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상업도시 오사카에서 흔하게 통용되는 설(說)이다. 경영능력과 사업수완은 꼭 유전적이지 않아 3대째 가서는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기업의 생명력’을 중요하게 여기니 장수기업들도 줄줄이 생겨났다. 국내와 달리 100년이 넘는 명문 장수기업이 일본에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일본에서는 후계자 확보를 위해 전도유망한 내부직원이나 외부 인재를 양자로 들이는 경우가 많다. 양자가 친자보다 능력이 뛰어나면 미련 없이 양자를 택한다. 후계 선정과정에서 출생과 성별은 크게 중요치 않다. 딸이나 사위가 후계자로 선정돼 사업을 키운 곳도 흔하다. 즉, 장자보다는 ‘적자(適者)’가 우선순위인 것이다.
LG그룹 새로운 후계자로 지목된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상무도 양자승계라는 큰 의미에서는 결을 같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차이가 있다. 입증된 직원이나 외부 인재를 양자로 삼아 경영권을 물려주는 일본 사례와 달리 LG는 오롯이 그룹의 전통인 ‘장자승계’를 위한 입양이었다.
전통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양자를 들여서까지 장자승계를 고수하는 LG의 승계방식은 시각에 따라 전근대적 사고로 비춰질 수 있다. 구 상무는 얼마 전 별세한 구본무닫기구본무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양자다. 2004년 사고로 외아들을 잃자 구 회장은 조카인 구 상무를 양자로 들였다.
승계에 앞서 구 상무의 경영능력을 속단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경영훈련 과정을 거치는 인사원칙에 따라 전략부문에서 사업책임자로서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역량을 쌓아 왔다는 LG측의 말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장자승계 원칙이 가족 간 분쟁은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의 최고가치인 지속가능성과 영속성은 담보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는 29일이면 LG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확정한다. 이는 구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한 조치며 직책과 업무는 주총 이후에 결정된다.
구 상무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단순 장자가 아닌 ‘적자(適者)’임을 증명할 때다. 그리고 LG그룹 전통에 따른 장자승계 원칙이 순조롭게 이어가길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자식은 ‘운명’이지만, 사위나 양자는 ‘선택’이란 말이 있다. 모범적인 사업가이자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평가받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선택’을 기대해본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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