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차지하는 고령 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2026년에는 총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는 연평균 2.6% 증가했으며,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수도 11.9%씩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점유율 역시 계속 늘어난다는 것. 2013년 8.2%, 2014년 9.1%, 2015년 9.9%로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다 2016년에는 11.1%를 기록했다. 고령 운전자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2011년 605명에서 2016년 759명으로 25.5%나 증가해, 다각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 가이드
고령일수록 신체 기능이 감퇴할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민첩성과 판단력, 주의력 등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심할 때는 경도 인지장애나 치매 같은 중증 인지장애로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자신의 신체 기능 저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운전을 하면 도로 위에서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실제 고령 운전자의 사망·사고 증가 이유 가운데는 운전 능력 과신도 일정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한 연령별 운전자 신체 능력 설문에 따르면 70대 이상 고령자 중 75.7%가 ‘본인의 신체 능력이 좋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신체 능력 저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인지기능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니 참여해보자. 만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3시간 무료 교육을 통해 속도, 거리추정검사, 시공간 기억검사, 주의검사 등 고령 운전자의 인지기능을 측정해 운전자 상태를 파악한 뒤 상황별 안전 운전 기법을 알려주고, 운전 성향 자가진단 및 분석 등을 돕는다. 수강신청 방법은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www.koroad.or.kr)에서 교육 장소와 일정을 선택해 예약하면 된다. 인지기능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한 자들에게는 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제공한다.
차량 뒷유리에 고령 운전자임을 알리는 ‘실버마크’를 부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도로교통공단은 고령운전자용 실버마크를 새롭게 개발, 인지능력검사를 받은 고령운전자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 운전자가 고령 운전자 차량임을 인식하고 배려, 양보하는 운전 문화를 조성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안전운전 요령 숙지하기
고령 운전자가 운전할 때는 면허를 갓 땄을 때처럼 초보 운전자란 생각을 하고 기본 안전운전 요령을 다시 숙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거리 유지가 필수. 50km/h 정도의 시내 주행 시 약 40m로, 80km/h 정도의 고속 주행 시에는 90m 정도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복용 중인 약이 신체 감각을 저하시켜 안전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할 것. 고령 운전자 중 많은 이들이 질환, 자양강장을 이유로 약을 복용하는데, 신경안정제와 우울증 약은 신체 반응 속도를 떨어뜨려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진통제, 두통약, 간질약, 멀미약, 감기약, 혈압약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있다면 의사와 현재 복용 중인 약에 대해 상담한다.
▶시야 확보하기
운전은 특히 시각적 능력이 중요한데, 60대에 접어들면 시청각 기능 저하와 함께 순간 대응력이 둔해져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노화로 동체 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자동차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 도로 표지를 읽는 게 힘들고 속도감이 떨어져 과속하게 되며, 다른 차나 보행자의 움직임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워 위험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고령 운전자는 시야각이 젊은 사람의 절반인 60도로 줄어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못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좌석 쿠션을 이용하는 식으로 좌석을 높게 조정해 시야를 최대한 넓게 확보하고, 운전하다가 어지럼증을 느끼면 잠시 운전을 멈추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다.
차량 관리도 정기적으로 꼼꼼히
그런가 하면, 고령 운전자의 상당수는 차량관리 소홀로 각종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신체기능 저하에 차량관리까지 소홀하면 교통사고 발생 시 위험에 빠질 확률이 높아 주기적으로 차량을 점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새 차를 산 뒤에는 엔진 오일이나 오일 필터 등 일정 부품만 주기적으로 교체하면 되지만, 출고 후 3~4년 운행했을 때는 각종 소모품을 정기적으로 교환해야 문제없이 운행할 수 있다. 그 중 엔진 오일은 색깔을 보고 교체 시기를 판단하기 어려우니 주행 거리에 따라 관리한다. 보통 8,000~1만km마다 교환하면 되는데, 교환 시기를 기록해두면 관리하기 편하다. 엔진의 과열 및 동파를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냉각수는 일반적으로 3년 또는 6만km 정도 주행했을 때 교환하는 것이 좋고, 겨울에는 동파에 대비해 부동액으로 교체한다. 브레이크 패드는 마찰로 인해 조금씩 마모되므로 사용 시 밀린다고 느껴지면 점검을 받아 교체한다.
배터리는 제조 일자를 확인하면 된다. 제조 연도가 현재로부터 3~4년 전일 때 교체하는데, 최근에는 블랙박스나 공기 청정기 등 소형 기기를 차량에 연결해 평균 수명이 짧아지고 있어 2~3년마다 바꿔주는 것이 좋다. 자동차의 신발이자 안전과 직결된 타이어 역시 그만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3~4년마다 교체하면 되지만 운전 습관이나 주어진 환경이 각기 다르므로 타이어에 있는 마모 한계선이 1.6mm보다 낮거나 주행 거리가 5만 km 정도 됐을 때 교체한다.
한편, 요즘에는 시니어의 안전한 운전을 위해 똑똑한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골격이 약한 고령 운전자가 에어백 압력으로 더 큰 부상을 입지 않도록 운전자의 키와 몸무게를 고려해 사고 발생 시 압력을 조절하는 에어백 시스템부터,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대비해 심장 박동 모니터링 기능이 있는 카시트도 있다. 이 카시트에는 심장 박동을 감지하는 내장 센서 6개가 탑재돼 있어 응급상황 시 센서를 통해 운전자 상태를 알 수 있고, 의료 전문가 호출까지 가능하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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