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더해 2년여간 기다려온 발행어음 인가를 따내는 데 성공하면서 두 대표는 본격적인 호실적 굳히기에 나설 전망이다.
KB증권은 지난 4분기 3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한 바 있다. 파생상품 및 주가연계증권(ELS) 헤지운용 손실과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KB금융 측은 “지난 분기에 손실이 컸던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의 경우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부문의 운용역량을 강화하고 ELS 수익모델을 안정화하는 등 프로세스를 재정비함에 따라 운용손익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WM 자산규모는 작년 말 기준 20조4000억원에서 올 1분기 23조4000억원으로 3조원(14.7%) 불어났다.
박정림·김성현 대표는 이번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신사업 보폭도 적극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KB증권에 대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안건을 의결했다. KB증권은 금투협 약관심사가 종료되는 대로 발행어음 판매를 개시할 수 있다.
해당 심사는 금융위 인가 이후 약 10영업일이 소요된다. KB증권 관계자는 “현재 금투협 약관심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심사가 끝나면 곧바로 상품 판매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연말까지 2조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발행어음 금리는 1년물 기준 2.30%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약정수익률은 각각 연 2.35%, 연 2.30% 수준이다.
KB 에이블 발행어음은 KB증권이 원금과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유동성 상품으로 원화·외화 수시식(CMA), 약정식, 적립식 등 다양한 만기상품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KB증권은 일정 조건을 충족한 고객을 대상으로 특판 상품도 판매할 방침이다.
발행어음 상품 판매와 마케팅은 박정림 대표 관할인 WM 부문의 상품기획부에서 맡는다. 운용의 경우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 대표의 투자은행(IB) 부문에서 담당한다.
앞서 KB증권은 지난 2017년 초 초대형 IB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같은 해 7월 금융위원회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과거 현대증권 시절 불법 자전거래로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받은 점이 문제가 돼 이듬해 1월 인가신청을 철회했다.
이후 지난해 6월 말 신규사업 인가 제재 기간이 종료됐으나 바로 다음 달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재차 발목이 잡혔다.
KB증권은 작년 12월에서야 인가에 결격 사유가 될만한 문제들을 모두 해소했다고 판단하고 재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8일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신청을 승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시 증선위 회의에서는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가 자본시장법 시행 규칙상 심사중단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그러나 증선위는 윤 회장이 지난해 6월 검찰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점과 서울고등검찰청이 이에 불복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항고를 같은 해 8월 기각한 점 등을 감안해 채용비리 수사를 심사중단 사유로 보지 않았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발행어음 시장의 플레이어가 제한적인 만큼 경쟁이 치열하지 않음을 감안할 때 해당 사업을 통한 이익 증가 예상된다”며 “가령 2조원 판매 및 관련 총자산순이익률(ROA) 1% 가정 시 연간 200억원 가량의 세전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발행어음 사업은 업계 최초로 인가를 취득한 한국투자증권과 지난해 6월 2호로 진출한 NH투자증권이 영위하고 있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내 기업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발행어음 사업은 회사채 등 다른 수단보다 절차가 간단해 기업대출과 비상장 지분투자 등 기업금융에 활용할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증시 불확실성 확대로 초대형 IB들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발행어음 사업은 이에 시너지를 더할 수익원으로 꼽힌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확충된 자본과 KB국민은행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부동산금융, 중소기업대출, 인수금융 등의 기업금융 업무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신규 수익원 확보를 통한 IB 수익력 강화에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사업 초기 위험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수익개선을 통한 자본축적은 상대적으로 더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KB증권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OCIO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여유자금을 맡아 운용을 총괄하는 사업이다.
지난 3월 KB증권은 9조5000억원 규모의 고용보험기금 유치전에 뛰어들어 한국투자증권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앞서 KB증권은 작년 말 금융상품영업본부 산하에 작년 말 OCIO전략팀을 신설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 출신 송훈 부장을 영입했다.
박 대표는 지난 4월 한국금융신문에 “OCIO는 당장 수익이 되지 않더라도 나중에 시장이 굉장히 커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IB 부문과 협업을 통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며 “대학기금이나 발전기금 등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기금도 두루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박정림·김성현 대표는 작년 말 KB증권 신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박 대표는 WM·S&T·경영관리 부문을, 김 대표는 IB·홀세일·글로벌사업 부문과 리서치센터를 맡아 총괄하고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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