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융의 전통적인 강자로 꼽히는 메리츠종금증권과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 기조를 펼치고 있는 하나금융투자는 채무보증을 대폭 확대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45개 증권사 채무보증 잔액은 42조43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2018년 6월 말(33조1319억원) 대비 28.1% 증가한 수치다.
통상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사는 아파트 착공 전에 신축 자금 마련을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은 뒤 공사가 끝나면 분양대금을 받아 이를 상환한다.
2013년 이전 주로 시공사가 맡아왔던 역할이지만 이제는 증권사의 고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공사들이 신용등급 하락 등에 대한 우려로 채무보증을 꺼리면서 증권사를 통한 채무보증이 증가한 것이다.
증권사별로 보면 메리츠종금증권의 채무보증액은 7조6755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4조322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중 하나금융투자의 채무보증액은 지난 1년간 무려 65.6%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총 1조8646억원 규모의 매입확약을 체결했다.
롯데손해보험 인수금융 관련 LOC(3800억원), 광명 의료복합클러스터 선순위대출 LOC(2500억원), 대구 도원동 주상복합 토지 담보대출 사모사채 인수확약(1700억원) 등이다.
매입확약은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하거나 투자자 이탈로 인해 차환조건 달성 실패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증권사가 대신 대출을 상환하거나 차환 부족분 전체를 매입하는 형태의 신용보강을 의미한다.
증권사가 자금조달과 관련한 전 과정을 책임지다 보니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위험도도 그만큼 상당하다.
하나금융투자에 이어 메리츠종금증권(40%), 신한금융투자(34.6%), KB증권(33.9%), 한국투자증권(20.9%), 삼성증권(13.02%)도 채무보증액이 크게 확대됐다. 대신증권(322.1%), 키움증권(252%), 유안타증권(102.4%) 등 중소형사의 채무보증액도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NH투자증권의 채무보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5% 줄었다. 미래에셋대우도 채무보증액이 4.9% 감소했다. 이는 두 증권사가 부동산 경기 하락에 대비해 리스크관리를 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현주닫기박현주기사 모아보기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들어 글로벌 분산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철저하게 지속적 일드를 창출하는 우량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며 “높은 수익만 좇는 익숙한 투자보다는 불편하고 힘든 의사결정이 되더라도 글로벌 분산투자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3월 미국 뉴욕 출장 중 사내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한국 부동산은 일부 청정 지역을 제외하곤 우하향 선상에 진입한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부동산 PF 채무보증 증가는 부동산 경기 확장기에는 증권사 수익 확대 수단으로 작용해 긍정적이나 경기 침체기에는 부실위험을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시행사가 PF 상환대금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증권사는 관련 우발채무를 그대로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우발채무는 장래에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실제 채무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성질의 채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라도 빚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잠재적인 빚’이기 때문에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위원은 “2013년부터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PF 익스포져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자산과 실적에서 국내 부동산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다”며 “이러한 상황 하에 2018년을 기점으로 지방 부동산 경기가 저하되면서 투자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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