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 침체에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으로 눈을 돌린 가운데 SK그룹이 오픈마켓 ‘11번가’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면서 이커머스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들 기업이 밝힌 온라인 투자 규모만 4조5000억원에 달한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분사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 등으로부터 약 5000억원을 유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신설법인 11번가는 내달 31일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승인을 거친 뒤 오는 9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신설 법인의 지분 약 80% 안팎을 보유해 11번가의 경영권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SK플래닛의 지분 98.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텔레콤은 (주)SK가 25.22%의 지분율로 지배하고 있어 ‘(주)SK→SK텔레콤→SK플래닛’으로 이어지는 수직구조다.
유통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의 이커머스 투자 전쟁은 일찌감치 시작했다. 신세계가 올해 초 온라인 사업에 1조원을 베팅한 데 이어 롯데가 3조원 투자로 맞불을 놓으면서 국내 1위 온라인 쇼핑몰에 도전하겠다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는 2022년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1위를 굳히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유통사업을 전개하는 롯데쇼핑과 롯데지주로부터 3조원을 조달했다. 이는 오는 8월 출범하는 롯데쇼핑 내 ‘이커머스 사업본부’에 투자된다.
◇1위 이베이 잡아라…지각변동 예고
최근 이커머스 시장은 단순 상품운영을 넘어 물류‧ICT‧인공지능(AI) 등과의 시너지를 추구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SK‧롯데‧신세계 등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국내 1위 이커머스업체 이베이코리아를 겨냥한 이유다.
지난해 거래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15조원)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11번가(9조원), 롯데(8조원), 쿠팡‧위메프‧티몬(각 4조원), 신세계(2조원) 등의 순으로 추정된다.
11번가는 단일 플랫폼 기준으로 G마켓과 1~2위를 다투고 있다. 11번가의 확고한 1위 입지를 다질뿐 만 아니라 롯데와 신세계의 온라인 적극 확대 전략에 따라 더욱 치열해진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오프라인 유통 매출은 전년대비 3% 증가에 그친 반면 온라인은 13.2%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쓱닷컴, 롯데닷컴 등 온라인판매는 전년대비 27% 증가해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온라인판매중개 매출은 8.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이 꺼내든 카드는 ‘아마존식 성장’이다. 아마존은 자체 개발 AI ‘알렉사’를 통한 상품 추천부터 주문‧결제‧배송까지 원스톱 온라인 쇼핑을 구현하고 있다.
11번가 역시 SK텔레콤의 AI 서비스 ‘누구(NUGU)’를 통한 상품 추천부터 SK플래닛의 간편결제 서비스 ‘십일페이(11pay)’ 등으로 미래 쇼핑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자체 배송 구축 계획은 아직이나 배송 보장, 빅데이터를 활용한 배송 단축 등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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