움증권(-34.7%)은 타 증권사 대비 제한적인 감소 폭을 보였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비대면 계좌개설 이벤트, 주식 옮기기 이벤트 등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키움히어로즈 미디어 노출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제고로 고객기반이 확대됐다”며 “고객 요구에 따라 실전투자대회를 연중 2회 실시해 건전한 투자 문화 조성 및 거래 활성화하는 한편 다양하고 재밌는 고객 사은 이벤트를 통해 거래를 활성화한 점도 시장점유율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지분증권 수수료 수익 시장점유율은 미래에셋대우가 11.73%로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5년부터 5년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브로커리지에 강자였던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합병을 통해 출범한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점망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의 투자목적과 성향에 부합하는 최고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해외위탁 자산은 2019년 3분기 말 7조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자산규모 및 약정에서 모두 업계 내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10.08%의 점유율로 2018년 3위에서 2위로 격상했다. 비대면 채널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채널 고도화를 실시한 영향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 경험 고객이 확대됨에 따라 추가적인 고객 유입이 꾸준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NH투자증권에 소폭 뒤진 10.04%를 기록해 3위로 떨어졌으나 2017년 삼성증권 추월해 3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KB증권 역시 시장점유율 확대와 고객군 확대를 위해 비대면 채널 서비스와 사업 강화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증권(9.17%), 신한금융투자(7.11%), 한국투자증권(6.75%), 키움증권(6.45%), 대신증권(5.18%), 유안타증권(4.92%), 하나금융투자(4.06%), 메리츠종금증권(2.28%) 순이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WM 수익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래에셋대우의 WM 수익은 2018년 연간 1689억원에서 2019년 3분기 누적 1234억원으로 26.9% 감소했다.
단 4분기 실적까지 합쳐질 경우 전년 수준의 수치를 달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에셋대우는 WM 수익 감소에 대해 라임자산운용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인해 파생결합상품의 발행·상환이 위축되면서 이와 관련한 세일즈 마진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1018억원, -20.8%), 신한금융투자(822억원, -17.3%), 삼성증권(757억원, -25.5%), 하나금융투자(651억원, -20.3%), NH투자증권(622억원, -20.5%), 교보증권(275억원, -30.6%)도 뒷걸음질 쳤다.
이 가운데 KB증권은 488억원을 기록해 2018년 연간실적인 478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KB증권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수익 안정성을 추구하고 성장성을 도모하기 위해 단순 위탁업무보다는 자산관리 중심의 WM 트렌스포메이션(전환)을 지속 추진 중”이라며 “이와 함께 은행을 비롯한 전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지속 강화해 금융상품 판매와 잔고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319억원에서 343억원으로 7.5% 늘어난 실적을 냈다.
규모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대우는 2015년~2019년 3분기 누적 기간 중 부동의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전략에 대해 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우량 자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고객의 성공적 자산운용을 위해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IB, 트레이딩을 연계로 한 혁신적인 상품을 제공해 고객의 자산관리 영역을 보다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5년간 자산관리 수익 1000억원대를 유지 중이다. 2015년부터 리테일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종합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한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2017년 5위에서 2018년 4위로 오른 후 2019년 3분기 누적 기준 삼성증권을 제치고 3위로 했다. 그룹사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을 확충한 영향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2017년 647억원에서 2018년 782억원으로 증가했다가 과정가치를 도입한 2019년 이후로도 3분기 누적 기준 622억원을 기록해 선방했다.
NH투자증권은 관계자는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고객 중심 영업을 통해 전체 고객 자산이 지속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산관리 수익도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한 IB사업부의 소싱 역량과 WM사업부문의 자산관리 역량에서 시너지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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