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A보험사의 종합건강보험 상품에 5년째 가입된 상태다. 최근 김 모 씨는 암보험 상품에 추가로 가입할 생각으로 지인으로부터 보험설계사 하나를 추천받았다. 그런데 이 설계사는 김 씨에게 암보험 대신 B보험사의 종합건강보험으로 갈아탈 것을 권유했다. 보험료도 더 낮고 계약 조건도 유리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자신이 1달치 보험료를 납부해주는 것은 물론, 계약 유지에도 도움을 주겠다며 김 씨를 유혹했다. 보험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도 없었고, 약관에 대해 공부하기도 귀찮았던 김 씨는 결국 설계사의 꼬임에 넘어가 종합건강보험에 중복가입하게 됐다.
금융당국이 보험 판매 과정의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난달 ‘영업행위 윤리준칙’을 도입한지 1달가량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보험 영업 현장에서는 불법 영업행위가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원의 온상이던 ‘CI보험’ 판매를 줄이는 대신 다른 보장성보험에 CI담보를 끼워파는 행위에서부터, 철새 설계사의 증가로 인해 승환계약(갈아타기)도 덩달아 늘어나는 등 폐단은 여전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인영업이 많은 대면채널 영업 특성상 고객에 대한 ‘입막음’을 제공하며 고객과 한통속이 되는 설계사들까지 등장하며 이에 대한 단속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당국이 제시한 윤리준칙에서는 보험상품 판매 전 보험상품 판매 전·후 보험소비자와의 정보 불균형 해소나 소비자 개인정보의 보호에서부터 갈아타기, 끼워팔기 등의 불법 영업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조항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같은 불법 영업행위는 물론, 서류조작·타인 명의를 통한 보험 영업활동 등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설계사들까지 등장하며 감독당국 및 보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윤리준칙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설계사 자격시험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윤석헌닫기윤석헌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외치며 보험업에 대한 신뢰 제고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민원 7만6000여건 가운데 62.5%가 보험업 관련 민원이었을 정도로 보험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설계사 조직이 커지면서 보험사기나 불법 영업행위의 편법도 함께 늘어나 감독하는 입장에서도 난처한 경우가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수사들이 제공하는 높은 시책이 이러한 꼼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설계사들의 상품 판매 인센티브 적정선은 200~300% 선이다. 그러나 일부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많게는 600~700% 가량의 인센티브가 주어지며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쟁은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불완전판매 및 고아계약을 양산하며 보험업 신뢰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경쟁 자체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다보니 악순환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영업의 근본 자체를 바꿔놓을 강력한 제제가 없는 한 이러한 고질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형 보험사 소속 설계사 A씨 역시 “일부 악덕 설계사들 때문에 양심적으로 영업하는 설계사들까지 함께 비난받고 있다”고 울분을 터트리며, “이럴 바에는 주먹구구식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규제로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편이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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