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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일본의 한국 반도체 공격..한일 무역분쟁 확산될까

기사입력 : 2019-07-02 14:00

(최종수정 2019-07-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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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 강화 발표에 따라 한국 정부는 1일 산업부 차관 주재로 '반도체⋅디스플레이 긴급 현안 점검회의'를 개최해 관련 동향 점검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회의 후 "그간 산업부와 업계는 일본의 예상 가능한 조치에 대해 ① 수입선 다변화 ② 국내 생산설비 확충 ③ 기술개발을 통한 국산화 등을 적극 추진해 왔으며 핵심 소재⋅장비⋅부품 공급 안정성과 기술역량 확충 등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도 곧 발표해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와 긴밀한 협의 채널을 유지하고, 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민관공조를 통해 관련 대응방안을 마련해 오고 있다"면서 우려를 누그러뜨리고 위해 노력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보고 있다.

성윤모닫기성윤모기사 모아보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이자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조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일본은 당연히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WTO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지난 주말 오사카에 열린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을 위한 공동성명 채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G20 회의가 끝나자 마자 일본은 마치 효과 극대화를 노린 것처럼 한국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 한국 '화이토국' 제외 감안시..일본 공세 확대될 수 있어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4일부터 TV·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세정에 사용하는 리지스트와 고순도불화수소(애칭 가스)에 관한 포괄적 수출허가제도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1일 밝혔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에 대해 "한·일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돼 제도 운용을 엄격히 하기로 했다"는 이유를 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엄격히 하기 위해 반도체 재료에 대한 심사를 엄밀히 하고 안전보장상의 우호적 지정도 취소하기로 했다"고 일제히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이 품목들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대상에서 제외되면 90일 정도 걸리는 일본 당국의 심사와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실상 한국으로의 수출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자신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재료들로 한국에 대한 공격에 나선 셈이다. 이번에 발표된 3개 품목은 일본 기업들이 세계 전체 생산량의 70~9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과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일본은 또 '화이토'(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 아베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지만, 모양새를 보면 상당한 규모의 무역 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중이라는 우려도 있다. 백색 국가는 '안전보장상 우호국'을 의미한다.

경제산업성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첨단재료 등에 대한 수출 허가신청이 면제되는 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 8월 1일부터 이를 운용할 예정이다.

일본이 지정한 백색 국가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모두 27개국으로 한국은 2004년 지정된 바 있다. 하지만 조만간 한국은 처음으로 여기서 빠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백색 국가 대상에서 빠지면 일본 업체가 해당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건별로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무튼 최근까지 일본 당국의 발표를 보면 일단 규제는 2단계로 이뤄진다.

당장 이달 4일부터 반도체 재료 관련 규제에 돌입하며, 이후 8월부터는 한국이 안전보장상의 우호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된다. 향후 한일 무역분쟁이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 정치적 목적 등 장착한 일본의 강공

지난 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항의 이후 8개월만에 한국과 일본의 무역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한국을, '우방국'을 의미하는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반도체 소재 3품목에 대한 제재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부각시킨다.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일본 기업들이 안보 관련 소재 등을 한국에 수출할 때 건건이 일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의 강공책은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우선 일본이 한일관계의 정치적 문제에 대해 양보를 받으려고 한다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아시히신문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 3품목에 대한 규제는 반도체를 수출의 주력으로 하는 한국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정부의 결정은) 한국인 징용공 손해배상 문제에 대한 사실상의 대항 조치이며,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세를 명확히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한국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일본의 조처로 한국의 타격이 우려된다는 보도도 보인다.

일본의 반도체 재료 3품목 규제를 처음 보도했던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수출이 7개월 연속 하락한 가운데 2년 연속 연간 수출액 6천억 달러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언론 등에선 이번 일본의 조처가 한국 제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고 보도했다.

■ 일본도 다칠 수 밖에 없는 조치..부품 국산화 서두를 필요성도

하지만 일본 언론들도 일본 정부의 강력한 조처에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다. 아울러 자국 기업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조처가 반도체 관련 3품목을 취급하는 일본 기업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조치의 영향을 우려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규제의 파급효과가 한일 양국을 넘어 글로벌 전자제조업 전체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업체들은 물론 애플과 화웨이, 소니 등 글로벌 기업 전반에 영향이 갈 가능성이 있다"는 주변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한국이 일본에 대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바이어'인 한국을 농락하려 한다는 감정적인 반응도 엿보였다.

아무튼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국내 기업들이 부품 국산화에 박차를 가할 때라는 지적들이 적지 않다.

자산운용사 한 주식매니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소재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번 사태로 국내 부품업체들이 반사익을 얻을 것이란 얘기도 하지만 이런 업체들도 대부분 일본 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아직 이 핵심소재에 대한 기술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번 일이 장기화되면 한국, 일본 모두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일본의 한국 길들이기에 당당히 맞서면서도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이 개입할 여지, 혹은 국제 질서상 일본의 부담 등을 감안해서 접근하는 모습도 보인다. 현 시점의 한일 갈등 격화는 미국이 원하는 큰 그림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일본은 철저히 미국 쪽에 붙어 있다"면서 "중국과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미국은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한국과 일본이 갈등을 지속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되면서 이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일단 갈등을 겨우 봉합한 상태"라며 "하지만 아베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규제가 한국 기업 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 나아가 제3자 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지속적으로 한국에 대한 강경책으로 밀고 나가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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