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닫기이영호기사 모아보기 삼성물산 사장(사진)은 2014년부터 약 4년간 회사를 이끈 최치훈 전 사장의 후임으로 지난해 1월 건설부문 수장에 올랐다.
이 사장이 건설부문 사장에 취임 한 지 약 1년 6개월이 흐르면서 그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물산이 올해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사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50% 가량 하락한 것.
삼성물산의 올해 1분기 실적(연결기준)은 매출 7조3570억원, 영업이익 1040억원, 당기순익 2220억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2090억원 대비 반토막났다.
이는 해외 프로젝트 손실 등 1회성 요인에 기인한다. 일부 인프라·플랜트 프로젝트 준공 임박으로 매출이 감소한 동시에 호주 로이힐과 UAE 원전 중재 일부 패소 여파로 700억원의 충당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측은 “해외 건설 프로젝트 중재 결과 반영에 따른 1회성 비용 발생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매출 또한 해외 대형 건설 프로젝트 준공,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 누적 등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실적 부진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평가됐다. 향후 손실 발생 가능성이 큰 해외 프로젝트들이 있어서다.
올해 2분기 삼성물산은 홍콩 지하철 프로젝트, 호주 도로공사 등 일부 프로젝트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주 도로공사, 홍콩 지하철 프로젝트 등에서 납기연장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 발생이 예상된다”며 “건설부문 외에도 바이오 부문 적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올해 상반기 삼성물산은 해외 프로젝트 관련 비용 반영으로 연간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감안하면 올해 영업이익률은 5.3%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취임 첫 해, 상승세 이어가
올해 1분기에는 어닝쇼크를 보였지만, 이영호 사장이 취임 첫 해인 지난해에는 삼성물산의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 7730억원, 매출 12조119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치훈 사장 2년차인 지난 2015년 34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원인은 올해 1분기와 같았다.
저유가 기조에 따른 해외 프로젝트 손해가 발생했고, 해외 대형 프로젝트 준공이 이뤄지면서 매출이 감소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적 상승세 시작은 그 다음 해인 2016년이었다. 2016년 건설부문은 3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 공사, 해외 토목, 플랜트 등 국내외 프로젝트가 진행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2017년은 5010억원, 지난해에는 약 8000억원에 육박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적 상승세는 결국 국내 프로젝트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공사 등 하이테크 건물 공사 호조에 기인한다.
삼성물산은 2015년 9월 진주아파트 재건축 수주 이후 도시정비사업에 모습을 드러낸바 없다. 즉, 수주잔고 사업화에 집중했다는 얘기다. 이 시기에 삼성물산은 평택 반도체 공장 등을 연이어 수주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실적이 하락한 시기에도 반도체 공장 등 하이테크 수주를 이어왔다”며 “지난해 배당 확대를 발표한 만큼, 하반기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수주잔고 급감 등은 과제
하반기 실적 행보를 지켜봐야 하지만,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에게도 과제는 많다. 우선 약 4년간 급감한 수주잔고는 주택사업에 대한 삼성물산의 변화를 촉발시켰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5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줄어왔다. 2015년 40조87억원이었던 수주잔고는 2016년 31조6260억원, 2017년 29조9840억원, 지난해 27조9490억원으로 3년 만에 30.34%(12조1380억원)이 급감했다.
올해 1분기에도 26조1610억원으로 수주잔고 감소세는 이어지는 상황이다.
수주잔고가 줄어드는 이유는 결국 ‘주택’이 꼽힌다. 삼성물산의 마지막 수주 도시정비사업장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2015년 9월 수주)’로 약 4년간 수주가 없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자체 기준상 수익성이 맞는 사업장이 없어 국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을 수주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보유하고 있던 재건축 사업장이 준공하면서 수주잔고가 감소, 수주잔고 확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신규 수주가 없던 시기에 ‘주택 사업 철수설’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올해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년에 비해서 더 적극적으로 주택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사 해지 여부로 논란이 불거진 ‘반포 주공 1단지 3주구(이하 반포 3주구)’ 현장 설명회를 통해서 알려졌다. 당시 삼성물산은 이 단지 시공 입찰 의향서를 제출했다.
삼성물산이 시공 입찰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반포 3주구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주택 사업에 대해서 달라진 모습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삼성물산이 더 이상 주택부문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미루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형성됐다는 얘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사업은 수주과정에서 각종 편법·불법 논란에 휩싸일 뿐만 아니라 민원도 많아서 그동안 삼성물산 최고위층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반포 1단지 이후 건설업계 자정 노력과 정부의 규제 강화로 투명화되고 있다고 판단,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여진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도 삼성물산이 주요 관심 재건축 사업장에 대해서 관심을 드러낸 적은 있으나 시공 입찰 의향서 제출까지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삼성물산의 이번 행보를 놓고 올해는 재건축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는 업계 시선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은 올해 기술력과 수익성을 강조했다.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사장은 “건설부문은 품질·원가·공기를 준수함으로써 고객이 만족하는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술력 중심의 회사로 변모해 가고자 한다”며 “안전과 컴플라이언스를 최우선시 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물산은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각 사업부문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지속적인 효율 개선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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