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행장은 IB(투자은행) 딜(Deal)을 적극 유치해 KEB하나은행 글로벌 부문 비이자 이익을 확대하면서 취임 당시 받았던 ‘국제통’ 평가를 성과로 입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PB(프라이빗뱅킹)에 인력을 투입하고, 국내에서는 부산에 외국인 전용 PB센터도 오픈할 예정이다.
취임 당시 글로벌과 함께 양날개로 꼽은 디지털과 관련해서는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뱅킹 ‘라인뱅크’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월 취임한 지성규 행장은 앞서 30년 은행 생활 중 절반을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취임 이후 글로벌 측면에서 부각되고 있다.
우선 우량 IB 여신 유치 등으로 글로벌 대출자산이 증가세다.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KEB하나은행의 글로벌 대출금(해외지점 및 현지법인에서의 외화대출) 잔액은 165억8780만 달러로 2018년말(152억5630만 달러) 대비 9% 가량 증가했다.
이중 글로벌 부문 IB 이익은 같은 기간 384억원에서 501억원으로 30.2% 늘어났다. 해외 IB 컨트롤타워 구축 차원에서 은행에 신설된 ‘글로벌IB금융부’를 중심으로 글로벌 인프라·부동산·항공기 분야 IB딜을 적극 유치한 게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영국 런던 템즈강 실버타운 터널 건설 1억 파운드(한화 약 1400억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상반기 중 총 5건의 글로벌 인프라 PF를 주선했다.
또 중국공상은행(ICBC)의 항공기 리스 자산 매각 딜 주선권도 확보했다. 상반기 중 항공기 금융 주선 4건 실적은 4억 달러(한화 약 4600억원)에 이른다.
KEB하나은행 측은 “글로벌 IB 전담조직 신설로 과거 이자이익 중심의 글로벌 이익에 비이자 이익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산과 수익성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상반기가 마무리되고 발표될 지성규 행장의 취임 후 첫 순익 성적표에서 비이자 이익이 순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사인 하나금융은 은행과 금융투자간 ‘하나의 IB’로 협업하면서 은행의 자본력과 전통적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금투증자로 초대형 IB를 향해 뛰면서 항공기 금융 등에서 트랙레코드(실적)를 쌓아나가고 있다. 구조화 상품이나 유언신탁 같은 선도 상품을 출시하고, 중국 본토 채권시장 개척과 대체투자 펀드 신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지성규 행장은 취임 직후인 올해 3월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해외 항공기 리스 전문회사인 ‘아레나 애비에이션 캐피탈(AAC)’과 전략적 파트너십 제휴를 맺기도 했다.
연간 약 10억 달러 이상의 신규 항공기금융 딜이 KEB하나은행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는 주선 우선권을 확보했다.
글로벌 영업 영토도 확장하고 있다. 현지 예비인가를 지난 4월 취득한 인도 구르가온지점이 오는 10월 개점할 계획이다.
또 일본 후쿠오카 출장소도 영업력을 키우기 위해 지점으로 바꾼다. 앞서 5월 국내 감독기관 인가를 받았고 현지당국에 지점전환 신청을 접수해 올해 7월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옛 외환은행과 통합한 KEB하나은행은 해외 거점이 많다는 게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KEB하나은행 글로벌 네트워크는 올 6월 현재 24개국에 180개가 분포돼 있다.
하나금융의 주력사인 KEB하나은행 수장으로 지성규 행장은 “2025년까지 그룹 이익의 40%를 해외에서 달성할 것”이라고 공표하고 ‘글로벌 2540’에 역점을 두고 있다.
◇ ‘글로벌’과 ‘디지털’을 양날개로
지성규 행장은 취임 직후 올 4월 ‘글로벌디지털전략협의회’를 신설하고 글로벌 디지털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은행의 디지털화와 손님의 글로벌화 추세에 맞춰 ‘디지털+글로벌’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특히 글로벌 디지털뱅킹을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인 네이버의 모바일메신저 플랫폼 라인과 합작한 ‘라인뱅크’를 주요 해외 거점인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디지털 부문 인재 육성과 관리도 주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지성규 행장은 취임 당시 “글로벌 인재풀(Pool) 2000명”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맞춰 정보교류와 네트워킹을 위한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으로 ‘G-talk’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G-talk는 20개 국가 별 그룹으로 구분되며 여기에 국가 별로 2명씩 뽑힌 총 40명의 리더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어학학습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고 글로벌 트렌드 정보도 공유하는 식이다.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G-talk 가입자는 1730명에 이른다.
디지털 부문에서도 2020년까지 1200명의 인재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인재 육성 프로그램으로는 ‘디지털 Wave’(트렌드/인사이트), ‘디지털 뱅커 스쿨’(마케팅/전략), ‘데이터 애널리스트 스쿨’(데이터 활용능력) 등이 있다.
또 디지털 분야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그룹 IT신기술 사관학교’, ‘그룹 융합형 데이터 전문가 과정’도 가동하고 있다.
◇ 자산관리 명가 내세워 ‘글로벌 슈퍼리치’ 공략
개인금융 측면에서 KEB하나은행 자산관리를 글로벌화 하는데도 힘을 실을 방침이다. 우선 글로벌 PB 확대가 꼽힌다.
지성규 행장은 해외 PB 지원을 위한 ‘글로벌셀’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올해 중국 상하이 현지에 PB를 배치할 예정이다. 중국에 이어 아시아, 미주 권역까지 단계 별로 이같은 글로벌 PB를 확대할 계획이다.
‘슈퍼리치’에게 공급할 상품 라인도 해외에 초점을 맞춘다. 홍콩 IB 계열사인 KHGF(KEB하나글로벌재무유한공사)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상품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것이다.
각국 네트워크와 협업해서 국내 자산가에게 해외부동산 투자자문을 해주고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것도 새 먹거리로 꼽힌다.
또 오는 10월께 부산에 외국기업과 자산가를 공략할 외국인 전용 ‘IPC(인터내셔널 PB센터)’도 오픈할 예정이다.
IPC는 국내·외에 있는 외국인을 위한 전용 채널로 개인 자산가 대상 PB 서비스(골드클럽)부터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금융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 한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2015년 국내 최초로 서울에 IPC를 개점했고, 지난해에는 제주에 IPC를 소규모로 확대한 바 있다.
부산 IPC가 완공되면 KEB하나은행은 외국기업의 부산시 투자 유치를 위한 투자자문부터 M&A, 인수금융 등을 맡고, 중국·일본·러시아 고액 자산가를 PB고객으로 유입할 계획이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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