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 달에서 실제 골프를 친 지구인이 있다. 주인공은 미국의 아폴로 14호 선장 앨런 셰퍼드였다.
앨런 셰퍼드가 처음 달에서 골프를 치겠다는 다소 황당한 발상을 하게 된 것은 한 코미디언 때문이었다. 열렬한 골프애호가로 알려진 밥 호프가 아폴로 우주인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 녹화를 위해 휴스턴의 미 항공우주국(NASA) 본부를 방문했다.
항상 골프클럽을 들고 다니는 습관이 있었던 호프는 무중력 체험 도중 공중에 떠서 허우적대다 중심을 잡기 위해 골프클럽을 지팡이처럼 짚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셰퍼드는 문득 몇 달 후에 있을 달 착륙 때 골프공을 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 6번 아이언 헤드 연결이 가능하도록 장비의 끝 부분을 개조했다. 실수를 대비해 공은 두 개를 챙겼다. 더 챙기고 싶었지만 연료 절감을 위해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
남은 것은 당국의 승인이었다. 당연히 처음부터 거절이었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장난 같은 아이디어를 허용해줄 리 만무했다.
성공적이었던 인류 최초 달나라 골프
1971년 2월 6일 드디어 달에 착륙한 셰퍼드 일행은 모든 임무를 계획대로 잘 끝마쳤다. 이제 골프를 칠 시간. 셰퍼드가 오른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카메라 앞으로 뒤뚱뒤뚱 걸어 나왔다.
지구에서 갖고 온 6번 아이언이었다. 클럽을 곧게 펴서 오른손에 들고 TV 카메라 앞으로 걸어온 것이다. 나사는 당시 운석 채집 활동을 생생히 포착하기 위해 최초의 컬러 TV 방송을 준비했다.
이를 위해 공수해온 카메라 10여m 앞에 선 셰퍼드는 마이크를 통해 지구인들에게 “제가 지금 달 표면에 떨어뜨리려는 2개의 하얀 물체는 미국인들이 보면 누구나 아는 것입니다”라고 소리쳤다. 골프공이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제가 우주복을 입어서 몸이 좀 둔합니다. 두 손으로는 도저히 치지 못하겠고 한 손으로 쳐 보겠습니다. 멋진 골프 샷은 아니지만 환상적일 듯합니다.”
셰퍼드는 왼손으로 첫 번째 공을 앞쪽에 떨어뜨렸다. 곧바로 그는 오른손으로 풀 스윙의 4분의 1 정도의 스윙으로 힘껏 휘둘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그의 첫 번째 스윙은 공 앞의 모래만 퍼내고 말았다.
두 번째 스윙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섕크가 나서 30㎝도 못 나가 발 앞쪽에 처박혔다. 이어 세 번째 스윙을 시도했다. 다행히 볼은 앞으로 향했다. 몇 초간 볼을 지켜보던 셰퍼드는 “저것 보세요. 어느 정도는 날아갔네요”하고 만족해했다. 200야드 정도는 날아간 것으로 파악했다.
그의 손에 남아 있던 마지막 볼을 오른발 앞에 놓은 셰퍼드는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오른손으로만 쳤지만, 볼은 제대로 맞은 듯 상당히 멀리 날아갔다. 한참을 바라보던 셰퍼드는 “마일스! 마일스!”를 외쳤다.
셰퍼드는 몇 마일은 날아가리라고 믿었다. 달에서의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 수준임을 고려했던 것. 당시 생중계 현장에서는 “수마일이나 날아갔다”고 증언했지만 이 공은 400야드 정도 날아간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지구에서처럼 정상적인 풀 스윙을 할 수 없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이후 셰퍼드가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자 세계 각국에서 축하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그 중에는 샷을 한 후에 벙커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R&A의 농담 섞인 편지도 있었다.
셰퍼드가 달에서 사용한 6번 아이언은 현재 미국골프협회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글|김세영 <FromGolf> 기자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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