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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자산관리의 세계] 부자들 '지키는 투자' 위해 금융쇼핑…PB도 '열공모드' 진화중

기사입력 : 2019-06-2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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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자산 30억 훌쩍…'중복체크', 아울러 '빠른 액션'
'부의 이전' 상속·증여 최대 관심사…입시·맞선 '맞춤 코디'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편집자주 : 고액 자산가를 잡기 위한 은행들의 프라이빗뱅킹(PB)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자산관리 재무상담은 기본이고 '잠재고객' 자녀도 적극 공략한다. 은행들의 PB서비스 진화를 살펴보고 일선 뱅커들에게 부자들의 투자전략도 들어봤다.]

"부자들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사진출처= 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부자들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사진출처= 픽사베이
은행들이 비이자수익처로 자산관리(WM) 부문을 공략하면서 '슈퍼 리치'를 잡으려는 PB(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수 십억원이 기본인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데다, 투자형 상품 판매로 은행의 수수료 수입도 쏠쏠하게 올릴 수 있다.

"지키는 투자"에 관심이 많은 부자들은 여러 금융사에 '맞춤 코디'를 해줄 PB군단을 배치하고 자기가 아는 '고급' 정보들을 "중복 체크"한다.

자산가들이 점점 발빨라지자 은행 PB들은 차별화된 사모상품 공급 등으로 우량 고객 지키기에 나서고, '잠재 고객'인 자녀 세대까지 아우르는 그야말로 "패밀리 레벨의 자산관리"를 공략하고 있다.

◇ 부자들은 '안정'을 쫒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KEB하나은행 PB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거쳐 올초 발표한 '2019 코리안 웰스 리포트(Korean Wealth Report)'를 보면 자산가들의 투자 태도와 성향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은 어떤 가치관으로 어떻게 자산관리를 하고 있을까.

리포트에 따르면, 일단 부자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1순위로 '투자의 안정성(원금보장)'을 꼽았다. 이어 수익성, 다음은 절세 효과다.

일선 은행 PB들도 "이미 자산을 축적한 부자들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돈을 잃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꼽았다. 수익에는 위험이 따르는 만큼 무리한 '몰빵'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태도는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커졌다. 또 10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의 경우 안정추구형 비중이 60%를 넘었다.

향후 투자계획도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맞춰져 있다. ELS(주가연계증권) 같은 지수연계 금융상품이 우선 꼽혔다.

사모펀드 선호가 직접 주식투자나 주식형 펀드보다 앞선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믿을만한' 발행처의 사모펀드에 지분 투자를 하고, 부동산펀드 등 대체투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 은행 PB센터에서도 사모펀드는 '슈퍼 리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가입 금액이 '억대'이기 때문에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영업할 수 밖에 없는데 '좋은' 상품이 소수정예로 단숨에 완판된다.

또 통화 분산을 위해 외화자산 투자 계획도 포함돼 있다. 외화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단순한 투자 목적이 아니라 현실적인 사용이나 위험 대비용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상품도, PB도 '집중 NO, 분산 YES!'

부자들의 투자 철칙은 "아무리 좋은 투자자산이라도 한 곳에 몰아서 집중하지 않고 분산투자"한다는 것이다.

일정수준의 수익과 안정성이 있는 상품을 나눠 담는다. 이는 주식/채권/부동산 자산군일 수도 있고, 달러/유로/원화 같은 통화군일 수도 있다.

은행들은 PB센터를 일반 영업점과 차별화한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KEB하나은행 Club1 PB센터, 오른쪽은 한국씨티은행 서울센터. / 사진출처= 각행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은행들은 PB센터를 일반 영업점과 차별화한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KEB하나은행 Club1 PB센터, 오른쪽은 한국씨티은행 서울센터. / 사진출처= 각행 제공
어떻게 자산을 분산할 지 관심과 지식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게 은행 PB들의 전언이다.

한 은행 PB센터 팀장은 "부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우에 따라 의사결정이 빠르고 과거의 투자경험을 통해 배운다"며 "투자하고 있는 금융기관을 분산하는 고객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또다른 은행 PB도 "PB센터를 이용하는 부자들은 전체적으로 최신 뉴스나 정보를 꾸준히 습득하고 업데이트해서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나 방향을 빠르게 캐치한다"며 "경제 현황이나 환율·금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대응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좋은 정보'는 이너서클 안에서 제한적으로 움직인다. 한 은행의 PB센터 팀장은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확인받고 싶어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디지털과 대면 투트랙 전략이긴 하지만 세무·법률 상담만 봐도 인공지능(AI) 키워드 쳐서 나온다고 해도 확인해 줄 전문가를 옆에 두고 조언을 듣길 원하는 경향"이라조 전했다.

◇ "내 자식에게 안전하게"…은행도 2세 공략

부자들이 안정적인 '부의 대물림'에 관심이 높은 만큼 PB센터도 세무법인과 제휴하거나 세무사가 상주하는 등 상속·증여·양도 자문에 적극적이다. 기업을 소유한 경우 가업승계, 또는 매각한다면 이에 따른 절세 전략에 관심이 높다.

한 팀장급 은행 PB는 "향후 자산처분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사전 증여를 통해 절세하는 전략"이라며 "상속이 발생된 이후에는 특별한 절세방법이 없지만 상속이 발생되기 전에는 다양한 절세 방법을 찾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증여에 대한 전문적인 세무∙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PB도 "부동산 매매 등에 대한 개인적인 세무 상담은 본인이 거래하는 세무사를 통해 상담하기도 하지만 PB센터에서 2차 확인하는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극적으로 표현되기는 했지만 최상위층 고액 자산가들을 위해 실제 일부 은행 PB센터에서는 대학 입시 설명회, 자녀 맞선 주선 등이 이뤄지는데 그야말로 성황이다.

한 은행 PB는 "일부러 자녀의 커플 매칭을 위해 은행 PB센터와 거래하는 고객이 상당수 있을 정도이고 입소문이 나있다"며 "부자들이 비슷한 환경의 사람을 가족으로 들이고 싶은 생각이 반영된 듯 하다"고 설명했다.

또 부모의 자산을 물려받을 슈퍼리치 2세 고객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해외 탐방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은행들도 있다.

재무현황부터 신상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은행 PB의 역할은 더욱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자산관리 뿐만 아니라 PB센터를 찾는 부자들은 라이프 전반에 대한 상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도 많다"며 "이렇게 되면 세대를 잇는 '패밀리 레벨'의 자산관리가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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