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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김동연

기사입력 : 2018-12-17 14:56

(최종수정 2018-12-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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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8년 국정감사 당시의 김동연 부총리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지난주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동연닫기김동연기사 모아보기 전 경제부총리가 보낸 편지가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김 전 부총리는 10일 "만 34년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나름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며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 드린다"는 내용의 편지를 김광림 의원에게 보냈다.

김광림 의원은 김동연 전 부총리의 기획재정부 선배다. 김 전 부총리는 제1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선배'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자신의 일을 놓았다.

김 전 부총리는 편지에서 "G20 정상회의, 내년 예산안 국회통과 등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공직자로서 할 일이 주어진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면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신 것에 데 대해 감사 드린다"고 썼다.

그는 또 "이제 평범한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면서 "감사할 줄 알고 물러날 때를 아는 공직자가 됐으면 하는 소망을 이뤘다는 기쁜 마음에 가벼운 행장으로 떠난다"고 했다.

그는 맺은 인연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면서 인생의 또 다른 '유쾌한 반란'을 향해 간다고 적었다.

■ 김동연과 김광림

한 국가의 경제수장을 지낸 사람이 '야당' 의원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두 사람이 기재부에서 맺은 인연이 큰 역할을 했지만, 야당 의원의 협조 덕분에 무난하게 직을 마무리했다는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김광림 의원은 김동연 '후배'에게 격려 섞인 답변을 했다.

김 의원은 "2017년 5월 21일 김동연 아주대 총장의 경제부총리 지명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중 가장 국민을 안심시키는 인사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오로지 도덕성, 능력, 전문성만 보고 단행한 인사였다고 회고했다.

김 의원은 "1년 6개월간 일하면서 시장의 신뢰와 지분은 청와대 누구보다 더 많이 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자신이 만난 많은 사람들이 김동연 부총리의 재임기간을 '고군분투'로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동연 전 부총리에 대해 "저를 포함해 선배들이 함께 일하고 싶었던 믿음직한 공무원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의 서슬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국민만 보며 잘 대응해 왔다. 혁신성장의 초석을 놓고 우여곡절 끝에 불씨를 살려놓은 점은 한국 경제사가 두고두고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적었다.

■ 김동연에 대한 평가

사람 김동연, 그리고 경제전문가 김동연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는 사람은 사실 많다.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한 개인에 대한 이 같은 평가는 이례적이다.

김광림 의원은 "최근의 고용급락과 저성장이 김 부총리 책임이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잘못 꿴 첫 단추가 문제라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으며, 스스로 책임을 자처했다"면서 '한국경제사‘에 오래 기억될 경제부총리'라고 치켜세웠다.

이 같은 평가는 한 야당 의원이 기재부 공무원으로 같이 일할 때의 인연 때문에 ‘끈 떨어진’ 경제 수장을 한껏 치켜세운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김 전 부총리를 데려오기 위한 방편이란 의심도 있지만, 아무튼 김동연이라는 인물 됨됨이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도 됐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정부에서 김 부총리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 중에도 그를 높게 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정부기구에서 일하는 한 인사는 "김 부총리는 소통 능력, 성실성, 추진력, 기획력과 이를 실행하는 능력, 정무적인 판단 모두 전반적으로 우수했던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물론 정책 불협화음, 결과적으로 민생 경제가 나빠진 것 등에 대해선 김 부총리를 비판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 사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경제 컨트롤 타워의 문제도 있었다. 김동연 부총리 덕분에 2기 경제팀의 속도 조절과 실용 노선에 보다 힘이 실리게 된 측면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김동연 부총리가 보였던 엇박자가 결국 정책 속도조절론과 실사구시 노선 강화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개천의 용

1년 반 전 문재인 정부가 김동연이란 인물을 초대 경제부총리로 내놓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면서도 경탄했던 게 사실이다.

아울러 김 전 부총리 만큼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준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문 정부와 코드가 잘 맞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부는 출범 초기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만한 사회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서부터 가장 역할을 해온 인물이었다. 가난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은행에 취직해 직장생활을 했으며, 열일곱 소년일 때부터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세 동생을 부양했던 사람이었다.

은행원이 된 뒤엔 야간대학에 진학해서 공부를 했고, 더 늦은 밤에는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맡은 업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은행원으로 기업대출을 위한 신용조사를 담당할 때는 다른 선배들이 그가 작성한 조사서를 텍스트로 삼을 정도였다.

그야 말로 1인다역(多役)을 하면서 어렵사리 행정고시에 합격해 엘리트 공무원이 됐다. 하지만 가난했던 그의 젊은 시절은 마이너러티 인생이었다. 사회 생활을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은행원 시절엔 "야간 대학 다닌다는데, 그것도 대학이라고..."하는 수근거림을 참아내야 했으며, 고시에 합격해 당당히 엘리트 공무원이 됐을 때는 "요새는 별 희한한 학교 나온 애들도 행시에 붙어 여기까지 오네"라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만회해 기획재정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그리고 아주대학교 총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총재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까지 올랐다.

인간 김동연은 시쳇말로 개천에서 난 용 그 이상이었다.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 김동연이 원했던 것 - 공정한 경쟁 구조

김동연은 온갖 무시와 차별을 받고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처럼 노력할 것'을 강조하지 않았다.

그는 약자들의 삶이 보다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경험 때문인지 보다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의 이런 점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초대 경제부총리로 그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사회의 지배구조를 바꾸면서 공정한 경쟁시스템을 만드는 게 경제부총리 김동연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담은 '있는 자리 흩트리기'라는 책에서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의사결정은 소수의 정치인, 고위관료, 경제적 강자들에 의해 탑다운 방식으로 이뤄져왔다"면서 "의사결정자들이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현재의 사회보상체계가 계속 유지됐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지금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쟁 시스템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실적이면서도 냉정한 접근이었다.

그는 "경쟁을 통해 시장이 작동하고 사회 전체의 효율이 올라간다"면서 "시장이 완벽한 것도, 경쟁이 늘 최선인 것도 아니지만, 핵심은 '건전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경쟁을 적극 활용해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예컨대 초과이윤이 발생하면 공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떨어져 다시 정상이윤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한국사회엔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고 봤다.

시험 한 번 붙어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평생 철밥통으로 사는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고 본 사람이었다.

예컨대 사범대나 교대를 나온 사람만 교사를 하게 만들어 '경쟁을 배제'해 버리면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고착화돼 버린다고 본 것이다.

법조계, 의료계, 관계, 학계 등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정상적인' 경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국 사회가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갈파했다.

■ 김동연이 원했던 것 - ‘진짜 실력’이 대우 받는 사회

김동연은 흔히 말하는 명문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어렵사리 야간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었다. 또 그런 만큼 학연, 지연이 중요한 한국사회에서 누구보다 순탄치 않은 직장 생활을 해야 했다.

대신 그가 말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분노’에는 울림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수상록에 하고 싶은 얘기를 솔직히 적어 놓았다.

“공채 몇 기, 몇 년도 입사 이런 게 왜 중요한 정보인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유능한 공무원이 기수에 밀려 선배에게 양보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2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사람에게 고시 한 기수 빠르다는 것은 겨우 공무원 출발을 1년 빨리 했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특정 개인의 능력이나 헌신을 평가하는 데 전혀 유용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한국 사회가 관계를 맺는 방식, 예컨대 ‘몇 살이냐? 몇 학번이냐? 어느 학교를 나왔냐? 어디 출신이냐?’는 물음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역겨운 질문들을 통과해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말한다.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직자가 이런 저질스런 ‘질의 응답’으로 자리를 나눠 먹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기득권이 나눠 먹는 구조는 변함이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박근혜 시대의 구적폐는 문재인 시대의 신적폐로 대체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 그가 떠난 뒤..

김동연 부총리가 사임하기 전 증권가에서 그가 '야당 정치인'으로 변신할 것이란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 혹은 여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다시 맡을 수 있을 것이란 소문도 동시에 돌았다.

그가 사임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수요는 많은 것이다. 모두가 경기가 어려워졌다고 하는 판에서 ‘실패한’ 경제수장에 대해 많은 사람이 다시 같이 일해 보자고 손을 내미는 듯하다.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그와 일해본 적이 있다는 일부 공무원 중엔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싫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리사욕만 앞세우는 권력자들과 달리 사심 없이 일하는 사람이어서 매우 드문 인간 유형이었다는 극찬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정체된 한국 사회엔 김 전 부총리가 강조하던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다만 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책가들은 추상적 모토나 이상에 기반한 정책을 내세울 게 아니라 보다 현실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엔 '보수', '진보'라는 이념 장사에 열을 올리면서 자신의 이익만 탐닉하는 무리들이 너무 많다. 실용보다는 낡은 이념에 갇혀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사람들이 한국사회를 더욱 병들게 하고 있다. 새롭게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또 다른 기득권이 돼 이전 권력자들이 하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물러났지만 '공정경쟁을 통한 유쾌한 반란'을 꿈꾸는 사람이 보다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김동연은 자유인이 됐지만, 여전히 한국의 경제 관료들이 그에게 배워야 할 점이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 씁쓸하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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