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CEO 반열에 이름을 올린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 KB손해보험 사장의 2019년 경영 목표는 ‘영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시장지위 개선’이다.
하지만 이는 같은 기간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경쟁 대형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이 두 자리 수로 감소한 것에 비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마저도 오는 1월로 결정된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이뤄지면 충분히 회복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KB금융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양종희 사장을 대체할만한 인사는 찾지가 쉽지 않다”고 말한 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당분간 양 사장 체제로 갈 것”이라는 덧붙였다.
◇ KB금융 ‘디지털’ 강화 기조 발맞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부터 트랜드 맞춤형 마케팅까지
KB금융지주의 2019년 경영전략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디지털 혁신 가속화’다. KB금융의 4차 산업혁명 시대 먹거리 발굴은 2019년만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강조되어 왔던 가치로, KB손해보험은 이미 양종희 사장 취임 이후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열풍을 앞장서서 주도해왔던 보험사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발맞춰 KB손보는 최근 보험업계 최초로 ‘스마트 스크래핑’ 시스템을 탑재해 고객의 보험금 청구 편의성을 크게 높이는 것은 물론, 카카오와의 연계를 통해 모바일등기우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2018년에도 적극적인 인슈어테크 개발 행보를 걸어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B손보는 인슈어테크 분야에서 유난히 ‘업계 최초’로 시도하는 서비스가 많을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보험사”라며, “지주 자체의 디지털 강화라는 지향점도 있겠지만 이를 현재 경영진이 적절하게 받아들여 운영하고 있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온라인 미디어 센터인 ‘KB인사이트’를 개설해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레몬헬스케어’와의 협업을 통해 ‘My세브란스’ 앱에서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 편의 강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KB손보는 한국인터넷소통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터넷소통대상’에서 7년 연속으로 인터넷소통분야 손해보험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KB금융지주가 2019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을 밝힌 상황에서, KB손보 역시 지금까지와 같은 디지털 혁신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레몬헬스케어와 함께 제공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점진적으로 보다 많은 병원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들 수 있다. 현재는 세브란스병원 및 국립 암센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적용되고 있지만, 대상 병원은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고퇴경, 양치승 등 유튜브 인플루엔서들과 함께하는 ASMR을 비롯한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이색 마케팅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ASMR은 자율 감각 쾌락 반응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일컫는다.
ASMR은 정보 과잉시대에 지쳐버린 현대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2018년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KB손보가 보험업계 최초로 ASMR 영상으로 마케팅에 나선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KB손보 측은 “포화돼가는 보험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각 시기 유행에 맞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짧은 시간이나마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디지털 업고 보험업 근간 ‘영업력’ 회복 나선다... CM채널 2위 탈환 부심
2018년 한 해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던 KB손해보험이었지만, 한 가지 옥의 티가 있다면 경쟁 대형사인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CM채널에서 급격하게 약진하면서 줄곧 지켜왔던 CM채널 2위 자리를 내줬다는 점이었다.
2018년 상반기까지 KB손보가 거둔 CM채널 매출은 1837억 원으로, DB손해보험 1864억 원, 현대해상 1863억 원보다 근소하게 뒤쳐졌다. 같은 기간 DB손보와 현대해상의 CM채널 매출이 2배 이상 뛴 결과였다. 하반기까지의 매출을 합산하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판도지만, KB손보로서는 경쟁사들의 이 같은 엄청난 약진이 못내 당황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양종희 사장이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되고 고객의 트렌드가 바뀌어도 결국 기업을 생존하게 하는 것은 영업”이라고 강조했던 만큼, KB손보는 인슈어테크로 마련한 기반을 영업에 적극적으로 결합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2030 세대를 겨냥한 ‘젊은 마케팅’에 힘쓰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KB손해보험은 지난 9월 ‘KB다이렉트해외유학생장기체류보험’과 ‘KB다이렉트치아보험’, ‘KB다이렉트주택화재보험’ 등 다이렉트채널 전용 신상품 3종을 출시했다. 이와 함께 PC에서만 가입할 수 있었던 KB다이렉트이륜자동차보험에 대해 모바일 채널에서도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이렉트 상품 라인업도 대폭 확대했다. 전에 없던 상품군을 새롭게 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동시에 틈새시장 공략도 동시에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김태식 KB손해보험다이렉트본부장 상무는 “다이렉트 채널에 새롭게 합류한 상품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꼭 필요한 담보들로 구성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웹과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고 빠르게 가입할 수 있는 다이렉트 채널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IFRS17 대비 결산 시스템 대비는 예정대로, 재무건전성 개선도 숙제
보험업계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도입이 1년 미뤄졌지만, KB손보는 2019년도 IFRS17 결산 시스템 마련에 여전히 ‘신중’을 기할 전망이다.
KB손보는 지난 7월 계리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회계시스템과 데이터마트 등 IFRS17 결산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국내 및 국제 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보험업계 역시 해외채권 발행 등 적극적인 자본 확충에 나서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안정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IFRS17의 1년 도입 유예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점 역시 이러한 예상에 힘을 더해준다.
손보업계 ‘빅4’로 분류되는 대형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200%에 미달하는 지급여력(RBC) 비율 역시 내년 KB손해보험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KB손보의 3분기 지급여력비율은 186.4%로, 337%를 달성하며 업계 최고 수준을 달성한 삼성화재는 물론, 현대해상의 211%, DB손해보험의 206%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에 지급여력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KB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아직까지 ‘위태로운’ 수준은 아니지만, IFRS17가 시행되면 지급여력비율이 60% 이상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므로 추가적인 자본 확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해 KB손보 관계자는 “지주라는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 있어 자본 확충 자체에 대한 부담은 다른 회사보다 적은 편”이라며, “내년에도 시장 상황에 맞춘 효과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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