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제시한 새 금고지정 평가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가운데, 자본력과 금리 경쟁력을 앞세운 대형 시중은행의 공격력이 여전히 유효할 지, 또 지방은행은 맞대응해 지역 거점을 수비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2월 말로 대구광역시 등 전국 49개 지자체가 약정이 만료돼 새로운 금고 운영기관 지정이 예정돼 있다.
특히 올해 3월 행정안전부가 금고지정 평가기준 예규를 개선했는데 어떤 영향을 줄 지 금융권의 관심이 높다. 지자체 별로 조례·규칙 개정을 거쳐 적용하게 된다.
협력사업비는 금고 은행이 지자체 자금을 운용하고 투자수익 일부를 출연하는 금액인데, 과다한 ‘쩐의 경쟁’을 유발하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기업·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 등 12개 은행이 지자체 금고지정 입찰과정에서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지출한 돈은 모두 1500억6000만원에 달했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리그’라는 주장이다.
행안부는 대신 금리 배점을 15점에서 18점으로 높여 출연금이 아닌 이자경쟁을 유도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
또 행안부 지침 개정이 완료되면서 지자체에서는 금융위원회의 지역재투자 평가결과를 자율적으로 지자체 금고 선정에 반영할 수 있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지역민의 부담으로 조성된 지역 공공자금이 다시 역외로 유출돼 자금 혈맥이 막힌다고 주장해 온만큼 지역경제 책임성을 강화하는 명분과 함께 배점도 높일 수 있는 항목이다.
◇ 판도 변화? 기울어진 리그? 결과 촉각
바뀐 기준이 적용되는 새로운 금고지기 경쟁을 두고 기대한 만큼의 판도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록 협력사업비 배점이 낮아졌지만 낮은 대출금리와 우대 예금금리를 방어할 수 있는 대형 시중은행이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따는데 지방은행보다 여전히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대형 시중은행간 리그에서 보더라도 대동소이한 신용도나 재무구조 안정성 외에 결국 협력사업비 출연금 액수가 금고지기 지정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도 수익성 측면을 넘어 자존심 싸움으로 기관영업이 과열된 면이 없지 않지만 지자체에서 수익 기여도를 비중 있게 본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과당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과도한’ 협력사업비 출혈 경쟁은 지난해 서울시금고 입찰 과정에서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를 통한 ‘학습효과’로 인해 다른 지자체들도 높은 출연금을 바라는 분위기가 짙어졌다는 게 금융권의 전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따낸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약정기간동안 연계 마케팅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출연금 규모가 커지면 이에따라 수익성 확보 노력이 더욱 필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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