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해 보장성을 높여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의 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가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노출하고 있다.
초음파·MRI·치과·한방·치매 등 기존에 보장되지 않던 분야에 대해서도 건보 보장이 적용되면서 2년간 3600만 명이 2.2조 원의 의료비 혜택을 본 것으로 밝혀졌지만,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건강보험료 부담이 날로 커지는 등 부작용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되자 풍선효과가 발생해 민간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건보료를 3.2%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본입부담 평균 보험료는 올해 11만2635원에서 11만6018원으로, 지역가입자의 세대당 평균보험료는 8만7067원에서 8만9867원으로 각각 3653원과 2800원 오르게 될 전망이다.
2018년 말 기준 건강보험 수입은 62조1159억 원, 지출은 62조2937억 원으로 당기수지 1778억 원의 적자를 보였다. 기존에 쌓아뒀던 누적적립금 덕분에 아직은 20조 원 이상의 누적 수지 흑자긴 하지만, 복지정책 확대와 생산가능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면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내년도 건강보험 정부지원을 14% 이상으로 국회에서 확보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올해 안에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의 부대의견도 의결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에 따르면, 2007∼2019년 국고 지원율은 15.3%에 그쳤고, 미납액은 24조5374억 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을 비롯한 가입자단체들은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가입자들에게 미루고 있다’며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케어로 인한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 역시 문제로 지목된다. 상반기 국내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이 전년대비 5.6%p 늘어난 129.6%를 기록했다. 급여 항목이 늘어나자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의료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나 환자들의 과잉진료나 의료쇼핑 등 도덕적 해이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불법’이 아닌 ‘편법’이기 때문에 이를 단속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5대 손보사의 실손보험 청구 의료비 총액(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 합산)은 지난해 4분기 2조2천506억원, 올해 1분기 2조229억원, 2분기 2조828억원으로 각각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7.9%, 19.3%, 24.1% 증가했다.
손해율이 계속해서 치솟자, 보험업계는 조심스럽게 ‘실손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군불 떼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손보업계 부동의 1위 삼성화재는 지난 11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실손보험의) 일부 손해율 급등과 관련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을 담은 건의서를 정책당국에 제출했다"며 "업권과 정책 당국이 소통하고 있어 합리적으로 요율 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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