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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P2P와 슈퍼스타, 남은 숙제는

기사입력 : 2019-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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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선희 기자
[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나? P2P투자 하고 있어. 테라펀딩이랑 OO펀드, OOO펀드. 아무래도 불안하니까 500만원만 하고. 아직 손실은 없어.” 지인은 2년 전부터 P2P 투자를 시작했다. 수익률이 꽤 짭짤하다는 게 그의 투자 이유였다. 2017년에는 신생 P2P금융 업체들이 난립하던 시기로, 팽창하는 시장에 각종 ‘꾼’들이 몰려들어 사기와 횡령, 배임 사건들이 슬금슬금 발생하고 있었다. 지인은 차주뿐만 아니라 P2P 중개 업체들의 리스크까지 고민하면서 투자 회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투자 회사가 차주 연체로 폐업해서 더는 P2P업계에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떼인 원금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말하기도 싫다며 질색했다.

추측건대 지인과 비슷한 경험을 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피·땀·눈물로 번 돈을 넣어놨는데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거나 원금 상환이 안 돼 채권 추심을 진행하고 있어 여전히 냉가슴이다. 올 하반기 P2P금융 법제화가 급물살을 탄 건 업체나 투자자들 모두에게 다행인 일이다. 사업 진입 장벽을 조금 높였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물적·인적 기준들이 적용될 예정이다. 적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사무실 하나, 홈페이지 하나 덜렁 만들고 허위 담보를 내세워 자금을 모집하는 업체 리스크는 줄어들게 됐다.

가장 뛰어난 공급자가 관련 시장을 장악하는 걸 의미하는 슈퍼스타는 미국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과 중국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가 꼽힌다.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 새로운 슈퍼스타 기업이 등장하듯이 국내 P2P금융 시장에도 슈퍼스타가 나타날 것으로 짐작된다. 신용·부동산담보·종합 대출 분야에서 누적 대출액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은 렌딧, 에잇퍼센트, 테라펀딩, 어니스트펀드, 피플펀드 등이 주요 후보다. 이들 후보는 업력이 4~6년 내외로 짧지만 P2P금융 태동과 팽창, 법제화 과정을 버틴 업계 터줏대감이다. 국회와 금융당국, 각종 토론장을 쫓아다니며 신생 금융업체로서의 존재감을 알렸고 기존 금융권에는 없는 상품과 평가 모델을 개발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VC나 금융회사들의 투자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고 시중은행과의 협업, 해외 진출 사례도 등장하는 중이다.

요즘 P2P금융 사업을 비교적 최근 시작한 중소형 업체들은 ‘슈퍼스타’의 그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우려한다. 투자자들 관심이 온통 업계 대형사로 쏠린다고들 한다. 법제화 영향으로 투자자나 투자 규모가 늘었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야심 차게 사업에 뛰어들어 괜찮은 상품을 기획해서 내놔도 투자자 모집이 힘들다고 한다. 기관투자자에게 투자받으려 상품을 설명하러 가도 이름난 P2P회사가 아니면 만나주지도 않는단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해당 협회에 등록된 업체의 지난 11월 말 기준 누적 대출액은 5조5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말 4조7358억원이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석 달 사이 17.8% 급증했다. 홍보를 좀 더 하시라고 했더니 자금 여력이 시원찮은 중소형사들은 마케팅 여력이 없어 대대적이고 체계적인 홍보가 어렵다고들 했다.

중소형 P2P업체들이 비관적인 상황인 것만은 아니다. P2P업계 관계자들은 시행령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경쟁력 없는 업체들은 자연스레 도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 수가 줄어드니 자신 있는 회사들은 경쟁을 해볼 만한 것이다. 다만 투자자들에겐 아직 업체 리스크 우려가 남아 있다. 꾼들이 남기고 간 상처다. 코어 투자자의 유출을 막기 위한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신규 투자자 확보를 위해서는 신뢰 쌓기 훈련부터 해야 할 판이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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