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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예견된 패배…카드업계, "불 질러놓고 우리한테 끄라는 꼴"

기사입력 : 2019-03-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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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재벌가맹점 카드수수료 갑질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사진 = 유선희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재벌가맹점 카드수수료 갑질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사진 = 유선희 기자
[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카드사 노조들이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 협상 과정이 ‘수수료 갑질’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들의 갈등 상황을 빚어놓고 개입하지 않는 금융당국에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또한 이번 대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상 실패 사례로 통신·항공·호텔 등 타 업권에서도 인상 거부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했다.

13일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이날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 통신, 대형 유통업체 등 재벌가맹점의 몽니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금융위원회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카드사 마케팅 비용 산정방식을 개선하며 '수익자 부담 원칙'을 시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에는 연 매출 500억원 초과 초대형 가맹점은 무이자할부, 할인, 포인트 적립 등 카드사 마케팅의 혜택을 받아왔지만 그곳에 드는 비용은 모든 가맹점이 공통으로 부담해 중소상공인의 부담이 되레 커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에 반영되는 적격비용을 증가시키고 초대형 재벌 가맹점에 대한 역진성 해소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는 지난 2월 초대형 가맹점에 카드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 반발은 극심하게 나타났다. 현대·기아차는 카드사들에게 카드 수수료율 협상이 끝나기 전에는 통보받은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없다며, 인상 시기를 늦추고 협상하되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알렸다. 가맹 해지일이 다가오자 카드사들은 하나 둘씩 카드 수수료율을 1.89%로 제시한 현대·기아차 조정안에 합의했다.

급기야 이날 오전 업계 1위 신한카드도 현대·기아차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아직 롯데·삼성카드가 협상 중이지만 카드업계는 사실상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 인상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투본은 "현대·기아차는 5개 카드사에 대한 카드 가맹점 해지 등을 무기로 우월적 시장 지위를 이용하여 개편된 카드수수료 체계를 무력화 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는 '불 질러놓고 우리한테 끄라는 꼴'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역진성을 해소하겠다며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의 인상 여지를 주던 당국은 막상 협상이 난항을 겪자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아서다.

카드사들이 기댈 수 있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이 있지만 해당 조항이 모호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18조 3에는 '대형가맹점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우월적 지위'와 '행위'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고 양벌규정이 명시되지 않아 카드노조에서는 '사실상 사문화 조항'이라고 보는 중이다.

공투본은 "당국의 개편안에 따라 카드사들이 현대·기아차에 맞서고 있는 동안, 금융당국은 법과 원칙을 거론하면서도 물밑으로는 현 수준에서 원활히 협상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며 "당국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금번 사태를 야기한 만큼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공투본은 타 초대형 가맹점도 인상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국에 카드수수료 하한선(최저가이드라인)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수수료 인상 반대에 현재 일부 유통업계도 덩달아 인상을 반대하며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말뿐이 아닌 실효성 있는 조치 실행과 제도 보완을 통해 현 수수료 사태를 만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오는 2분기에 개편된 카드 수수료율 산정 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형가맹점에 대해 카드사들이 적격비용 이상의 수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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