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발생한 태풍들이 한반도를 빗겨간 데다, 폭우 피해도 예년에 비해 적었던 덕분에 여름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생각보다 급상승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태풍 ‘쁘라삐룬’이 제주도와 부산 등 남부지방을 거쳐 지나가면서, 지난해보다 많은 침수나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쁘라삐룬’이 ‘차바’와 유사한 경로를 보이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태풍이 2016년과 유사한 손해율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바 상륙 당시 각 손보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및 낙하물 피해로 인한 피해액은 525억 원 규모였다. 이는 액수로 따지면 2003년 한반도 전체를 집어삼켰던 대형 태풍 ‘매미’의 피해액(911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 삼성화재, 자동차보험료 인하에도 점유율 하락세…현대-DB 추격 허용
삼성화재는 올해 1분기 301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5030억 원보다 40.1% 줄어든 성적으로 울상을 지었다.
비단 삼성화재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국내 11개 손보사의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483억 원 손실을 거두며, 전년 동기 907억 원 이익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1분기 78.2%에서 올해 동기 82.6%로 4.4% 상승했다. 발생손해액 또한 2조8806억 원에서 3조907억 원으로 2101억 원(7.3%) 늘었다. 보험업계는 일반적으로 1%의 손해율이 상승하면 100억 원 가량의 추가금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월 초 우리나라를 덮친 폭설과 한파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상승한 것은 물론, 꽃샘추위까지 유난히 길게 이어지며 손해율이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3월 들어 금융당국에 의해 보험금 지급기준이 상향됐으며, 지난해 양호한 관리로 손해율이 떨어지자 당국이 보험사들에 보험료 인하를 주문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꾸준히 증가해온 자동차 정비수가 등의 비용 상승은 덤이다.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한 것은 2월 초 폭설과 한파가 기승을 부린데 이어 3월 보험금 지급 기준이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손해율 하락에 따른 보험료 인하 경쟁 심화와 자동차 정비수가 등 비용 상승으로 손해율 악화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손해율이 내려가서 실적이 좋아진 것처럼 보였을 뿐, 애초부터 자동차보험은 이익을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라고 토로하며, “반짝 실적을 거뒀다고 당국이 너무 조급하게 보험료 인하를 주문하는 바람에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는 올해 4월부터 보험료를 0.8% 인하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지난해 7월 1.6%의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단행한 이후 약 10개월여 만의 일이었다.
이와 같은 마케팅이 가능했던 이유는 삼성화재가 1분기 458억 원의 흑자를 내며 경쟁사들을 따돌렸던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은 1분기 15억 원의 흑자를 내는데 그쳤으며, DB손보와 KB손보는 오히려 각각 289억 원, 244억 원의 적자를 봤다.
이번 보험료 인하는 삼성화재에게 있어 업계 2위권 규모인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이 20% 점유율을 넘보며 1위 자리를 야금야금 추격해오는 상황을 완전히 뿌리치기 위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삼성화재는 그간 28~29%대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을 지키며 30%대 점유율 확보에 힘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삼성화재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점유율 하락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5월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28.7%로, 4월에 기록한 29.5%보다도 0.8%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삼성화재 측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하락과 순이익 감소는 별개의 문제”라며, “순이익 급감은 을지로 사옥 매각이라는 일회적 요인이 사라지면서 발생했을 뿐, 오히려 2분기 들어 사업 효율이 올라간 덕분에 하반기에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 장마철 차량침수 막아라…삼성화재 ‘침수예방 비상팀’ 등 손보업계 전반 노력 분주
해마다 7~8월 장마철이 되면 손해보험업계는 침수피해로 인한 손해율 급상승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비중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는 장마로 인한 차량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삼성화재는 해마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차량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매 여름 7월부터 10월까지 ‘침수예방 비상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역시 같은 시기에 침수예방 비상팀이 운영된다.
삼성화재 및 삼성화재애니카손사 등 계열사들은 하천 주차장, 저지대 등 전국 240여 곳의 상습 침수지역을 대상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침수위험 차량의 안전지대 견인을 도울 예정이다.
침수예방 비상팀 운영 기간에 집중호우로 인한 긴급상황 발생 시, 순찰자는 삼성화재 보험가입 차량을 고객 동의하에 관공서와 공조하여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다.
이를 위해 지난 5월에는 삼성화재 직원 및 견인 기사, 손해보험협회, 서울시와 함께 차량 침수 예방 모의 훈련도 진행했다.
백승욱 삼성화재애니카손사 애니카서비스팀장은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고객의 안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다년간의 차량 침수예방 경험과 업계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타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업계 2위 현대해상 역시 지난 2012년부터 사당·강남역 등 서울의 상습 도로침수 지역에 계측기를 설치하고 중앙관제센터에서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인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수위가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주변에 사는 고객에게 위험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KB손보·메리츠화재 등도 단계별 재난 시나리오를 준비해 상황에 맞는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위험단계에 도달할 경우 침수 차량 및 피해지역, 피해원인, 피해물수, 복구 진행 상태 확인 및 추가지원이 이뤄진다.
한편 손해보험협회는 우천 운전 시 유의해야 할 부분들을 제언하고 나섰다. 손보협회는 “비오는 날에는 무조건 감속운행하고 차간거리를 평소보다 넉넉하게 둬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하는 한편, “타이어 공기압을 평소보다 10~15% 높게 유지하는 등 타이어 점검을 주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 등이 차량의 위치를 잘 파악할 수 있게 전조등을 켜고 운전하는 것도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손보협회 측은 “차량 침수 시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돼 있다면 보험사에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침수된 차량의 경우 시동을 걸지 말고 보험사에 연락해 견인 후 수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역시 장마철 집중호우로 갑작스럽게 불어난 침수지 차량 운행 시 유의사항을 제시하였다.
보험통계에 의하면 침수사고 차량의 약 3대 중 1대는 주행 중 사고로, 수위가 성인남성의 무릎정도나, 차량 바퀴의 절반이상이면 엔진으로 물이 들어가 시동이 꺼져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험개발원 측은 “건설기계와 대형화물자동차도 금년 5월 29일부터 침수해 한정 특별약관 적용상품에 가입하면 침수 손해에 대해서 보상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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