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의장이나 FOMC에서 부의장 역할을 하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모두 이 같은 발언을 하자 미국 금리 상승에 보다 힘이 실렸다.
■ 연준과 다른 인민은행
지난주 파월 연준 의장은 "현 기준금리 수준이 중립금리와 먼 거리에 있다"(We're a long way from neutral at this point, probably)는 입장을 비치면서 금융시장을 긴장시켰다.
비둘기로 평가 받았던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자신의 과거 진단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중립 수준을 향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올해 들어 미 경제가 얼마나 강건한지 감안하면 내가 총수요를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경기과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리를 기존에 생각해온 수준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채 10년 금리는 3.20%를 넘기면서 201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각 국가별로 펀더멘털 여건이 상이해 미국 금리를 100% 추종할 수는 없지만,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가 커지면 글로벌 금리도 상당부분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7일 지준 인하 카드를 빼들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15일부터 대형 상업은행, 농촌 상업은행 지준율을 100bp 내린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대형은행과 중소형은행 지준율은 각각 14.5%, 12.5%로 100bp 내려간다. 올해 들어서만 1월(25일)과 4월(25일) 그리고 7월(5일)에 이어 4번째 조치이며, 지난 7월 단행한 50bp보다 인하 폭이 확대됐다.
■ 중국, 지준율 더 내릴 수 있어
삼성증권의 전종규 연구원은 이번 지준율 인하와 관련해 "7,500억 위안 순유동성 공급 효과(1.2조 위안 공급 vs 10월 15일 MLF 회수 4,500억 위안), 중소기업 자금경색 우려 완화, 상업은행의 유동성 여력 확보를 겨냥한 것으로 큰 틀에서 7월 31일 정치국 회의 이후 당국이 제시했던 부양적 정책기조(통화정책 유연성 확대, 재정지출 확대)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물론 중국의 지준율 인하는 미국과의 무역갈등 심화 영향과 관련이 있다. 9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2천억 달러 상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 이후 미중 무역갈등이 구조화되고 있고 FOMC의 금리인상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증폭되었다는 점 등이 중국의 지준율 인하를 자극했을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향후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통계국의 9월 PMI제조업지수가 7개월래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7월까지 발생한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 규모가 321억 위안으로 사상 최대였던 2016년의 80%를 넘어선 점 등이 이런 조치를 가능케 한 원인으로 보인다.
전 연구원은 "향후 인민은행의 4~5차례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 여력이 남아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중국 경기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부담은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야기할 수 있는 위안화 약세는 향후 1~2분기에 걸쳐 미중 무역분쟁 이후 위안화 밴드(달러당 6.8~6.9위안)의 상향돌파 여부를 타진하는 주요한 변수로 대두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무튼 중국 경기와 금융시장 부진에 대한 우려가 쉽게 그치기 어려워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 가능성이 상당하다.
중국 GDP 성장률을 예견해 볼 수 있게 하는 누적고정자산 투자증가율이 8월까지 통계작성(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전년비 5.3%를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과거보다 부채감축이나 위안화 안정보다는 경기 부양의지가 강함을 시사했다"면서 "오히려 중국경기의 추가 둔화 확대 시 예상되는 인민은행의 추가 지준율 인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11월 말 예정된 G20 정상회담에서 미중 간의 합의가 결렬될 경우 중국 경기는 내년 초 둔화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전망 하에서 중국 위안화에는 추가 약세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국의 통화 방어 등으로 당장 위안화 급락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 870억 달러로 전월대비 226.9억 달러 감소하는 등 최근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추가 지준율 인하 조치와는 반대로 미 연준은 올해 12월과 함께 2019년에도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 보다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면서 "미중 간의 상이한 통화정책 기대는 달러/위안의 상승을 이끌 유인"이라고 풀이했다.
■ 미·중 상이한 통화정책과 한국
중국은 큰 틀에서 기업들의 부채 감축을 통한 구조개혁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경기 상황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금융시장이 위축되자 무게 중심을 다시 부양 쪽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지준율 인하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가지수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가 3% 가까이 급락하는 등 중국 주식시장 분위기는 얼어 붙었다.
중국의 이런 조치가 국내 금융시장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과거 중국의 지준율 인하로 국내 주가가 오르고 채권가격도 뛰는 경우가 나타나곤 했지만, 지금의 환경에선 쉽지 않다.
미중 갈등 속에 대외 통화정책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연준의 정책이다. 연초 미국채 금리 상승이 글로벌 주가 상승 흐름을 무너뜨리기도 했던 가운데 미국의 정책은 자신들의 시장보다 신흥국 주가 등에 더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중국은 지준율을 낮추지만, 국내를 비롯한 여타 금융시장은 미국 정책에 대한 경계감을 유지하고 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에 대비한 미국채 금리 및 테일러 준칙으로 추정한 미국 기준금리 수준은 경기에 부담을 주는 수준이 아니다. 테일러 준칙으로 추정한 미국 기준금리의 적정 수준은 4.23%까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점을 감안하면 파월 의장이 ‘여전히 완화적이다’라고 언급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며 "국경절 연휴 동안 중국이 이례적으로 지준율을 인하했지만, 국내와 글로벌 주식시장은 미국 금리 상승에 당분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선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총재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상태다. 이 총재는 최근 여러 차례 금융불균형 시정에 방점을 둔 발언을 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수 있다면서도 ‘기조적 흐름'이 중요하다고 애써 강조했다.
즉 10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을 내릴 수 있지만, 정책금리는 정상화 쪽으로 움직여보겠다는 속내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중국이 지준율을 내렸지만, 중국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등 정책 약발은 별로"라며 "국내는 이 달 한미 금리차 확대와 서울 부동산 값 급등에 따라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과 함께 국내 주가도 좋아 보이지 않고 채권도 금리인상 경계감에 안도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기투자기관의 한 주식매니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원천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어 중국의 지준율 인하가 약발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면서 "결국 주식시장이 제대로 반등하기 위해선 미중 무역분쟁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한국은행은 이달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10월에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과반에 가까운 위원들이 금리 인상에 표를 던질 듯한 분위기"라며 “금융시장 전반이 좋지 않은 상황이며, 그냥 멀뚱멀뚱 상황을 쳐다볼 뿐”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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