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돌파하며 1907년 기상관측 시작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고속도로의 일부가 솟아오르거나, 선로가 뚝 끊겨 KTX 열차의 출발이 지연되는 등 보기 드문 사고도 연일 발생하고 있다.
◇ 기온 1도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 1.2%씩 늘어.. 자동차보험 손해율 비상
통상적으로 여름이 끼어있는 2~3분기 손해율은 장마·태풍 등의 자연재해부터 휴가철 빈번한 안전사고까지 더해지면서 상승 곡선을 그린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없어 보험사들의 손해율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대다수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회복을 등에 업고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호성적을 거뒀다.
삼성화재 부설 교통안전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7월 중순까지 일 사고 접수는 19만37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4131건(7.9%)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온도가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가 1.2%씩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손보업계는 평년보다 자동차보험의 전체적인 손해율이 3~4% 이상 높게 나타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사람의 피해도 막심하다. 8월 1일을 기준으로 전국의 일사병·열사병 등 온열질환자의 수는 약 2355명으로 나타났으며, 사망자도 29명이나 발생했다.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운영을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특히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더위가 극에 달했던 7월 마지막 주에 동안 신고된 온열질환자만 907명, 사망자 13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8월 들어 40도를 넘나드는 고온이 이어지면서 이 곡선은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통상 온열질환으로 인한 입원이나 통원 치료는 각 보험사들이 다루고 있는 실손보험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손보험금은 질병별로 손해율을 계산하지 않으므로 정확한 피해액 추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보험업계는 폭염으로 인한 질병으로 인해 실손보험 손해율 급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가축도 농작물도 말라간다.. 정책보험 많은 NH농협손보 울상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8월 1일까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323만1000마리로, 2015년 한 해 동안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267만 마리)를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폭염으로 잎과 가지가 마르거나 열매가 녹아내리는 등 피해를 본 농작물 면적만 해도 여의도 면적의 5분의 1에 달하는 194.6㏊였다.
가축이나 농작물 등의 피해를 책임지는 보험은 NH농협손해보험이 다루고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이나 가축재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은 정부와 농협손보가 함께 판매하고 있는 정책보험으로, 정부와 각 지자체가 보험료의 70% 가량을 지원해주는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농협손보가 합산했던 가축재해보험의 보험금 지급액은 2016년에는 280억 원, 2017년에는 290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 더위가 최절정에 이르는 8월 중순 기록이 미포함됐음에도 이미 피해액이 125억 원을 돌파했다. 농협손보의 상반기 순이익이 205억 원 수준인 것과, 피해액이 8월에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부담스러운 수치다.
그러나 ‘정책성 보험’의 성격을 지니는 해당 상품들의 특성상 농협손보 측이 손해율을 이유로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것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므로, 농협손보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농협손보 측은 우선 재보험을 통한 리스크 분산 등으로 헷징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폭염의 장기화, 정례화에 대비해 요율 조정 등 별도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손해보험 오병관 사장은 폭염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축산 농가 등을 연이어 방문하며 현장 소리 청취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오병관 사장은 “농협손해보험은 가축재해보험 가입 피해 농가에 신속한 조사와 보험금 조기 지급을 통해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농가에서도 폭염피해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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