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금융당국이 마련한 치매보험 약관 개선안을 두고, 보험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한 보험사들의 고민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올해 초부터 보험사들은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경증 치매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 경증치매는 치매 심각도를 측정하는 ‘CDR척도’ 1~2단계에 해당하는 경미한 수준의 치매를 가리킨다. 보험사들은 올해 초 경증 치매에도 수 천 만 원의 보험금을 주겠다며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그 결과 올해 1분기에만 무려 88만 건의 신규 가입자가 몰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험사는 '치매 진단은 CT·MRI 등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약관을 만들었다. CT나 MRI에서 이상 소견이 없으면 보험금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에서다. 경증치매는 전문의 소견만으로 진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이를 악용해 일부러 치매를 가장해 보험금을 수령하려는 악덕 가입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CDR척도 1단계의 경증치매는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성격이 변하는 정도의 가벼운 치매로, 전문의의 주관적 소관에 의해 확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환자가 주치의와 말을 맞춘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를 파악하기가 힘들어 보험금 지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보험연구원은 앞서 지난 5월 “경증치매 중 경도의 경우 증상에 비해 보장금액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있고 보험회사 간 중복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당국은 전문의 검사 결과 제출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추후 가입자들은 이를 빌미로 보험사들이나 당국에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개선안은 어떤 방식으로건 보험사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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