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듯 원금에 손실이 생기면서 은행판매의 문제가 제기되자 은행에게 손실 배상을 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 과정을 알아본다.
DLF는 일반인들이 구조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상품이다. 독일국채 10년물에 연동된 펀드는 만기가 6개월인데, 독일국채 10년물 금리가 –0.27% 이상이면 6개월에 2.25%, 연 수익률로 4.5%를 지급한다.
그러니까 독일국채금리가 안정만 된다면 정기예금보다는 낫다고 본 것. 우리나라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생소해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사실 이 펀드는 금리가 내려가면 최대 97.75%까지 손실이 날 수 있는 펀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미국, 영국이라는 국가의 신인도가 워낙 커 금융위기와 같은 큰 위험만 없다면 해외 금리는 안정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저성장으로 흐름이 바뀌고 금리가 추락 함에 따라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
은행의 잘못은 무엇일까
두 번째로, 판매직원들의 불완전 판매도 중요한 문제였다. 상품을 판매하기에 앞서 투자자의 정보를 확인하고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인 만큼 손실을 감내할 수준이 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데, 이러한 적합성 원칙의 판단을 은행직원이 스스로 공격투자형으로 임의 기재한 사례가 있었다.
또한 상품의 내용을 설명할 때도 ‘손실확율 0%’, ‘안전한 상품’ 등으로만 강조할 뿐,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 등의 투자위험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책임도 컸다.
특히 이러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은행 차원의 상품선정위원회에서 꼼꼼한 심의와 리스크 분석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이 부실했고, 본점의 판매정책에 있어서는 판매 목표를 확대하고 정기예금 선호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등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선호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으로 권유함으로써 은행차원의 수수료 수익 확대에 치중한 것이 다수의 불완전 판매 피해자를 양산했다.
그 결과 이번 배상은 은행 본점차원의 내부통제 부실책임을 물어 처음으로 20%를 책정했고,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 판매한 책임과 설명을 제대로 안 한 경우의 책임을 30%로 해 기존 분쟁조정시의 배상 기준을 그대로 준용했다.
그 외에 초고위험 상품의 판매책임을 5% 추가해서 은행의 총 책임을 55%로 보았다.
여기에 투자자의 책임을 가감해 은행책임을 최저 20%에서 최고 80% 범위 내로 결정을 한 것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 결과다.
80% 배상 어떻게 받나
은행이 DLF투자에서 손실을 본 고객에게 배상하는 기준은 상품 선정과 리스크 분석 미흡에 대한 책임을 최소 20%로 하고, 그 외 추가 배상여부는 투자자와의 거래 상황에 따라 가감하게 된다.
그 중 추가로 배상을 더 받을 수 있는 요인은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에게 설명을 소홀히 하였거나, 판매 후 확인차 걸려온 모니터링콜에서도 ‘부적합 판매’로 판정되었음에도 재설명하지 않은 경우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반대로 투자자가 이러한 상품 투자경험이 많거나 거래금액이 크고 충분히 본인이 이해하고 투자한 경우에는 투자의 자기책임원칙에 따라서 배상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경우는 그 결정에 따르겠지만, 조정 신청을 안 한 투자자의 경우 이번 배상기준에 따라 은행과 투자자가 협의해 자율 조정방식으로 배상 받아야 한다.
만일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 분쟁조정신청을 하거나 민사소송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직원에게 투자 결정 맡기지 말고 높은 금리는 의심해봐야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의 금리가 1% 수준에 머무르는 한, 금융투자도 펀드 등 원리금 보장이 안 되는 상품에 투자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일반 투자자들은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의 상품을 원하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는 파생상품을 이용해 조건부 고수익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품은 일반인들이 상품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의 금리 변동까지 예측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회사의 전문적인 조언이나 신뢰할 수 있는 판매 직원의 권유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도 투자자의 한계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전문 식견이 있는 금융회사의 판매직원을 만나야 하고, 그들로부터 투자상품을 확실히 이해한 후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거래 시 은행직원에게 일임하거나, 모르면서도 안다고 하거나, 높은 금리상품을 의심 없이 가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허과현 기자 hk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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