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롯데그룹은 보유 중인 롯데손해보험의 지분(우호지분 포함) 58.49% 가운데 53.49%를 3734억 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협력관계 지속’을 위해 호텔롯데의 지분 5.1%가 남겨지기로 합의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손보 측은 “본 계약에는 롯데손해보험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롯데그룹과 우호적 관계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 섣불리 M&A 나서기 힘든 금융지주, 사모펀드 통한 매각 대안 급부상
지난해 또 다른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을 신한금융지주에 성공적으로 매각하면서, 보험업계 M&A의 새로운 대안으로 사모펀드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는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여파로 보험사들의 책임준비금이 크게 늘어날 예정인데다가, 시장 포화에 빠진 보험업계가 만성적인 성장 정체에 접어든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먼저 나서서 보험사를 인수하고, 자체적으로 구조조정 및 경영 개선을 이뤄낸 뒤 이를 금융지주에 재매각하는 형태를 취한다면 금융지주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구 ING생명을 1조84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5년 만에 이를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2조 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남기는 등 ‘흥행 대박’을 거뒀다.
여기에 상장을 통한 구주매출과 배당, 신한금융으로의 지분 매각 비용을 합치면 약 4조 원이 넘는 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금수혈·고용안정 등 풀어야 할 현안도 수두룩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인수에 성공하긴 했으나, IFRS17 대비 재무건전성 확보를 비롯한 자본확충 및 고용안정 문제 등 고민거리도 큰 상황이다.
올해 3월 말 롯데손보는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 비율(RBC)에서 163.16%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근소하게 넘어섰다.
손보업계가 손해율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실적 악화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손보의 지급여력 비율은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이번달 말부터 롯데손보의 주력 분야 중 하나인 퇴직연금에 대한 위험액을 RBC 비율에 산출해 적용하는 비율이 70%로 늘어나면서, 이들의 자본확충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리스크가 반영되면 롯데손보의 RBC 비율은 20%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2000억~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자가 완료되면 롯데손보의 RBC 비율은 200%대로 회복될 전망이다.
고용안정 역시 중요한 과제다. 올해 1분기 기준 롯데손보 임직원은 총 1741명 규모다.
지난해 롯데손보 김현수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 보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노력하겠다”며 고용안정 의지를 드러내고 임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모펀드는 재매각을 통해 차익을 남기는 것을 기본적인 사업 골자로 삼는다.
과거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인수한 뒤에도 고용안정이 언급되긴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희망퇴직이 실시되면서 한차례 파장이 일었던 바 있다.
차익 실현에만 목을 매는 사모펀드가 회사 현실은 외면한 채 무리한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으로 오히려 경영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은 다른 금융업에 비해 전문적이고 높은 이해도를 요구하는 편”이라며, “특히 최근처럼 IFRS17 도입 등 중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한 이해 없이 섣불리 보험사에 손을 댄다면 아무리 사모펀드일지라도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JKL파트너스의 경우 지난 2017년 MG손해보험의 인수 작업을 검토하며 손해보험업에 대한 이해도를 폭넓게 키워온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걱정이 ‘기우’라는 의견도 많은 상황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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