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6일 오후 정례회의를 통해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및 자회사 편입 승인안을 의결함에 따라 오랜기간 ‘빅3’ 체제를 유지하던 생명보험업계의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IFRS17 대비 재무구조 안정화 숙제... “합병 카드 매력적”
오렌지라이프는 보험업계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탄탄한 영업력을 자랑하고 있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나는 지급여력비율에서 440.9%로 업계 최상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외국계 보험사로서 일찍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한 경영을 펼쳐왔기에 돌발채무 등의 리스크도 적다.
문제는 신한생명 IFRS17에 대비해 수 천 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미 신한생명은 지난해 2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자본확충 레이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갖춘 오렌지라이프가 가세한다면 신한생명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 측에서도 두 회사를 별도로 운영해 비용을 이중으로 지출하느니, 둘을 합병해 시너지를 노리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합병 시 자산규모 62조2725억 원... 수입보험료는 자산규모 4위 농협생명 추월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자산규모를 합치면 총 자산이 62조2725억 원의 매머드 생보사가 탄생하게 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는 부동의 업계 1위 삼성생명(258조2881억원)과 한화생명(112조5824억 원), 교보생명(98조8327억 원), NH농협생명 64조4416억 원에 이은 업계 5위 수준이다.
더욱 특기할만한 점은 수입보험료에서도 신한생명(2조896억 원)과 오렌지라이프(2조3928억 원)을 합치면 농협생명(3조9829억 원)을 넘어서게 된다는 점이다. 신한생명의 강점이던 TM채널과 방카슈랑스가 오렌지라이프의 강점이던 젊은 설계사 위주의 대면채널 영업과 합쳐진다면 빈틈없는 영업 조직이 갖춰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 지역단위 농축협 영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농협생명의 영업력을 넘어서 업계 4위 생보사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 나아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으로 ‘빅4’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손보업계와 마찬가지로 생보업계 역시 ‘빅4’ 체제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오렌지라이프 정문국닫기정문국기사 모아보기 사장 신한생명 이동, 합병 앞두고 문화적 갭 줄이기 위한 묘수?
신한금융지주는 2019년 계열사 임원인사를 통해 지난 9월 오랜 진통 끝에 신한금융지주의 품에 안겼던 오렌지라이프의 정문국 사장을 신한생명의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보험업계는 이번 인사를 두고 예상치 못한 ‘파격 행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인사이동은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과감한 승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렌지라이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정문국 사장이 신한생명으로 옮겨가면, 반대로 신한생명 내부 사정에 정통한 신한 쪽 인사가 오렌지라이프로 옮겨가 신한생명의 DNA를 이식하는 ‘트레이드’식 인사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양 측은 서로의 기업문화를 빠른 시간에 습득할 수 있어 향후 있을 합병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신한금융지주는 금융위의 인수 승인 이후 영업전략 발표를 통해 “당분간은 양사가 문화적 갭 축소, 조직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정문국 사장의 계열사 이동 역시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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